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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무력감에 젖었던 하루의 변명
[월요칼럼] 무력감에 젖었던 하루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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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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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송훈(대구 소년원 의무과장)

복지국가가 어떤 것인가, 포퓰리즘(populism)이 무엇인가, 아노미(anmie) 상태를 절실하게 경험해보는 하루였다.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1960년대 케네디의 이 연설문 한 행이 오늘날에는 반대로 적용된다는 것,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옳든 그르든, 확실히 다가오는 민중의식의 변화이다.

복지국가란 기회의 균등, 부의 공정한 배분, 삶을 위한 최소한의 식량을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공공의 책임이라는 원칙에 입각해 있다. 국민에 의한 정부가 국민의 세금, 그리고 그 외 획득할 수 있는 자산과 재정의 범위 내에서, 이 원칙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국가의 복지적 목표다.

그러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갑자기 늘이거나 능력 이상으로 GDP기준을 초과할 경우, 복지는 양날의 칼이 되어 그로 인한 국민적 고통은 시차별로 모든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스스로를 다치게 한다.

진보단체나 정당들은 스웨덴·노르웨이·네델란드 등의 특정 OECD 국가들과의 비교를 곧잘 하곤 한다. 하지만 오랜 전통의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해온 국가들과의 단순 비교가 얼마나 위험하고 비겁한 짓인지 그들은 얘기하지 않는다.

그런 국가들이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 역시 언급하지 않는다.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으로 단순히 나타나는 현상만을 테마화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 실태나 인권은 거론조차도 하지 않는 이중성, 그들의 뻔뻔하고도 기만적인 행태이다.

원래의 포퓰리즘이란 의미는 민주사회의 공정한 다수 의견과 그들이 원하는 정치형태를 지칭하지만,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표와 집권만을 의식해서 국가적 재정상황과 미래에 대한 면밀한 고찰 없이, 민중의 단기적 이득을 앞세우며 이데올로기적 다수를 만들어 가는 형태로 변질 되었다.

가까운 일본과 미국, 남부 유럽의 재정상황과 금융실태가 이의 결과를 반증해 주고 있다.

정치적 포퓰리즘, 빈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무상급식은, 궁핍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무료급식의 복지적 목표를 벗어나 모두를 포함하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하향평준화의 늪에 빠져 버린 것이다.

빈곤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 점심 챙겨주기에 게으른 학부모 심정에는 정말로 기쁜 소식일 것이다.

허나 그렇게 즐겁게만 끝날까? 고령화 사회의 연금과 사회보험, 세금 낼 인구는 줄어들고, 재정은 고갈되고, 지금의 초등, 중등학교 아이들과 부모들이 내일의 자산을 미리 쓰고, 결국은 보충해야 한다는 엄연한 현실에 오래 지나지 않아 직면할 것이다.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역시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 오세훈 시장의 지나친 도덕성이 수순을 무시하고 정치적 승부수를 던짐으로써, 내일의 국가적 국민적 상황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무력감에 빠지게 하는 하루였다.

이미 예고된 바와 같이, 한국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는 정치적 포퓰리즘의 사안들이 봇물처럼 터져 둑을 무너뜨리고 정화기능조차 사라지게 할 것이다.

우리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총액계약제와 같은 지불제도의 변환은 무상의료가 당면할 문제이며, 의료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강요당하고 낮은 의료수가와 의료인들의 수적인 증가, 오늘의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실에서, 정부 당국의 재정고갈은 필히 의료계의 목을 죌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급작스럽고 재정적 대책 없는 아래로부터의 복지는 어느 사회에서나 전문직 지식인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사회경제적 환경의 위상변화뿐만 아니라 정체성마저도 뿌리 채 흔들리게 한다.

국가적 미래와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민중적 이기주의와 의식변화, 이젠 대화와 타협, 투쟁의 대상이 복지부일까, 정치인일까?

정치적 포퓰리즘은 정치인들이 대상을 미리 정해 놓고 뒷전에 숨어 버렸다. 의료조정자가 적합한 기능을 상실해가는 지금, 패배주의와 실용주의를 비난해왔던 사람들… 앞으로는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포퓰리즘의 민중들과 직접 마주해야 한다.

무력감에 젖었던 하루, 다시 날이 밝았다. 장마철 날씨처럼 우중충한 아침의 거리를 걸으며 또 내일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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