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3 17:54 (화)
한국의학, 미국 의사가 표절

한국의학, 미국 의사가 표절

  • 조명덕 기자 mdcho@doctorsnews.co.kr
  • 승인 2012.03.15 06:56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혜원, 양희준 교수 논문 그림 도용...사과 및 정정 후 재발행 약속

미국의 의과대학 교수가 논문을 쓰면서 한국 의학자의 논문에 사용된 그림을 무단으로 자신의 논문에 도용해 표절 시비가 일었으나, 해당 논문을 게재한 학술지와 출판사가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해당 논문의 내용을 정정한 후 다시 발행하기로 해 일단락됐다.

▲ 한국 논문에 사용된 그림이, 리 커크시 교수의 논문에 무단도용돼 게재돼 있다.
사건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의대 리 커크시(Lee Kirksey) 교수(프레즈비티리언 메디칼센터 외과)가 지난해 11월 신장학 분야의 SCI 저널 <세미나즈 인 다이얼리시스(Seminars in Dialysis)>(IF 2.660)에 발표한 논문에, 2008년 발행된 대한의학회 영문학술지 <JKMS>(IF 0.832ㆍ23권 5호)에 게재된 논문 'Variation of Superficial Brachial Altery in Korean Cadavers'에 사용된 그림 2장을 인용하면서 시작됐다. 2008년 원논문의 책임저자는 이혜원 연세의대 교수(해부학교실), 제1저자는 당시 연세의대에 재직하던 양희준 교수(고신의대 해부학교실)다.

<JKMS>는 상업적 목적이 아닌 학술적 목적을 위해서는 게재된 논문을 누구나 인용할 수 있는 '오픈 액서스'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누구나 출처만 밝힌다면 <JKMS>의 내용을 인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리 커크시 교수는 출처를 밝히지 않고 그림을 인용해 문제가 된 것이다.

자신의 논문에 사용된 그림이 리 커크시 교수의 논문에 그대로 게재된 사실을 발견한 양희준 교수가 5일 <JKMS> 편집인인 홍성태 의학회 간행이사(서울의대 교수ㆍ기생충학교실)에게 이 사실을 제보하면서 국내에 알려지게 됐다. 홍성태 이사는 6일 리 커크시 교수의 논문이 게재된 저널의 편집인 리차드 셔먼 교수(뉴저지의치학대학)에게 한국 논문의 그림이 도용된 경위에 대한 조사와 함께 사과를 요구했다.

홍 이사의 항의메일을 받은 리차드 셔먼 편집인은 "놀랐다"는 반응과 함께 "논문을 발표한 리 커크시 교수와, 이 저널을 출판한 와일리(Wiley) 사의 스테판 애쉬 편집인에게 이같은 사실을 통지하겠다"고, 이어 스테판 애쉬 편집인도 "심각한 문제"라고 언급하고 "저자의 사과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11일 홍 이사에게 메일을 보낸 저자 리 커크시 교수는 "논문 작성을 도와준 학생이 레퍼런스에 대한 개념이 없어 실수한 것 같다"고 해명했으며, "그림의 출처를 확인할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는 홍 이사의 질문에 "명백한 실수"라며 "다른 자료 처럼 해당 그림의 출처도 논문에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았다"고 해명했다.

미국의 출판사와 저널 및 저자는 공식사과문을 게재하고, 해당논문에 사용된 그림의 출처를 밝히는 등 정정을 거쳐 다시 발행하겠다고 13일 약속했다.

한편 홍 이사는 "리 커크시 교수는 혈액투석 때 동맥혈관을 투석기로 연결하는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외과의사로서, 한국의 원논문에 사용된 그림이 자신의 논문에 반드시 필요한 자료였다"며 "연구하는 사람들끼리 지식을 공유하자는 것이 논문의 취지이기는 하지만, 출처를 밝히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표절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JKMS>의 편집인으로서 저작권 침해에 대해 사과와 함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게 됐다"며 "이같은 경우 논문의 취소도 요구할 수 있지만, 국내 논문을 미국 의학계에서 인용한 것은 <JKMS>는 물론 한국의학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정정후 재발행'이 더 효율적인 대처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