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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06:00 (금)
황당한 매질에 충격 '일파만파'
황당한 매질에 충격 '일파만파'
  • 오윤수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2.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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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교과서 사건…왜곡된 의사 이미지 '일방 매질'

`왜곡된 일본의 역사교과서 수정에 대한 수준으로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교과서를 만드는 담당자가 정부의 시녀노릇이나 한다면, 이 나라의 장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 `황당함을 금할 수 없다. 결국, 행동하기를 강요받을 뿐이다.'

이른바 `도덕교과서 사건'이 의료계내에서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이번 문제 만큼은 절대 호락호락 넘겨서는 안된다”고 많은 회원들이 강하게 분개하고 나섰다. 의협 홈페이지(www.kma.org)에 접속한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의료계를 깎아 내리기 위해 악의적으로 의도적인 것”이라며 “모든 회원들이 심각한 반성을 통해 분명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가 인하'라는 태풍과 동시에 몰아닥친 `도덕교과서 사건'의 발단 배경은 이렇다.

보험료 인상과 맞물려 수가를 인하하려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파행 운영에 대응하기 위해 2월 26일 긴급 소집된 국건투 회의에서 경상북도의사회 변영우 회장은 “한 회원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며 팩스로 받은 문제의 자료를 공개했다.

보험재정을 파탄나게 한 실패한 의약분업 정책을 규탄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 올바른 의료정책을 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선 의사단체의 시위 사진을 담고 있는 도덕교과서에는 이렇다 할 보충설명 한줄 없이 “집단 이기주의는 공동체 붕괴의 중요한 원인이다”고 사진설명을 달았다.

이를 접한 국건투 위원 등 회의 참석자들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지금까지 겪지 못한 `강한 충격'을 받은 것이 역력히 보였다.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회원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난 교과서 80쪽에는 `도덕 공동체의 약화 요인'이라는 소단락에서 집단이기주의와 이로 인해 점점 약해지고 있는 `도덕 공동체'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예문에서는 도덕공동체 붕괴 현상과 관련하여 장애인 학교와 혐오시설 등 이른바 님비현상(NIMBY)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지만, 관련 사진은 본문 내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의사단체의 결의대회 사진을 실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집단 이기주의의 표상이며, 마치 공동체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인 양 기정 사실화 했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편찬한 도덕교과서에 이 내용이 실렸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교과서 학습을 통해 도덕적 가치 판단이 서투른 소위 `주변기'로 불리우는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의사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도덕교과서 사건'은 그 파장이 쉽게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턴가 `의사=가진자' 혹은 `특권층'이라는 등식으로 분류되면서, 조세 문제 등 정부의 온갖 공격에 고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분업의 부작용' 역시 정부의 실정에서 야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의사들 때문에 재정파탄이 불거진 것 처럼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급기야 보험재정 안정화라는 미명하에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보험수가에 대한 `편법 인하'가 단행되었지만, 새학기를 불과 며칠 앞두고 터진 `도덕 교과서' 파문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의협은 2월 28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교과서 대책위원회(위원장·김건상, 간사·이창훈 의무이사·정효성 법제이사)'를 긴급히 구성하여 이에 대한 즉각적인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에 대해 “특정 단체 또는 전문가에 대한 심각한 모독행위인 동시에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다. 이번 일은 이해나 양보 차원이 아니다”며 분명하고 강도높은 대응의지를 천명하며, 수습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효성 법제이사는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이번 행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작태”라며 “▲가처분 신청 ▲출판물에 의한 명예 훼손 ▲초상권 침해 등 민, 형사상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피력했다.

정부는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책실험을 단행하여 보험재정 파탄과 국민불편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유발시켰다. 이 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개선방안은 모색하지 않고, 거꾸로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의료계에 떠 넘기며 여론몰이식으로 의사들을 매도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자라나는 청소년과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일선 교사들에게 `의사단체는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식으로 일방적인 매질을 가하고 있다.

전국민에게 `분업 실정'에 따른 참을 수 없는 경제적·육체적 고통을 안겨주고도 이에 대한 정책 입안자는 단 한명도 문책을 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권투쟁 과정에서 억울한 죽음과 옥살이를 감내해야 했다.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로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 조차도 박탈당하면서 저수가의 그늘 아래서 십수년간 인내해 오고 있는 것이 의료계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에 과연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런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나라의 장래를 결정할 수 있는 도덕적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많은 물의를 일으킨 이번 도덕교과서 관련 인사들의 엄정한 책임과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의약분업을 정착시킬 의지가 있다면 교과서를 통해 특정 집단을 매도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올바른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학생과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계몽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의료계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숙한 면모를 과시할 수 있도록 사회적 위상을 되짚어 볼 수 있는 보다 진지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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