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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 시대
무표정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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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7.0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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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이혁(대한의사협회 고문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 총재)

요사이를 필자는 '무표정시대'라고 부른다. 원래 '표정'이란 마음속의 감정이나 정서 따위가 얼굴에 나타난 상태를 말하는 것인데 근래에는 필자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니 무표정일 수밖에 없다.

2011년에 들어와서 기쁜 소식이 자취를 감추다 싶이 한 사실은 누구에게나 무표정을 안겨주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 필자도 대단히 무표정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겨우 진정단계에 들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일대 소동을 벌였던 구제역 문제,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화 운동, 일본의 대지진 등 누구나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큰 문제들이 계속되고 있으며, 인류의 생활을 위태롭게 하는 사태들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적이고 사회적인 큰 문제에 더 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생각하기 힘든 여러 사건들이 연발하고 있다.

2011년 2월 22일 뉴질랜드 남쪽의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규모 6.3의 대지진이 발생하여 시내 일부가 쑥대밭이 됐다.

'학생들의 천국'이라고 알려져 있던 크라이스트처치는 한순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물가가 싸고 안전성이 높아 아시아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몰리는 곳이었다. 뉴질랜드 총리는 2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우리나라의 유모씨(25)와 여동생(21) 2명도 연수를 받던 건물이 무너져 매몰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희비극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생각될 때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희극은 물론 '좋은 일', '부러운 일'을 뜻한다.

유씨 남매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연수과정을 밟기 위해 이곳으로 갔는데 참혹한 비극을 맞은 것이다. 부친이 현장에 달려갔으나 구출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3월 24일 나에게는 대단히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평소 가까이 지내왔고 한 달에 한 번씩 오찬을 함께 하던 김상인(金相仁) 서울의대 명예교수가 이날 새벽 3시 서울대병원에서 삶의 막을 내린 것이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숭고한 인격자이고 우리나라 병리학의 거두인 김 박사를 잃게 되니 한없이 눈앞이 어두워진다. 김 박사는 서울의대 교수생활 중 진단검사의학과를 창설하여 주임교수로 활약하였고, 학장·대한임상병리학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는 행정가이기도 하다.

또한 대한적십자사 부총재·한국건강관리협회장 등을 맡아 나라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주근원(朱槿源) 선생, 김영균(金英均) 명예교수, 강신호(姜信浩) 회장, 이순형(李純炯) 명예교수와 필가 회원으로 있는 육선회(六仙會)의 멤버였기에 김 박사의 타계는 더욱 슬퍼진다.

한편, 세계의 명우인 미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 1932-2011)가 3월 23일 79세로 타계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세계의 미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녀의 별세가 이 지구상의 영화팬들에게 주는 충격은 대단할 것이라 사료된다. 이래저래 나의 무표정은 심화하고 있다.

울산 동구 일대에서 16년 동안 93차례에 걸쳐 산불을 낸 범인이 3월 25일 체포되었다. 대기업 직원인 김모씨는 1995년부터 최근까지 16년 동안 울산시 동구 봉대산·미골산·염포산 일대에서 93차례 산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김모씨는 금전 문제 등으로 가정불화가 있을 때에 불을 지른다고 했다. 현장 인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거나 소방 헬기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후련하고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방화범은 '붕대산 불다람쥐'라는 별명까지 붙여졌었으며, 울산시는 그동안 현상금을 계속 높여 2009년 11월부터는 3억원을 내걸었었다. 참으로 희한한 사람이다. 물론 정신감정을 받아야겠지만 무지하지도 않은 사람이 93차례나 산불 방화를 했다니….

하루빨리 '무표정시대'가 지나가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필자의 얼굴에서도 무표정이 없어지고 따뜻하고 흐뭇한 표정이 살아나도록 노력은 하고 있지만 언제 그러한 날이 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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