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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베푸는 것이 아닌 배우며 존중하는 것"

"봉사는 베푸는 것이 아닌 배우며 존중하는 것"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1.04.0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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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덕종 회원

 

국민을 내 가족처럼, 환자를 내 생명처럼'을 내건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대회장 경만호·대한의사협회장)가 2011년 5월 13∼15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성덕·대한의학회장)와 <의협신문>은 33차 학술대회를 맞아 '릴레이 탐방 33인-진료실 밖에서 한국의료의 길을 묻다'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릴레이 탐방은 의사회원 가운데 진료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주인공을 만나 ▲다른 길을 걷게 된 동기 및 배경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외부에서 바라 본 의사 사회 ▲의사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봄으로써 한국의료와 의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직전까지 연재되는 '릴레이 탐방'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19년 째 봉사하고 있는 유덕종 회원.

경북의대 78학번인 유덕종 회원(52세)은 세른 셋 한창 나이인 1992년, 아프리카행을 감행했다.

"의대에 입학했을 당시 깊은 허무주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의사가 된다고 해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몰랐고…. 막연히 슈바이처 박사처럼 아프리카에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요."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 크리스챤이 되면서 아프리카 의료선교의 꿈을 굳혔다. 1984년 경북의대를 졸업하고, 경북대병원 내과에서 전공의 과정을 거쳐 1988년 전문의자격을 취득한 그는 1991년 군의관 복무를 마친 이듬해 KOICA 정부 파견의사를 지원했다.

"아프리카에서 KOICA 파견의사를 원하는 나라가 많았습니다. 골라갈 수 있었죠.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 어디냐'고 했더니 우간다라고 해요. 그래서 우간다에 뿌리를 내리게 됐습니다."

아프리카 중앙 동부에 있는 우간다공화국은 2006년 UN이 정한 세계 50개 최빈국 중 하나. 98개 병원에 2만 3000여개의 병상이 있지만 3200만명의 인구를 감안하면 태부족이다. 5개의 의대에서 한 해 2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1500명에 불과해 오지에 사는 주민들은 평생 의사 한 번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1992년 파견하던 첫 해에는 치안이 너무 불안해 항상 강도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으니까요."

정부병원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체온계나 혈압계도 없었고, 기본 수액조차 구경할 수 없었다.

"내과병동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으로 인한 합병증 환자가 70%가 넘었습니다. 약이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 환자들을 바라봐야 했습니다."

 
8개월 뒤 만삭인 아내가 세 살·두 살 난 딸들과 함께 우간다 땅을 밟았다.

"가족들 고생이 이만 저만 아니었지요. 특히 큰 딸은 바이러스성 뇌막염으로 사경을 헤매기도 했고, 저도 HIV환자를 치료한 바늘에 찔려 여러 번 HIV 검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보람은 커녕 좌절이 앞섰다. 몇 번이고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다가도 죽어가는 사람들이 살아서 병원 문을 나갈 때, 의사로서의 보람이 밀려들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의대생들이 훌륭한 의사가 돼 "감사합니다. 스승님!"하고 존경을 표할 때 사람을 키우는 기쁨도 느꼈다.

유 회원은 19년 동아 우간다에 살면서 유사무엘 선교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성경을 함께 공부한 제자들이 부패한 사회와 문화를 변화시키려 노력하고, 이웃을 위해 사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그는 요즘 베데스다클리닉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마케레레대학에서 의대생들을 가르치며, 쿠미의과대학 개설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쿠미의대 설립은 1992년부터 매년 자발적으로 우간다를 방문, 13년째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충남의대 교수팀이 단기진료의 한계를 느끼고 이 지역에서 의료인을 양성해 보자며 시작한 사업.

"현재 의대 커리큘럼을 완성하고, 강의실·기숙사·도서관 건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 쿠미병원·응오라병원과 양해각서 체결을 위한 준비와 강의를 맡을 교수진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 회원은 베데스다 미션 클리닉을 맡고 있는 임현석 원장과 미국 시카고에서 35년 동안 소아과의사로 일하다 말년을 봉사하며 살기로 결심하고 우간다로 온 정요셉 회원과 함께 선교병원 건립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우간다에서의 활동이 조금씩 한국에 소문이 나면서 대구 기독의사회·박상기 조선의대 교수·경북의대·부산의대 등에서 응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봉사는 하는 사람의 자기만족이 아니라 지역민들에 대한 사랑과 존중의 마음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지인들에게 무엇을 베풀려는 것이 아닌 서로가 배우며,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죠."

유 회원은 쿠미의대 설립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안과진료를 받은 기억을 끄집어냈다. "몇 가지 검사를 하고, 약 처방까지 받았는데 1만원 정도 내라고 해요.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료제도 아래 의사들이 희생을 많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 회원은 일본 JICA에서도 부러워하던 파견의사제도를 폐지하고, 단기간 동안 군복무를 대신하는 국제협력의사제도를 도입한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현지에서 일하는 기간이 불과 2년 남짓인데 언어장벽 극복과 현지 적응에도 모자랍니다. 현지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가가 아니라 어느 나라에 몇 명의 인력을 보냈냐고 하는 실적보고 형태로 제도가 바뀌고 말았습니다."

유 회원은 "과거 선진국의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로, 높은 의료수준을 확보한 국가로 우뚝섰지만 후진국에 대한 공헌은 아직 부족하다"며 "사회와 세계를 섬기는 자세가 한국사회의 기본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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