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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 지자체·의사회 협력모델 '눈길'

자살예방 지자체·의사회 협력모델 '눈길'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2.06.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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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사회 26일 '자살예방 공동 워크숍'
자살 한 달 전 10명 중 7명 동네의원 방문…의사 역할 중요

▲ 민주통합당 우원식 의원, 노원구의사회 최창수 부회장·장현재 회장·이인재 부회장, 전성일 노원정신보건센터장, 김성환 노원구청장이 자살예방 공동워크숍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왼쪽부터).ⓒ의협신문 송성철
한국은 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이 28.1로 OECD 가입국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0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1만 5566명. 하루 평균 42.6명이 자살로 사망하고 있다. 33분 마다 1명이 자살로 사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1992년 사망원인 10위권이던 자살은 2007년 4위권까지 올라선 후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10년 자살 사망자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5015명) 보다 약 3배 가량 높은 실정이다.

의학계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전인구의 5%인 2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살은 관계가 있는 모든 사람에게 상실감을 느끼게 하며 한 명이 자살할 경우 가족·친구 등 영향을 받는 사람이 10명이나 된다"며 "이들 대부분이 큰 충격을 받고 죄책감·수치감·분노·혼란 등을 경험하고, 2차적으로 따라 죽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이는 자살 위험에 노출된다"고 밝혔다.

자살로 인한 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연간 자살과 자살시도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5조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자살 사망자 1만 5566명…교통사고 사망자 3배

자살예방을 비롯한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정부는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정신질환 조기발견과 예방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지역사회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낮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자살예방팀과 생명존중팀을 만들어 자살예방 활동에 선구자 역할을 해 온 서울 노원구가 지역의사회와 손잡고 자살예방을 위한 지역의료 협력모델을 추진, 눈길을 끌고 있다.

노원구와 노원구의사회는 26일 노원구청 대강당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의사의 역할과 전략'을 주제로 공동워크숍을 열고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신보건사업이 지역사회 단위에서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자원을 조직화하고, 연계협력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이번 공동워크숍은 지자체와 지역의사회가 자살예방을 위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워크숍에는 노원구의사회에 적은 둔 287명의 회원 중 1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노원구도 2010년까지는 자살예방에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2009년 서울지역 25개 지자체 가운데 자살자수 1위(180명), 10만 명당 자살률 7위(29.3명)라는 오명을 안고 있을 정도였다.

이랬던 노원구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10년 7월 김성환 노원구청장이 취임하면서부터. 김 구청장은 "자살예방은 우주를 살리는 것과 같다"며 전담팀을 만들고, 자살예방사업 조례를 신설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날 공동워크숍에서 '노원구 생명존중문화 조성 및 자살예방사업 경과'를 보고한 왕난옥 노원구 보건위생과장은 "노원정신보건센터를 중심으로 주민복지협의회·주민센터·경찰서·소방서·의료기관 등의 지역사회 단체와의 연계망을 구축하고, 취약계층 마음건강평가·자살위험군 휴먼서비스·자살시도자 사후관리·생명존중 문화 조성 캠페인 등이 추진되면서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노원구의 인구 10만 명 당 자살률은 2009년 29.3명에서 2011년 21.2명으로, 같은 기간 자살자는 180명에서 128명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노원구는 10만 명당 자살률을 2017년까지 OECD 국가 평균인 11.2명까지 낮추기 위해서는 지역의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절실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노원구와 노원구의사회가 공동워크숍을 열기로 마음을 맞춘 것은 자살자의 90%가 자살을 감행하기 전에 1차의료기관(동네의원)을 방문하고 있으며, 76%는 자살을 감행하기 한 달 이내에 동네의원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연구보고에 공감했기 때문.

장현재 노원구의사회장은 "지난해 11월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주최한 워크숍에서 발표된 연구보고에 따르면 1차 의료기관의 의사들이 자살 고위험군을 누구보다 자주 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자살예방에 있어 동네의사들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구청장을 비롯한 구청 공무원들과 인식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장 회장은 "의사 3명 가운데 1명이 치료하던 환자의 자살을 경험했을 정도로 동네의사들이 자살 고위험자들을 자주 접하고 있다"며 "1차 의료 단계부터 자살예방 활동에 참여한다면 OECD 최고 수준의 자살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살 고위험자 대부분 동네의원 방문

▲ 최상철 노원구의사회 의무이사(디딤정신건강의학과의원)가 '자살예방을 위한 의사의 역할'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공동워크숍에서 '자살예방을 위한 의사의 역할'에 대해 발표한 최상철 노원구의사회 의무이사(디딤정신건강의학과)는 "자살의 단일원인 1위인 우울증은 의지의 부족이나 나약함이 아닌 뇌의 물리적 구조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인한 질병인 만큼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동네의사들이 관심을 갖고 조기에 발견해 24시간 자살예방 핫라인(1577-0199)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 의무이사는 "자살 고위험자의 경우에는 가족에게 알려 절대 혼자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자신이나 타인을 해할 위험이 큰 경우에는 정신보건법에 따라 환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 절차를 밟으면 정신의료기관에 72시간 범위내에서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고, 가족이나 보호자가 없는 경우에는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현구 노원정신보건센터 자살예방사후관리팀장은 "1차 의료인을 대상으로 자살 고위험군 홍보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발견율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그만큼 1차 의료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원구는 지역의사 회원들이 진료실에서 간단하게 자살 고위험자를 평가하고, 노원정신보건센터(☎2116-4300)를 소개한 스티커와 명함을 제작, 구의사회를 통해 개원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워크숍에 참석한 민주통합당 우원식 의원은 "노원구의 생명지킴이 활동은 행정을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낸 좋은 선례를 남겼다"면서 "국가 전체로 퍼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고민을 안고 간다"고 격려했다.

▲ 공동 워크숍 열린토론에서 패널들이 자살예방을 위한 의학적 치료환경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강원 노원구 보건소장, 장순기 좌장(노원정신건강의학과), 장현재 노원구의사회장, 전성일 노원정신보건센터장.ⓒ의협신문 송성철
장순기 원장(노원정신의학과)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열린토론에서는 '효과적인 자살예방을 위한 의학적 치료환경'을 주제로 전성일 노원정신보건센터장·장현재 회장·박강원 노원구보건소장 등이 패널로 나서 참석 회원들과  함께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제안을 들었다.

박강원 노원구 보건소장은 "지역사회에서 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하게 되면 적절한 위기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예방하며,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활동이 중요하다"며 조기발견과 예방에 무게를 실었다.

공동워크숍을 준비한 장현재 노원구의사회장은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한 때 10만 명 당 사망률이 30명을 넘어서면서 OECD 최다 사망률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매년 정부가 40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하고, 교통문화를 정립하는데 힘쓰면서 사망률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면서 "교통사고 사망률 낮추기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자살률을 절반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과 함께 지자체 단위에서 지역의사회와의 협력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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