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낸 보험료, 의사가 다 가져간다고?
국민이 낸 보험료, 의사가 다 가져간다고?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2.07.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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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글에 의사들 '격분'...공단 운영비 연간 1조원 달해

▲의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글의 일부.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올라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료는 국민건강기금의 성격으로, 한 푼도 빠짐없이 의사 선생님들, 의료인이 가져가고 있다."

이 글은 앞서 올라온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호화 건물에 근무하면서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급여의 두 배 이상을 받고 있다'는 글에 대한 반박 댓글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건보공단 직원 또는 관련 인물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이 글 주장대로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를 의사들이 전부 가져가고 있을까?

우리나라 건강보험재정은 건강보험료와 국고지원금, 그리고 담배부담금을 수입원으로 하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 건보료로 충당된다. 이렇게 모아진 돈은 요양급여비용, 즉 국민이 병의원을 이용함으로써 발생되는 진료비 등에 쓰이고, 건보공단 직원의 월급 등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관리운영비로 지출된다.

2009년도의 경우 전체 요양급여비용은 총 39조4296억 원. 아고라에 올라온 글은 이 돈을 모두 의사들이 진료비 명목으로 챙겼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건보공단 등 자료를 분석해 보면, 총 39조4296억 원 가운데 병의원 진료비로 지출된 금액은 전체의 약 절반인 52.4%(20조6615억 원)에 불과하다. 이를 뺀 나머지는 △약품비(29.6%/11조6546억 원) △치과+한방(7.1%/2조8186억 원) △약국 조제료(6.6%/2조6051억 원) △재료대(4.3%/1조6898억 원) 등으로 쓰였다.

환자를 치료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의사의 진료행위 비용이 이처럼 전체 재정의 절반 밖에 차지하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우선 진료비의 원가 보존율이 약 73%에 불과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의사들에게 마땅히 지급해야 할 돈을 약 30%나 덜 주기 때문에 진료비 비율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반면 약품비의 경우 복제약의 가격을 오리지널 대비 평균 86%까지 인정해 주고 있어 지출이 크게 늘어났다. 선진국의 경우 복제약 가격은 오리지널 대비 약 40% 정도다.

특히 약국의 조제료를 원가대비 126%나 보전해 주었다. 조제료에는 '복약지도료'란게 들어있는데, 이는 약사가 환자에게 "식후 30분에 드세요"하는 설명의 대가로 받는 돈이다. 복약지도료로 지출되는 비용만 연간 약 3000억 원이 넘는다.

결국 국민이 낸 보험료를 의사들이 전부 가져가기는커녕, 제약회사와 약국 등이 나눠 갖고 있다.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건보공단의 관리 운영비다. 2009년 관리운영비 지출액은 1조388억 원, 요양급여비용 규모 대비 3.3%에 달한다. 관리 운영비의 대부분은 건보공단 직원의 급여로 나간다. 공단 직원의 연평균 급여는 약 5359만원,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봉 2530만원의 약 두 배다.

사실이 이렇다보니 아고라에 올라온 글에 대해 일선 의사들은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개원의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진료비를 받아서 간호사·간호조무사·의료기사·행정직원 등 월급 주고, 임대료, 의료장비 감가상각비 등 병의원 운영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충당한다"며 "어떻게 보험료 걷어서 의사들에게 모두 준다는 소리를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아고라 글은) 국민을 속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글쓴이가 정말 건보공단 직원이라면 마땅히 고발감"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 글은 16일 오전 현재 조회수 2300여건에 댓글 200여개가 달리며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건보공단 직원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의사를 모독하는 악성 댓글을 조직적으로 게재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킨데 이어, 이번 아고라 글 역시 공단 직원의 것으로 밝혀질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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