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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사계절을 즐기자(상)

인생의 사계절을 즐기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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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7.0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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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에 사계절이 있듯이 우리들 인생에도 사계절이 있다. 흔히 계절의 상징을 색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봄은 푸른 빛깔, 여름을 붉은 빛깔, 가을을 흰 빛갈, 겨울을 검은 빛깔로 표현한다. 봄을 청춘(靑春), 여름을 주하(朱夏), 가을을 백추(白秋), 겨울을 현동(玄冬)이라고도 한다.

자연계의 사계절과 같은 계절이 인생에도 있다. 자연계와 인생이 다른 점은 자연계의 사계절은 매년 되풀이 되는 것이지만, 인생의 사계절은 한 번 뿐이라는 점이다.

필자는 2011년의 화두를 "언제나 청춘을 꿈꾸자"라고 정할 정도로 봄과 청춘에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늙었어도 젊음을 꿈꾸는 희망과 여유를 가지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자연계의 사계절에 각각 고유의 아름다움과 특징이 있듯이 인생의 사계절에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과 특징이 있다.

인생의 봄

▲ 권이혁(대한의사협회 고문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 총재)
어떤 사람이든 사람은 탄생으로부터 시작된다. 필자는 이 땅에 태어나서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교육을 받고 청년시대를 거치는 기간을 청춘기라고 부른다.

필자는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교육을 받았다. 경성제대 예과에 들어갔던 해인 1941년 12월 8일 소위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는데 전쟁이 발발하기 전 8개월 동안이 인생의 청춘기이자 봄이었다.

당시의 슬로건은 네 가지였다.

첫째는 독서로 우선 세계문학전집중에서 대표적인 작품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표적으로는 <부활> <카라마조프의 형제> <전쟁과 평화> <좁은 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이 필독서였다. 우리나라의 작품으로는 <순애보> <임꺽정> 등이 권장되었다.

둘째는 취미로 예과 3년 과정 중 최소한 한 가지 취미는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음악연주에서 제일 쉽다고 하는 '만도린 부'에 가입했지만 2개월 만에 제명되었다.

셋째는 외국어로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외국어를 마스터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당시 예과 학생들에게 제 1외국어는 독일어였으며, 영어는 제 2외국어였다.

넷째는 스포츠다. 각종 스포츠부가 있었지만 한국인 학생은 축구부와 농구부에 쏠렸다. 80명 정원 중 한국인 학생은 20% 밖에 되지 않아 부의 성립이 어려워 대부분의 학생은 양부에 이중 가입했다. 필자는 한 번도 정식 클래스 선수가 돼 본 일이 없었으며, 언제나 후보 선수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다섯째는 연애로 물론 필수는 아니다. 필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우리들은 전통적으로 이어온 슬로건에 열중했다.

원래 대학 예과는 3년 과정이었는데 2년 반으로 단축되었다. 한국인 학생들은 틈만 있으면 "인생이 무엇이냐?"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관하여 논의했다.

여러 철학책에서 읽은 소감들을 밑천으로 토론하는 것이 습관이었는데, "인생에는 목적이 없고 목표가 있을 뿐이다. 우리는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향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인생의 봄 즉 청춘기의 특징의 하나는 '자아(自我)'의 발견이다. 즉 자의식이 마음속에 나타나며 자기만이 간직하는 자의식이 생기는 것이다. 개인에 따라서는 이 시절에 연애도 하고 실연도 한다. 필자의 친구 중에도 이러한 경험을 심각하게 겪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 시기 또 하나의 특징은 성인이 된다는 점이다. 즉 교육을 마치고 성인이 되어 사회인으로서의 출발을 준비하는 것이다. 결혼을 하여 가정을 갖기 시작하는 것도 이 시기다. 그런데 회고해 보면 청년기 같이 희망이 많고 고민이 많은 시기는 없는 것 같다.

세계의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이 시기에 발표되었다는 것은 주지되어 있는 일이다. 문학에서도 그렇고 예술에서도 그렇다. 물론 성숙된 면은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희망과 고민을 잘 나타내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

인생의 여름

인생의 여름은 장년기부터 환갑 전후 즉 현역시절을 말한다. 말할 나위도 없이 이 시절의 특징은 일하는 데 있다. 사회인으로서의 시절을 말하는 것인데 이 시절에는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된다.

회사원·공무원·의사·교수·예술가·정치가·자영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사회인으로서 활동하는 시절이다. 이왕이면 값진 일을 함으로써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이 이상 좋은 인생은 없을 것이다.

여름을 주하(朱夏)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데 더운 여름은 태양이 작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태양의 작렬은 한마디로 정열을 뜻한다. 여름은 뜨겁게 일하고 적극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시절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가장이나 주부로서도 단단한 자리를 만드는 시절이다. 30대를 넘어서 40대로 가는 동안 사람들은 자기분야에서 많은 지식을 획득하고 많은 경험을 하게 마련이다. 그만큼 책임이 커진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50대 60대가 되면 더욱 큰 희망을 가지게 된다. 사회적 출세에서도 그렇고 가족생활의 책임에 있어서도 그렇다.

