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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돈 때문에 갑상선암 수술 급증한다니

시론 돈 때문에 갑상선암 수술 급증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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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7.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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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자문위원, 연세의대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 박정수(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자문위원, 연세의대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옛말에 남대문 구경도 못한 사람이 실제 구경한 사람을 이긴다는 말이 있다.

남대문에 문지방이 있다고 우기는 사람이 본 사람을 이긴다는 말이다. 진 사람은 진실은 따로 있으니까 하고 그냥 넘어간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문제에 있어 이런 일이 생기면 이것은 재앙이 된다.

얼마 전 국책연구기관(KDI)의 연구위원이 일간신문 칼럼을 통해 갑상선암이 급증한 것은 병이 아니라 시술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갑상선 검사를 적극 권하고, 조직검사와 수술이 늘어난 것은 돈 때문이라며 이를 행위별수가제도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포괄수가제를 둘러싼 대립은 의사들의 수익 보전 전략과 대승적 국가 정책의 충돌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갑상선암은 평생 악화되거나 전이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무리해서 찾거나 서둘러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이 조언했다면서 천수를 누리고 죽은 사람의 36%가 갑상선암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증거로 들었다.

모든 주장은 지금까지 나온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프랑스·오스트레일리아도 1990년 이후 갑상선암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왜 그런지 원인 규명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1973년과 2006년 갑상선암이 무려 441% 증가했다. 미국도 처음에는 KDI 연구위원이 지적했듯이 성능 좋은 초음파로 작은 암을 많이 진단해 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됐다. 왜냐하면 1cm 미만의 갑상선암이 많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1cm 이상의 암도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0년 미국의 통계를 보면 1983∼2006년까지 1cm 미만암은 19.2%, 1∼2cm는 12.3%, 2∼5cm는 10.3%, 5cm이상은 12%가 증가했다. 이러한 통계는 단순히 작은 암을 많이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은 1cm 미만과 이상을 모두 포함해 연 25%의 증가율 보이고 있다.
암의 크기가 클수록 갑상선 피막침범·림프절 전이·원격전이율이 높아지므로 치료결과가 나쁘다. 그런데 1cm미만 암도 피막침범·림프절 전이율이 30∼50%나 되니 이것도 안심할 수는 없다.

1cm미만도 피막침범·림프절 전이율 30∼50% "안심 못해"

갑상선암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도 확실히 모른다.

확실히 알려진 것은 방사선 피폭과 유전자에 이상이 있으면 갑상선암이 잘 생긴다는 것이다.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 지역에 갑상선암이 100배나 생겼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얘기다. 그리고 유전자 변이와의 관련이 갑상선유두암 5%, 수질암은 25%가 되고, 요오드 섭취가 많은 지역에 유두암이 잘 생긴다는 것도 잘 알려진 얘기다. 이중 방사선 피폭이 가장 강력한 원인 인자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도 이렇게 갑상선암이 증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역시 방사사선 피폭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그중 전산화단층촬영(CT)을 할때 요오드가 함유된 조영제가 방사선과 함께 갑상선세포의 DNA에 영향을 미쳐 암을 유발하지 않나 의심하고 있다. CT 촬영빈도와 갑상선암 발생 빈도가 비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진단용으로 몇 번 찍는 것은 문제 없으나 나이가 어린 소아나 청소년기에 남용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이외에 우리의 자연환경이 과거와는 달리 방사선 피폭에 노출될 기회가 높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앞으로 연구 과제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갑상선암의 빈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몇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알려진대로 1cm 미만 작은 갑상선암을 많이 발견해 냈기 때문이다. 미국은 갑상선암 중 50%내외가 1cm 미만 크기인데 한국은 70% 내외다.

둘째, 한국은 세계 어느나라보다도 요오드 섭취가 높은 지역이다.

셋째, 한국의 갑상선암은 원인이 되는 BRAF 유전자 변이가 70∼80%나 된다. 다른 선진국은 30∼40% 밖에 안된다. BRAF양성암은 경과가 나쁘다.

넷째, 가족성이 선진국은 5% 내외이나 우리는 10% 내외다.

KDI 연구위원은 자연사한 사람에서 갑상선암이 36% 가량 발견되니까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제 이런 얘기를 하는 학자는 없다. 조보연 서울의대 교수도 1993년에 이렇게 인터뷰를 했다가 이제는 이 견해가 틀렸음을 인정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미국의 경우 부검을 통한 갑상선암 발견율이 14%이고, 핀란드는 30%가 넘는다. 30%가 넘는 것은 부검에서 갑상선을 아주 잘게 쪼개 미세한 암세포까지 다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사후에 발견되는 갑상선암이 우리가 살고 있을 때 발견된 것과 같은 것일까? 답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우선 부검에서 발견되는 것은 크기가 1∼2mm이고, 나이는 60∼70대가 대부분으로 갑상선암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했기 때문이다.

현재 발견되는 1cm 미만암의 크기는 5∼10mm이고, 나이가 40∼50대가 최고 빈도를 보인다. BRAF등 유전자 변이도 1cm이상 큰 암과 전혀 차이가 없다.

앞으로 포괄수가제를 암 치료까지 확대하게 되면 진행형 암환자는 끝까지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사랑하는 내 가족이 포괄수가제에 묶여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하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암치료까지 포괄수가제 확대하는 것은 '재앙'

생명경외 사상은 1%의 가능성이라도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두고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처음부터 완전히 손해 보는 장사인 것이다.

필자는 30년 넘게 갑상선암을 연구하고 후학을 지도해 왔다.
최근에 갑상선암이 너무 진행된 여성환자의 양측 목 림프절, 가슴 속 종격동, 기도, 식도, 우측 성대 신경까지 퍼진 암조직을 갑상선암팀이 모두 달려 들어 최선을 다해 수술을 했음에도 다 제거하지 못해 심한 자괴감에 빠져 있다.

왜 좀더 일찍 발견해서 치료하지 못했는가? 검사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후진국에서 선교사 활동을 한 것이 무슨 죄가 되는 것인가? 가슴을 아려 내는 의사의 고통을 의료정책 연구자들은 알까?

미국갑상선학회는 1cm가 안되는 암이라도 수술을 할 것을 권고했다. 대한갑상선학회도 마찬가지다.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암은 조기에 발견해서 환자에게 큰 위해를 주지 않고 완치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다.

모든 암은 아주 작은 것에서 출발한다.
의료현장의 사정을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갑상선암 전문의사를 돈 때문에 검사를 권하고, 불필요한 수술을 하는 집단이라고 매도라는 것은 남대문에 문지방이 있다고 우기는 것과 뭐가 다른가? 과연 포괄수가제를 하면 갑상선암이 감소할까?

이런 망발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나오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폭풍 재앙이 닥쳐올지 무섭기 짝이 없다.

※ 이 글은 의협신문의 입장이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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