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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재활원과의 20년 인연은 설렘이고 선물입니다

강원재활원과의 20년 인연은 설렘이고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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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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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태 원장(연세강이비인후과)

 
전국적인 '도가니' 열풍으로 소외된 장애아들에게 관심을 가지자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이제 와서도 참 다행스런 일이다.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에 위치한 강원재활원에는 훨씬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의사가 있으니, 바로 강석태 원장이다.

강석태 원장의 도움은 비단 의료 분야에만 머물지 않는다. 올 초엔 여름만 되면 에어컨이 없어 진땀을 흘려야 했던 이들의 방에 에어콘을 설치했고 이들이 바깥나들이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소풍을 주선했다.

어려운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던 강 원장은 별 일 아니었다며 '의료봉사상'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을 전했지만, 의사로서 의료 행위가 아닌 다른 차원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강석태 원장이 강원재활원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도 초부터다.

대학병원의 전공의 시절, 재활원의 환자들을 보게 되면서 시작하게 됐고, 전문의 취득 후 춘천의료원 이비인후과 과장을 지내며 자주 만나게 됐다. 그 이후 연세강이비인후과를 개업했지만, 재활원 사람들은 계속해서 강석태 원장을 찾았다.

"수년 후에야 왜 계속 나를 찾아 진료를 받는지 알게 됐지요. 보건 담당자분이 고맙다는 인사를 해서 그 이유를 물으니, 대부분이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재활원 환자들을 데리고 병원을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별로 힘든 내색 없이 돌봐주는 것이 고마워서 나를 찾는다고.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요즘 같은 때에도 지적장애를 앓는다고 진료 거부를 하는 곳이 있나 부끄러웠죠."

재활원에 거주하는 이들은 병원에 오는 일을 좋아한다고 한다. 밖에 나갈 수 있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가족과 떨어져 재활원 내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이들에게 무언가 즐거운 일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2001년 '세상 속으로'라는 타이틀로 90여 명 정도의 재활원 사람들 모두가 소풍을 가게 됐다.

그후로 3년동안 이어졌던 이 소풍 봉사는 이제 생활실별로 여행을 하는 형식으로 바뀌어 자리를 잡게 됐다고 한다. 이후에는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해주고 싶어 지정후원을 진행했다. 런닝머신을 처음 설치했고 25년간 선풍기만 돌던 재활원에 에어컨이 설치됐다.

당시 춘천고등학교의사회 회장을 맡고 있었던 강 원장은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에어컨을 설치해주었는데, 더운 날이면 재활원 아이들이 시원하게 지낼 생각에 더없이 즐겁다.

 
"처음 야유회에 갔을 때 밝은 모습으로 함께 춤추고 게임을 즐기는 어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그 아이들이 지금 나보다 덩치가 더 커져서 친근한 표정을 지으며 병원을 들어서면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거든요. 나로 인해 여행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자리잡게 되었다니 참 좋습니다~."

강원재활원은 지적장애인 거주시설로 춘천시 신북읍에 자리잡고 있으며 1984년부터 장애인 가족의 재활과 자립을 위해 87명의 거주민과 38명의 직원들이 함께 지내고 있다.

거주민 중 29명이 직업재활시설에서 사회적응 훈련을 받고 있으며 43명의 어린 아이들이 특수학교인 동원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 베풀 수 있다는 것이 가치 있다

강 원장이 이런 봉사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가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을 돕는 것을 봐왔고, 그래서인지 힘든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사회의 어두운 면도 많이 접하게 되고, 또 기부나 후원을 하고도 속았던 경험도 있어 지정후원을 선호하게 됐다.

"예과 시절 어머니가 아들이 평생 병원 안에서 아픈 사람들만 대하는 것이 영 마음이 편치 않으시다며 대학을 다시 갈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어요. 하지만 의사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고, 보람도 클 것 같아서 어머니를 설득했죠.

대학 다닐 때 어느 교수님이 '남의 몸에 칼을 대도 죄가 안 되는 사람은 의사밖에 없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새겨볼 만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열악해지는 의료 환경에 처해지는 후배들이 안타깝고, 자신도 그러했듯 이런 의료계를 만든 선배들을 질책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자기 이익만을 챙기는 의사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신뢰받는 의사가 돼야 한다고, 사회적으로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가치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첫 소풍 갔을 때 몸으로 하는 봉사를 하지 못하고 돈으로 하는 봉사를 하는 것 같아 부끄럽다는 인사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많은 분들께서 오히려 여유가 있어도 봉사를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며 격려해주셨죠.

봉사는 자기에게 맞는 어떤 형식으로 하든 그 차체에 그 의미와 보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 것도 없이 전국적으로 소문만 났으니,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첫 만남에서부터 느꼈던 강 원장의 아우라는 소박함과 사회참여적인 행동, 그리고 상식의 틀을 깨는 힘에서 비롯한 것 같다. 2년 전까지 강원도 당구연맹회장을 5~6년 연임했던 경험 역시 남다른데, 강 원장에게는 연맹 회장의 활동 역시도 사회봉사 중 하나이다.

그가 회장이라는 직함으로 연맹의 발전에 힘썼기에 체육회와 교류하며 춘천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체육정가맹단체로 가입한 두 곳 중 하나가 되었고 전국대회를 유치할 수 있었다. 전국대회는 당시 16개 시군 중 3곳 정도가 전국대회를 유치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강원도에서 유치한 이상천배 전국당구대회다.

"개인적으로는 의사들이 좀 더 사회 참여적인 봉사를 했으면 좋겠고, 특히 의료 봉사라는 테두리를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어떤 분야든 어떤 형태든 도움을 줄 수 있고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 원장은 기회가 된다면 퇴직 후에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편견 없이 사회 참여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신선한 깨우침을 준 강 원장의 미래에도 언제나 지금과 같은 밝은 웃음이 함께하길 바란다.

글·사진 정지선(보령제약 사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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