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9 10:04 (금)
"의사는 전문가로서의 의무만 해서는 안된다"

"의사는 전문가로서의 의무만 해서는 안된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1.03.25 10:5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재현 교수(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국민을 내 가족처럼, 환자를 내 생명처럼'을 내건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대회장 경만호·대한의사협회장)가 2011년 5월 13∼15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성덕·대한의학회장)와 <의협신문>은 33차 학술대회를 맞아 '릴레이 탐방 33인-진료실 밖에서 한국의료의 길을 묻다'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릴레이 탐방은 의사회원 가운데 진료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주인공을 만나 ▲다른 길을 걷게 된 동기 및 배경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외부에서 바라 본 의사 사회 ▲의사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봄으로써 한국의료와 의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직전까지 연재되는 '릴레이 탐방'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 ⓒ의협신문 김선경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서 의료윤리학 교육이 시작된 것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또 의료윤리학을 전공한 학자들도 아직은 숫자가 적다.

그러다보니 의과대학 과정·수련교육 과정에서의 의료윤리 교육은 미흡한 부분이 많다. 또 의사가 평생 환자를 진료하는 데 있어 의료윤리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체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재현 교수(경희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의료윤리학·의학교육학)는 의료윤리학의 틀을 만들어 모든 의사들이 윤리에 대한 중요성을 알 수 있도록 연구하는 사람중에 하나이다.

최근에는 의료윤리연구회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

외과의사의 변신…의료윤리학을 말하다

박재현 교수는 경희의대를 졸업하고 한동안 중소병원에서 외과의사로 근무했다. 외과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할 때 우연히 성산생명윤리연구소에서 몇몇 사람들과 '안락사'를 주제로 논의를 하던 중 의사들도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구소에서의 모임 이후 박 교수는 본격적으로 의료윤리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또 체계적인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연세대학교에서 의료윤리학을 공부했다.

"제가 의과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의료윤리학을 배우지 않았어요. 그래서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의사가 의료윤리학을 전공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싶어 제대로 된 공부를 하게 됐어요."

박 교수는 "의료윤리를 얘기하면 일반 사람들은 낙태와 안락사 등을 떠올리는데, 이 두 가지 사안은 우리사회에서 치열한 쟁점이긴 하지만 진료공간에서 더 많은 윤리적인 쟁점들이 있기 때문에 의료윤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천 가능한 일상의 윤리 전파

▲ ⓒ의협신문 김선경
박 교수는 '일상 생활속에서의 윤리'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실천이 가능한 윤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천이 가능한 일상의 윤리.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의료현장에서는 지키기 힘들다.

"일상의 윤리를 강조해야 할 것 같아요. 안락사·낙태 등은 일반 사람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인데, 의료계에서는 일부에서만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따라서 일상에서 일반인들도 많이 겪고 있는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의료윤리학에서 다뤄야 할 것 같아요."

윤리는 실천도 중요하다는 것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일상의 윤리학을 얘기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사전적 의미의 '윤리'는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로 정리할 수 있고, '의료윤리'는 의사가 마땅히 해야 할 도리쯤 되겠다"고 말하는 박 교수는 "의료현장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의료윤리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의료윤리학은 인문·사회학과 밀접한 관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돌팔이 의사'가 난립했다. 또 의과대학에서는 체계적인 교육이 진행되지 못했다. 이 때 AMA(미국의사협회)가 설립되면서 제일 먼저 만든 것이 교육위원회와 윤리위원회이다. 교육과 윤리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얼마전부터 윤리적인 문제가 강조되면서 의료윤리학을 전공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의료윤리학분야도 탄탄한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앞으로 의료윤리학은 더욱 더 강조돼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생각이다. 윤리가 강조되면 강조될수록 의사들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의사는(의료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자연과학보다 인문·사회학에 더 가까워 윤리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의학교육·의료윤리학,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박 교수는 "의과대학에서는 기본적인 의료윤리를 가르친다면, 수련교육을 하는 의사들에게는 좀더 구체적인 의료윤리를 가르칠 필요가 있어, 얼마전 의료윤리학회에서 '전공의를 위한 의료윤리 지침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의학은 계속 발전을 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는 것은 의사로서 지켜야 할 윤리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의료윤리학과 의학교육 두 가지를 모두 잘 하고 싶어했다. 의학교육에서는 인성교육과 인문학교육을 제대로 하고, 의료윤리학에서는 의사들이 좀더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박 교수는 최근 의료윤리학회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두 가지를 얘기했다. 신의료기술과 의사-제약회사간의 관계이다. 신의료기술은 카바수술에 대한 것이고, 제약회사와의 관계는 리베이트 문제다.

박 교수는 "시급하고 중요한 쟁점에 대해 학회차원에서 연구하고 동료의사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올해 춘계학술대회 주제로 다뤄진다"고 말했다.

또 "성직자 수준은 아니지만 의사로서의 책무만 다하지 말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사회에서 흔히 요구하는 의무만 다 한다고 해서 의사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은 진료실 밖에서 진료실 안에 있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진료실 밖의 세상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길 거듭 강조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