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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행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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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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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이혁(대한의사협회 고문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 총재)

인간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갖가지 욕구를 가지며, 그것이 충족되기를 바라는데, 그러한 욕구가 충만되어 있는 상태, 또는 그때에 생기는 만족감을 행복(happiness)이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 어떠한 욕구의 만족을 구하고 있는가에 따라 행복의 내용도 가지각색일 수밖에 없다.

감성적 요구의 만족에서만 행복을 구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쾌락 주의자'로 불린다. 이 경우의 행복은 감성적 쾌락을 뜻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에피크로스(Epicurus, BC 342-BC 270)는 이 종류의 쾌락주의를 주장했던 까닭에 쾌락주의자를 에피큐리언(Epicurea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에피크로스 자신은 반대로 참다운 행복은 어떤 욕구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경지에 있다고 보았다.

동양에서 회자되는 '깨달음의 경지'나 '무(無)의 경지'라는 것이 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감성적 욕구의 만족이 아니고, 정신적 안정을 구하는 욕구의 만족이다.

스토아학파 사람들도 이성의 지시에 따라 자신을 다스리고, 극기 금욕적(克己 禁慾的)으로 사는 데서 행복을 발견했다고 한다. 스토아학파는 BC 3세기부터 로마제정 말기에 이르는 고대후기를 대표하는 고대 그리스철학의 유파이다.

제논(Zenon ho Eleates, BC 490-BC 430)이 창시한 그리스 철학의 한 파인데, 윤리를 중심 과제로 하고 준엄한 도덕주의와 엄격한 의무의 준수를 주장했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를 스토익(stoic)이라고 하는데, 극기파 또는 금욕주의자라는 뜻이다.

제논이 아테네 아고라의 stoa(주랑·柱廊, 여러 개의 기둥만 나란히 서 있고 벽이 없는 복도)에서 가르쳤기 때문에 그 제자들을 '스토아파(주랑의 사람들)'라고 불렀다.

스토아파의 특징은 지혜(신과 인간의 일에 대한 지식)의 실천적 성격에 있으며 이 원리에 바탕을 둔 스토아 철학은 고대철학 원리에 주체적인 반성의 철학이 되었다.

행복지수(幸福指數·Happiness Index, HPI)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스스로 측정하는 지수를 말한다.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Carol Rothwell)과 인생상담사 코언(Peter Cohen)이 만들어 2002년 발표한 행복공식이다. 이들은 18년 동안 1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80가지 상황 속에서 자신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5가지 상황을 고르게 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행복은 인생관·적응력·유연성 등 개인적 특성을 나타내는 P(person), 건강·돈·인간관계 등 생존조건을 가르키는 E(existence), 야망·자존심·기대·유머 등 고차원 상태를 의미하는 H(higher order)등 3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3요소 중에서도 생존조건인 E가 개인적 특성인 P보다 5배 더 중요하고, 고차원 상태인 H는 P보다 3배 더 중요한 것으로 판단하여 행복지수를 P+(5× E)+3×H로 공식화 했다. 행복지수를 산출하기 위해 다음의 4가지 항목을 제시하고, 각 항목은 0점에서 10점까지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① 나는 외향적이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편이다(P 지수).
② 나는 긍정적이고, 우울하고 침체된 기분에서 비교적 빨리 벗어 나며 스스로 잘 통제한다(P 지수).
③ 나는 건강·돈·안전·자유 등 나의 조건에 만족한다(E 지수).
④ 나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고 내 일에 몰두하는 편이며, 자신이 세운 기대치를 달성하고 있다(H 지수).

①과 ②를 더한 점수에 ③ 점수의 5배, ④ 점수의 3배를 더하면 행복지수가 산출되는데, 만점인 100점에 근접할수록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신에게 시간을 쏟을 것 ▲흥미와 취미를 추구할 것 ▲밀접한 대인관계를 맺을 것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날 것 ▲현재에 몰두하고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지 말 것 ▲운동하고 휴식할 것 ▲항상 최선을 다하되 가능한 목표를 가질 것 등 7가지에 힘쓰도록 강조하고 있다.

