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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 수용' DRG 시대 개막…의대생들 반응은?

'잠정 수용' DRG 시대 개막…의대생들 반응은?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2.07.0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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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협, 학생 포괄수가제 토론회서 의협 결정 '갑론을박'
"의료 질 하락 불 보듯" vs "정치적 협상 카드 따낸 것"

"의사들이 주장하던 명분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의료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투쟁이라는 정당성이 있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국민도, 저도 납득하기 힘들 것 같아요."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정치력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얻은 셈이죠. 더 큰 미래를 봤을 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 아니었을까요."

▲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주최로 열린 학생 포괄수가제 토론회. ⓒ의협신문 이은빈

예비 의사들이 본 포괄수가제(DRG)는 어떤 제도일까.

1일 논란 끝에 7가지 수술 입원진료비에 대한 포괄수가제가 전면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시행 하루 전날 학생들이 모여 제도 도입을 둘러싼 공과를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6월 30일 서울시의사회관 동아홀에서 '학생 포괄수가제 토론회'를 열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에는 전국 의대·의전원 소속 학생 1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포괄수가제와 행위별 수가제를 비교 발표한 이영재 의대협 정책국장은 "제도가 시행되면 해당 질병군에 대해 과잉진료가 억제되는 측면이 있지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란 불가능해진다"면서 "과소·저급치료를 유발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으로 의료민영화가 촉발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의료비 예측이 가능해지면서 민간보험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되리라는 것.

'포괄수가제도의 그림자'를 주제로 발표한 남기훈 의장은 "요양급여비에서 공단이 부담하는 금액은 늘고, 민간보험사들은 본인부담금의 직급비용을 낮출 수 있어 리스크가 저하되는 효과가 있다"며 "포괄수가제와 의료민영화 추진 움직임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선을 전제로 포괄수가제를 잠정 수용한 의협의 결정과 관련, 학생들은 전문가 단체가 갖춰야할 역량을 두고 심도 있는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집단으로서 어느 정도의 정치성을 드러내는 게 윤리적으로 적합한지, 여기에서 아직 학생 신분인 의대생들이 기성 세대와 같은 노선을 택하는 게 옳은 판단인지에 대한 고민이 묻어났다. 

"환자에게 안 좋은 제도임은 확실…학생 의견 모으자" 

고신의대의 한 학생은 "포괄수가제가 환자에게 좋지 않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반대하는 게 맞기 때문에, 순수성을 무기로 우리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의협이 너무 성급하게 수술 연기를 철회하고 잠정적 수용 결정을 내린 건 아닌지, 잠정적 보류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용 연세의대 학생회장은 "한국의료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당장은 건정심 사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의사로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인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의협의 결정은 납득 가능한 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포괄수가제 논란 이면의 수가체제 문제를 떠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구가톨릭의대의 한 학생은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는 기저에는 저수가로 인해 야기되는 상업화 문제가 깔려 있다. 의사들은 수가를 올리면 다 해결될 것처럼 얘기하지만 저부담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며 "복지와 건강보험에서 정부와 기업 지출이 너무 적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학생은 이어 "정부 부담을 늘리라고 압박해서 국민과 함께 가는 방향을 선택해야지, 한정된 재원에서 수가만 더 올려달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등지는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남기훈 의장은 "의협의 결정은 어쨌든 입장이 바뀐 것이기에 실망감도 들었지만, 현실에서 더 큰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정치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하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 토론회는 그러한 과정을 밟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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