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톺아보기 10
법률이 완전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간이 만들다보니 때로는 모순된 조항이 들어가거나 해석이 애매한 경우도 많다. 의사와 관련이 깊은 의료법도 마찬가지다. 어떤 조항은 해석이 애매하고 어떤 것은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
의료전문 법무법인 LKpartners(엘케이파트너즈)는 의료법의 이런 문제들을 찾아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
서울에서 정신과의원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원장 A씨는 현재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선의로 한 행위가 범죄가 되어버린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원장 A씨의 아들과 친하게 지냈던 이웃집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아버지가 가정에 소홀하여 원장 A씨가 유치원 재롱잔치 때 아빠 역할도 대신 해 줄 정도로 원장 A씨의 가족과 이웃집은 친한 사이로 지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원장 A씨는 경기도로 이사를 가게 되어 이웃집과 왕래는 끊어졌으나 아들을 통하여 가끔 전해오는 근황 정도는 알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약을 좀 처방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원장 A씨는 아이를 진단해야 하니 직접 병원으로 데려오라고 하였으나, 얼마 전 아이가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매우 예민하여 감히 정신과에 가보자는 얘기를 못한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직접 진찰하지 않고 처방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으나, 제발 우리 아이 살려주시는 셈 치고 한 번만 처방을 해달라고 간곡히 애원했다. 원장 A씨는 어쩔 수 없이 어머니로부터 아이의 상태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 아이를 ADHD 및 우울증으로 진단·처방하면서 "1주일 후에는 꼭 아이를 데려오라"고 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아이의 어머니가 원장 A씨를 찾아왔다. 약을 먹고 아이의 상태가 좋아졌는데 도저히 병원으로 오려 하지 않는다면서 1달치 처방을 더 해달라는 것이었다.
원장 A씨는 거절하려 하였으나, 현재 이혼소송 중으로 생계를 자신이 책임져야 하고, 살빼는 약으로 속여 약을 먹은 후 아이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하면서 제발 우리 아이 좀 살려달라고 하소연을 하는게 아닌가. 결국 원장 A씨는 다시 처방을 해 주게 됐고 이후 2번 정도 더 처방을 해주었는데 이혼소송 중인 아이의 아버지가 원장 A씨를 고소해 기소됐다.
현행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 따르면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발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고, 2개월 이하의 자격정지라는 행정처분도 내려진다.
의사는 시진·문진·촉진·청진 등의 행위를 통해 환자를 살피고 진단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진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위 사례처럼 환자가 병원 오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면 절대 처방해주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재고가 필요하다. 의료법상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도 처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한하여 명시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