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06:00 (토)
망토와 완화요법 그리고 심방과 개의 귀

망토와 완화요법 그리고 심방과 개의 귀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2.04.20 10:27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학용어에는 행동하는 모습, 사물의 형태 내지 기능을 묘사한 것이 많다. 머리의 꼭대기 부분을 vertex(마루점(~點), 두정(頭頂))라고 하는데 이는 라틴어 동사 vertere(돌리다)의 명사형이다.

즉 vertex는 라틴어로 '소용돌이, 회오리바람, 산꼭대기, 머리의 맨 위'를 뜻한다. 사람의 머리 꼭대기에는 가마가 있는데 이 부위에 있는 머리카락의 모양은 마치 머리카락이 회오리치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코털을 가리키는 용어는 vibrissa이며 이는 라틴어 vibrare(흔들다. 떨리다)에서 유래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코털을 뽑곤 한다. 이때 그 사람은 반사적으로 머리를 흔들거나 뒤로 젖히게 된다. 이와 같이 코털을 뽑을 때 머리를 흔든다고 해서 코털에 이 같은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심장의 심실과 심방사이에는 판막이 있으며 좌심실과 좌심방사이의 판막은 2개의 판으로 되어 있어 이를 이첨판(二尖瓣, bicuspid valve)이라고 하며 다른 말로는 승모판(僧帽瓣, mitral valve)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스님의 모자라는 뜻에서 승모라고 하였으나 원래 miter는 천주교 주교가 쓰는 관(冠)으로서 그리스어/라틴어의 mitra(머리띠, 두건, 터반(turban))에서 유래되었다. miter의 윗부분은 뾰족한 삼각형 판이 양쪽으로 갈라진 모양을 하고 있다.

벨기에 해부학자 Vesalius는 좌심실과 좌심방 사이에 있는 이첨판의 모양이 miter와 비슷하다고 하여 16세기에 이같이 이름 붙였다.

의학에서 질병을 근본적으로 완치시키지는 못하고 다만 고통이나 증상 일부만 경감시키는 치료를 palliative treatment(완화요법)라고 한다. 그런데 palliative(완화의, 경감의)라는 용어는 그 유래가 의외이다.

palliative는 라틴어 명사 pallium과 이의 형용사형인 palliatus로부터 유래되었다. pallium은 고대 그리스 로마 학자들이 왼쪽 어깨에만 걸치게 되어있는 한쪽만 소매가 있는 외투, 망토를 말한다.

즉 이 망토는 몸의 일부만 덮는 의상인 것이다. 이는 의학에서 질병을 근본적으로 완치시키지 못하고 증상만 완화시키는 것을 한쪽 어깨만 걸치는 망토를 입는 것과 연상시켜 만들어진 용어이다.

심장의 구조에서 심방은 atrium 또는 auricle이라는 용어를 둘 다 쓴다. atrium은 원래 고대 로마시대 집 입구에 있는 지붕이 없이 열린 공간인 현관 앞마당을 가리키던 용어이다. 이에 연유하여 혈액이 처음으로 심장에 들어오는 곳, 즉 심방은 심장의 현관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용어이다.

auricle은 라틴어 auris(귀[耳])의 축소형인 auricula에서 유래된 것이다. 즉 심방의 모양이 축 늘어진 개의 귀와 비슷한데서 붙여진 용어이다. 창자에 차있는 가스를 배출하게 하는 약, 즉 위장내 가스 배출제를 carminative라고 한다.

이 역시 창자의 가스와는 상관없는 용어로 '양털을 빗질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carminare에서 유래되었다. 이는 아마도 양털을 빗질하는 것은 털이 엉킨 것을 풀어주는 목적이므로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물질, 가스 등을 제거한다는 뜻으로 붙여진 것으로 생각한다.

박하를 이 목적으로 과거에 많이 사용하였으며 요즘 식당 계산대에 박하사탕을 두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과학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박하는 하부식도 괄약근을 이완하여 위에 있는 가스를 트림을 통해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연세의대 약리학>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