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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받은 것을 다시 돌려드렸을 뿐"

"제가 받은 것을 다시 돌려드렸을 뿐"

  • 이영재 기자 garden@doctorsnews.co.kr
  • 승인 2012.03.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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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보령의료봉사상 대상 수상자 이승현 원장(대구·삼성안과의원)

세상살이가 그저 감사하다. 순간순간 살아온 일들이 그렇고 자신을 대접해준 사회가 고맙다. 이 땅이 아니면 이 곳 사람이 아니면 나의 존재를 이만치 알아줄까 생각했다. 별로 다를 것 없는 인생에게는 과분한 혜택이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많은 사랑과 배려를 어떻게 갚을까. 그랬다. 그래서 그는 작은 몸짓이지만 다른 이에게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제28회 보령의료봉사상 대상 수상자 이승현 원장(대구·삼성안과의원)에게 봉사는 은혜의 선순환이다.

그는 이 상이 무척 무겁다. 상을 받으려고 한 일이 아니었기에 상을 받을 만한 일인지 걱정이고 상을 받아도 되는지 또 고민이다. '꽃중년'의 부드러운 외모와 공수부대 출신답게 건장한 체격에는 강함과 부드러움이 섞여있다. 그런 그가 내보이는 여린 속내가 낯설다.

한데 그 낯설음이 낯익다. 지나온 시간의 고뇌와 함께 겸양이 느껴진다. 그의 시간 속에는 아프고 힘든 이들과 함께 했던 일들이 녹아있다. 세월을 되짚고 추억을 더듬고 그 속에서 그의 지나온 삶을 되살린다.

▲ 이승현 원장에게 봉사와 기부는 되돌림이다. 아무 것도 없던 자신에게 삶을 채워준 이웃에 대한 감사다.

개원과 함께 시작한 무의촌·복지센터 진료

1997년 개원하면서 본격적으로 봉사는 시작된다. 평소 가깝던 환자 가운데 개척교회 목사 몇 분의 소개를 통해 무의촌 지역을 소개받고 경상북도 청송·군위·고령군과 통영 아래 사량도 등지로 매달 진료를 나가게 된다. 봉사를 위한 발걸음이었지만 어느 곳이나 그에게는 새로움 자체였다.

진료를 통해 환자를 만나는 새로움도 있었지만 그의 가슴 한 켠에는 한적한 바닷가 마을도 외딴 동네 어귀도 그대로 살아 움직였다. 굽어진 시골길을 걸을 때도 평온한 농촌 마을을 만날 때도 언제다시 이런 곳을 찾을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다가섰다.

이렇게 사람과 자연을 만날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인연이었다. 그런 마음이 있어서 그의 발길은 멈추지 않았던 듯 하다. 사람을 좋아하고 세상살이의 흔적과 자연의 허허로움이 좋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즐길수까지 있으니 행복했다. 아니 좋아하는 일을 더 좋아하기 위해 즐기는 방법까지 마음에 담았으리라.

시간이 흘러 그가 들렀던 몇몇 마을에는 병·의원이 생기게 됐고 자연스레 무의촌 진료는 멈출수 밖에 없었다. 지인의 소개로 찾기 시작한 경남 합천 원폭피해자 복지센터에서도 살천스레 몸을 파고드는 고통과 고령으로 인해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이들의 아픔을 곁에서 나누었다.

녹내장·백내장으로 어두워져 가는 세상, 두려움에 앞에 선 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게 했다. 그렇게 수 백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50여년을 형극의 세월 속에 살아온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작은 기쁨이었기에 스스로가 더 큰 위로를 받았다. 고령인 환자들이 돌아가시면서 다시 볼 수 없게 되는 아쉬움은 늘어갔지만….

좋은 세상을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교육

그에게 나누는 삶은 두가지다. 재능기부와 금전기부. 둘 모두에서 스스로의 다짐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장학재단을 만들고 싶었다. 개원 후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것들을 조금이라도 갚아나가기 위해서였다.

3억원을 재단 종잣돈으로 장학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생각은 IMF를 지나면서 은행 이율이 급격하게 떨어져 사업 시행이 어려워지면서 포기했다. 대신 매년 3000만원씩 기부하기로 마음 먹는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교육이라는 생각에서 기부처는 모교인 계명의대로 정했다.

2001년 시작된 '삼성안과장학금' 기부는 올해로 12년째를 맞는다. 처음 생각한 액수대로라면 벌써 이태전에 채웠겠지만 마음속 다짐은 기간을 20년으로 늘렸다.

가슴으로 남긴 '20년의 약속'

장학금을 받는 자격은 성적순이 아니다. 첫 해부터 정해놓은 규칙이다. 성적으로 받는 장학금은 의미없다는 지론이다.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학업외에 다른 일을 하게 되고 그래서 성적이 뒤처지는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장학금은 교수들의 연구기금으로도 쓰인다. 1년에 두 편씩 논문을 선정해 500만원 씩 지원한다. 해가 쌓여 그 논문이 20여편이 넘었다. 20년 기부 약속이 지켜지면 연구논문도 40편에 이르게 된다. 그는 뿌듯하다. 무엇보다 '삼성안과장학금'의 이름으로, '이승현'의 이름으로 차곡차곡 높아져 가는 논문집들이 그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봉사는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것

봉사는 스스로에게 엔돌핀을 생성하게 하는 일이라는 그는 대한의사협회 같은 곳에서 의료의 손길이 필요한 곳과 봉사를 원하는 의사들을 맺어주는 일을 해주기를 바란다. 봉사를 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누구를 대상으로 해야 할지 머뭇거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을 삶의 지표로 삼는다.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고 그들의 행복감을 같이 느끼고 싶다. 수술을 많이 하는 그는 사실 안과술기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콘택트렌즈이식술·라섹수술 등을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시행했고, 지금은 노안수술 등 어렵고 위험도가 높은 수술에도 시선을 옮긴다. 한계를 갖지 않으려는 그는 고통이 뒤따를 수 있는 길을 가지만, 한 순간에 지금까지 쌓아올린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지만 사회를 향해, 환자들의 아픔을 위해 한걸음씩 더 내딛는다.

인터넷 여론조작이 난무하는 사이버공간의 환자 유인행위들. 실력이 인정받을 수 없는 여건들. 갈수록 어려워지는 개원 환경들…. 고민거리도 많다. 그러나 함께 나눠야 할 대상이 있고, 올바른 진료를 이어가야 할 사명이 있고, 마음을 주고 받을 이웃들이 있기에 걱정만 앞세울 수 없다.

남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던 그가 자신의 상찬에는 쑥스러운 미소로 대신한다. "살면서 할 수 있는 만큼 한 것 뿐입니다." 그 미소에, 그 한마디에 진심이 비친다.

그에게 봉사와 기부는 되돌림이다. 아무것도 없던 자신에게 삶을 채워준 사회와 이웃에 대한 감사다.

세상의 값진 것은 쉽게 찾을 수 없지만 찾고 나면 함께 행복해진다. 그 행복을 그에게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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