환자 비밀·개인정보 누설 친고죄?

환자 비밀·개인정보 누설 친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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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1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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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톺아보기 11

법률이 완전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간이 만들다보니 때로는 모순된 조항이 들어가거나 해석이 애매한 경우도 많다. 의사와 관련이 깊은 의료법도 마찬가지다. 어떤 조항은 해석이 애매하고 어떤 것은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

의료전문 법무법인 LKpartners(엘케이파트너즈)는 의료법의 이런 문제들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법 톺아보기'를 통해 애매한 법률조항을 명쾌하게 풀어본다. < 편집자주 >


▲ 고한경 변호사(법무법인 LKpartners)
서울에서 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원장은 최근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을 겪었다.

1년 전에 의사를 포함한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가 낡아 일괄적으로 교체를 한 일이 있는데 일부에서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 컴퓨터들을 산 중고상이 분해 전 호기심에서 컴퓨터를 켜보았고 수만명의 환자 관련 개인정보가 있어 이를 업자들에게 팔았다가 덜미가 잡힌 것이었다.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A원장은 수사기관으로부터 마땅히 처벌해야 하나 의료법의 처벌규정이 미비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었다. 관련 조문을 보니 이해가 갔다.

현행 의료법 제19조에는 '의료인은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의료·조산 또는 간호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로, 제21조 제1항에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돼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동법 제88조에 의하여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2개월의 자격정지라는 행정처분도 수반됨은 물론이다(선고유예나 벌금형을 받은 경우). 단, 다른 의료법의 처벌규정과 달리 위 죄들은 모두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친고죄란 범죄의 피해자나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죄를 말하는데 강간죄 등 성범죄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환자의 비밀이나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내용확인을 하도록 하는 행위를 범죄로 처벌하면서 이를 친고죄로 한 것은 아마도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여부가 결정되도록 한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려는 친고죄의 취지는, 외려 처벌의 불공평과 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요즘과 같은 전자차트 시대에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은 집단적·대량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더 흔하다.

만일 A원장의 경우처럼 당연히 삭제해야 할 내용들을 삭제하지 않고 컴퓨터를 판 것도 엄연히 환자의 정보를 유출한 경우로 볼 수 있다면, 이를 수사기관에서 일일이 환자들에게 연락해 피해사실을 알릴 수도 없고 의료기관에 그러한 의무가 부과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에, 사실상 피해자나 고소권자가 고소를 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와 같이 피해사실 자체를 모르는데 고소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 그 피해정도가 더 심각한 대량유출의 경우에 오히려 고소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나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개인정보 보호법의 시행으로 이러한 행위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볼 수는 있으나, 의료법이 독자적으로 환자의 정보를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와 1회의 행위로 수많은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침해될 수 있는 현실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친고죄 규정을 삭제하는 편이 타당하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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