불행한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사람의 일생에는 행복과 불행이 반반 정도 있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깊이 살펴보면 인생이란 그렇게 공평한 것은 아니다. 나이 들수록 이런 생각이 더 들게 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불행이 연속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프리카에서 많은 에이즈 어린이를 보고, 어린이들의 공통점이 웃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작가가 있다. 어린이들은 웃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좋은 일이 없다면서, 상을 찡그리며 우는 어린이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힘이 없어서 잘 일어서지도 못한다. 어머니 입장에서도 현세(現世)는 악몽일 수밖에 없다. 남편에게서 에이즈에 감염되고. 그로 인해 하나 뿐인 자식을 잃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 부인도 얼마 후에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와 같은 경우는 극단적인 불행의 예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불행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빚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도 있고, 보험금 때문에 남편을 살해하는 부인도 있다.

필자는 1966년 경제기획원, 보건사회부, 서울특별시, USOM(미국 원조기관) 등의 지원으로 1966년 7∼8월(하계조사)과 1967년 1∼2월(동계조사)에 서울시내 영세민에 관한 연구를 실시한 일이 있었다. 1967년 7월에 <도시영세민에 관한 연구>라는 보고서를 출간하여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연구에는 박형종·김태룡·강길원 선생 등이 동참했고, 서울대 보건대학원학생 11명과 이화여대 사회학과 학생 3명 등 14명이 조사원으로 활약했다.

당시로서는 대단히 귀중하고 희귀한 연구였던 까닭에, 그 결과가 <동아일보>에 연재되기도 했다.

서울시내의 하천변 영세지역·평지 영세지역·구능(丘陵) 영세지역·한강변 영세지역에 소재한 1만 3159개 가구를 대상으로 하였는데, 조사대상 지역과 가구는 서울시청·구청·동사무소 직원의 판단에 따라 불량주택에서 살고, 교육·문화·생활수준이 낮은 영세민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이들의 생활 상태는 상상이하였는데, 그 후 이들의 상황이 어찌 변화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당시는 행복지수 같은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분야의 일들을 그대로 넘겨 버린 것이 후회스럽다.

빈곤하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할 수는 없는데, 어쨌든 행복 문제를 등한시 했던 사실이 몹시 아쉬워진다.

1992년 6월에 UN 환경개발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f Environment and Development, UNCED)에 참석하기 위해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를 방문한 일이 있다. 당시 나는 환경처 장관이었으며, 사절단장인 정원식 총리를 비롯하여 15명이 참석했다. 코파카바나 해변가에 있던 숙소로부터 회의장까지는 자동차로 약 40분 걸렸다.

하루는 리우 데 자네이루 시내를 관광했는데, 안내하던 가이드가 "저기가 세계에서 제일 큰 빈민굴인데 약 10만명이 살고 있으며, 경찰관은 물론이고 아무도 출입할 수없는 지역"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그러더니 저기서 사는 주민들은 전기와 물을 시에서 공짜로 공급받고 있어서, 자신들이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닌게 아니라 그러한 사고방식도 성립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

궁궐에 살면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사람이 꼭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이론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생활을 하는 사람 역시 나름대로의 고민은 있게 마련이고 자신을 불행한 존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필자는 행복이란 불행을 경험하는데서 나온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이 세상에 불행이 없는 인생이란 있을 수 없는 법인데, 이 불행에서 사람은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불행에서 벗어나면 행복이 기다리고 있는 법이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자기가 속하고 있는 위치에 만족하고, 불행한 입장에 있지 않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면 여기서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앞에서도 적은 바와 같이 우리 주위에서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일, 비참한 현실 등은 수없이 많다.

이러한 때에 가장 중요한 처세는 "내 자신은 그렇지 않으니 참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자기의 존재에 감사하는 사람은 재 빨리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불행이나 좌절이, 행복을 향한 필수조건이라고 이해한다면 언제고 불행은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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