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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인생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매력적 문학장르
'詩'…인생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매력적 문학장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1.04.0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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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시전문지 <시와 사상> 발행인

 

국민을 내 가족처럼, 환자를 내 생명처럼'을 내건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대회장 경만호·대한의사협회장)가 2011년 5월 13∼15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성덕·대한의학회장)와 <의협신문>은 33차 학술대회를 맞아 '릴레이 탐방 33인-진료실 밖에서 한국의료의 길을 묻다'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릴레이 탐방은 의사회원 가운데 진료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주인공을 만나 ▲다른 길을 걷게 된 동기 및 배경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외부에서 바라 본 의사 사회 ▲의사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봄으로써 한국의료와 의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직전까지 연재되는 '릴레이 탐방'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의협신문 송성철
시인의 마을엔 술 익는 향기가 나는걸까?

의사 출신 시인만 8명을 배출한 부산에서 시전문지 <시와 사상>을 17년째 발행하고 있는 김경수 발행인(부산 금정·김경수내과의원)을 만나러 가는 부산길. 서울에서 출발한 기차는 2시간 30분 만에 부산의 관문인 부산역에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완연한 봄 기운이 온 몸을 감싼다. 술 익는 향기보다 먼저 비릿한 바닷내음이 코 끝을 자극했다.

진료실에서 만난 김경수 발행인은 의약분업 투쟁이 불꽃 같이 일던 10여년 전 기억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반가운 손을 내밀었다.

"의대에 입학해 바쁜 와중에도 음악과 문학에 관심이 많았죠. 부산대 문학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했는데 의대 시창작 동아리인 '회귀선'에 몸담고 있던 선배가 '시 한 번 써보지 않겠냐'고 해요. 두 말 없이 동인에 가입했는데 얼마나 선배들이 호된 시작(詩作) 수업을 시켰던지 눈물이 핑 돈 기억이 나네요."

의사 시인으로 명망이 높은 허만하 교수(고신의대 병리학)와 만난 것도 그 맘때. 미숙하기 짝이 없는 어린 후배시인 지망생들에게 허만하 시인은 따뜻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회귀선 선후배 사이인 정영태·이병구·강경주·이규열·박강우 의사 시인 등과의 평생 인연도 맺게 됐다.

 
'회귀선' 동인들과 함께 시 공부에 한창 매력을 찾던 김 발행인은 본과 3학년 때인 1980년, 부산대 신문사가 주최한 부대문학상 공모전에서 덜컥 당선의 기쁨을 안았다.

1989년 현재 개원하고 있는 금정구 부곡1동에 김경수내과의원을 개원한 후 2000년 부산시의사회 공보이사를 맡아 의권쟁취 투쟁에 앞장서기도 했다. 격변의 의약분업 투쟁 역사를 기록한 803페이지 분량의 <의사들의 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2003년, 세종출판사)은 사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김 발행인은 부산시의사회 정책이사·금정구의사회장을 역임하고, 2010년부터 부산시개원내과의사회장을 맡는 등 의사회 활동에도 열심이다.

"아픈 환자들의 찡그린 얼굴만 보며 하소연을 들어야 하고, 늘 삶과 죽음을 자주 대할 수 밖에 없는 의사는 자칫 허무와 무한 반복적인 일상에 허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로 인해 의사들은 쉽게 감성이 마루게 되고, 우울해 지거나 사고의 폭마저 좁아지기도 하죠."

김 발행인은 "힘들고 지칠 때 읽는 한 편의 좋은 시는 감동을 주고, 힘든 순간을 잊게도 해 준다"며 "더욱이 시쓰기는 허무를 잊게 하고, 인생을 아름답게 볼 수 있게 하는 엔돌핀을 분비시킨다"고 했다.

1993년 월간 <현대시>를 통해 정식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5년 후 첫 시집 <하얀 욕망이 눈부시다>(문학세계사)를 세상에 선보였다. <다른 시각에서 보다>(하늘연못, 2001년), <목숨보다 소중한 사랑>(세종출판사, 2004년), <달리의 추억>(한국문연, 2009)까지 네 번째 시집을 냈다. 2005년엔 문학과 문예사조 이론서인 <알기 쉬운 문예사조와 현대시>(시와사상사)를 집필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시문학 잡지가 서울에만 있었습니다. 지방 문인들은 작품을 발표하기 위해 서울에 목을 매야 했죠. 그러던 차에 1993년 지방에서는 최초로 대구에서 <시와 반시>라는 시전문지를 창간했는데 부산 시인들이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의사 시인(정영태·김경수·박강우)과 송유미·이근대 시인이 의기를 투합했다. 1994년 <시와 사상> 창간호가 세상의 빛을 봤다. 그는 1999년 주간, 2003년 편집인을 거쳐 2005년 고 정영태 시인의 뒤를 이어 발행인을 맡고 있다.

주간을 맡고 있는 박강우 시인(박강우소아청소년과의원)과 손발을 맞춰 한 호도 쉬는 일 없이 계간 발행하고 있는 <시와 사상>은 17년이 지난 현재 부산을 대표하는 시 전문잡지로 전국 시인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시를 사랑하는 의사들과 시인을 비롯해 일반 후원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후원금과 의사 편집진들이 사비를 털어 만들어 가는 <시와 사상>은 시인들 사이에 의사들이 만드는 수준 높은 잡지로 소문이 났다.

시전문지로서는 드물게 2008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우수문예지로 선정, 인쇄비를 지원받고 있다. <시와 사상>은 김상겸 후원회장(전 김상겸외과의원)의 출연을 받아 젊은 시인을 후원하는 '솔뫼창작기금'도 제정했다.

"유능한 젊은 시인들과 평론가들에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엄정하게 작품을 선정해 잡지의 수준을 높여나감으로써 한국 시문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한국시인협회·부산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발행인은 2007년 <시와 사상>의 위상을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봉생문화상 문학부문을 수상했다.

올 여름 그는 다섯 번째 시집을 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끊임없이 불면의 밤을 세워가며 써내려간 시가 제법 쌓였다고 했다.

"의사 시인들이 한국 시문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여러 회원들이 의사들이 만들어 가는 <시와 사상>에 애정과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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