과거에는 일의 내용이 오늘날과 같이 복잡하지 않았던 까닭에 비교적 단순한 길을 걸어도 좋았지만 오늘날에는 일의 내용이 복잡화하고 다양화 됐기 때문에 종전과는 비교하기가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찌 됐던 적극성이라는 것은 언제나 요구되는 덕목이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취향이나 취미에 맞는 경우라면 적극성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가 흔하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자기의 취향에 맞지 않는 일이라도 취향에 맞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일을 통해서 행복을 얻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지적되는 점이지만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서 행복을 맛볼 수 있다면 이야말로 행복이 자기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첩경이다.

인생의 가을

자연계의 가을과 마찬가지로 인생에 있어서도 사람에 따라 가을이 빨리 오는 경우도 있고, 늦게 오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사람은 여름에 땀 흘려 일하고 겨울에 수확을 얻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생의 여름에서 뼈저리게 일하고 인생의 가을에서 그 결실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불교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생사병로(生死病老)를 피할 길이 없다. 여름철에 뼈저리게 일한 결과로 질병을 얻는 경우도 허다하다.

약 2100년 전에 그리스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유행했다고 한다. "제일 좋은 것은 건강이고, 둘째로 좋은 것은 기량(器量)이 좋은 것이고(기량은 지적 능력과 인품을 말한다), 셋째로 좋은 것은 정직하게 마련한 재산이다." 즉 건강이 좋고 마음가짐이 좋고 정직하게 벌어드린 재산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뜻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육체가 건강하고 재산이 있어야 한다. 현인(賢人)이라 해도 재산이 없으면 불행하다"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재산은 수전노를 치켜 올리는 말이 아니다. 반대로 그는 부(富)가 자기 자신만을 위하는 경우에는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소비가 적절치 않는 경우에는 불행을 초래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고리대금업자는 나쁘다고 주장했다.

건강하고 마음씨가 고우며, 적절하고 정직한 재산이 있는 사람이 인생의 가을에서 산출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론이다. 육체적으로 건강하기 위해서는 고운 마음씨와 더불어 생활습관이 관건이 된다. 습관에 따라서 사람들은 심각한 질병을 초래하게 된다.

오늘날의 질병이 옳지 못한 습관과 쓸데없는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화 되어 있다. 인생의 가을에서 바람직한 수확을 얻기 위해서 우리들은 습관과 스트레스에 대하여 크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 그리고 정직하게 만든 재산이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식해야 한다.

인생의 겨울

노년기를 말한다. 과거에는 환갑이나 정년퇴임을 노년기라고 했지만, 평균수명이 연장된 오늘날에는 80세 이후를 노년기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인생의 겨울인 노년기는 우리들의 인생을 마감하는 시절이다.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인데 어찌하면 훌륭한 죽음을 아름답게 맞이할 수 있는가를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죽음을 맞이하는 준비를 하면서 가만히 있기만 하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우리 주위에는 정년 후에 새로운 출발을 한 인사들이 수없이 많다. 정년퇴임을 창조적 은퇴(creative retirement)라고 하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

80세가 되어서도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는 뇌세포가 20% 정도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80세 이후에 얼마든지 창조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이론이 성립되며, 실제로 이를 증명한 사람들은 허다하게 있다.

노후에는 세월이 빨리 흐른다는 것을 우리들은 잘 경험하고 있고 학문적이나 과학적 설명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노후에도 시간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오히려 시간에 대하여 더욱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이가 들면 건망증이 생기고 신체의 여기저기가 고장이 나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고령자는 의사들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노년기에도 정신적으로는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본다. 노인들은 성숙하면서도 순수해지고 세상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증가한다. 취미 생활도 가능하다. 프랑스의 사상가인 몽테뉴는 "책을 읽는 것은 멋있게 죽기 위한 것이다"라고 했다.

멋있게 죽는다는 것은 말년을 멋있게 산다는 뜻이다. 독서라는 것은 선인들의 사상을 간접적으로 전수받는 것이며, 주위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외에 선인들과도 교류한다는 것을 뜻한다.

시력이 떨어져서 독서가 불가능한 사람도 많지만 현대의학의 발전은 이 분야에서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청력의 경우도 그렇다. 노인성 장애 때문에 비관하거나 좌절해서는 안된다.

바람직한 노인상은 누구나가 꿈꾸는 일이다. 영국의 작가 스티븐슨은 "참다운 지혜는 항상 계절에 적응하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이에 알맞은 변화를 하는 일이다.

어릴 때에는 완구를 사랑하고, 청춘시절에는 모험적인 정의에 가득한 시간을 보내며, 때가 오면 미소 짓는 노년을 맞이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좋은 예술이다"고 했다.

완고하고 고집이 센 노인이 아니라 부드럽고 탄력이 있으며 환경에 잘 적응하는 노인이야말로 바람직스러운 노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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