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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자신의 작은 희생에서 나오는 것"
"봉사는 자신의 작은 희생에서 나오는 것"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1.03.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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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회 보령의료봉사상 대상...이강안 푸른뫼중앙의원장

제27회 '보령의료봉사상' 대상을 수상하게 된 이강안 원장(푸른뫼중앙의원)은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도에서 7년째 이웃들에게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올해 7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벽 5시면 기상을 하는 이강안 원장은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주민들의 건강을 살피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26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청산도에는 의료기관이 하나밖에 없어 이 원장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병원을 일찍 찾아오는 환자들 때문에 오전 7시 45분이면 진료실 문을 열어야 하는데, 이같은 생활이 어느덧 평범한 일상이 됐다.

청산중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진료를 받은 환자중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쌀이나 고기를 사서 보내주는 일도 늘상 하고 있다. 또 노인들을 위해 경로잔치도 열어주고, 청산면 복지과에 매년 쌀 100가마니를 기증하고 있다. <편집자주>

 

청산도에서의 7년…이웃과 하나되다

 
7년전 은퇴를 고려하고 있을 때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청산도를 찾게 된 이강안 원장은 2년정도 근무를 하다가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러나 청산도에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정이 들다보니 이제는 여력이 있을 때까지 진료를 하면서 이웃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면서 살기로 생각을 바꿨다.

이 원장은 하루 평균 1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청산도에는 푸른뫼중앙의원이 유일한 의료기관이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찾는 환자들이 많다.

청산도에서 육지로 나가기 위해서는 완도를 거쳐야 하는데, 완도까지 배편은 하루에 4번밖에 없다. 그것도 날씨가 좋을 경우다. 파도가 거세면 육지로 가는 배는 발이 묶이게 된다. 그러다보니 청산도에서 이 원장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인물이 됐다.

이 원장은 "청산도에서 7년간 봉사를 하면서 항상 기쁨이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새벽 5시에 기상해 운동을 겸해 어려운 이웃을 방문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관장을 해주고, 주사처치도 하면서 사랑을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위에서는 "좀 지나친 것이 아니냐"고들 하지만 이같은 생활이 익숙해지다보니 힘들지 않다. 오히려 청산도 주민들과 하나가 되어 하루하루가 매우 즐겁고 행복하단다.

봉사는 자신을 희생하는 실천이 동반돼야

"어려운 이웃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도울까 생각하다보면 다 이루어 지는 것 같다"는 이 원장은 돈에 집착하는 의사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오래전 책을 읽다가 맘속으로 간직하고 싶은 좋은 문구가 있어 메모를 하고 시간 날때마다 읽고 있어요. 메모를 보면서 항상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 봅니다."

이 원장이 늘 품속에 지니고 다니는 메모에는 '돈을 많이 벌겠다고 의사가 되지 말 것'·'훌륭하고 존경받는 의사가 될 것'·'돈에 집착하는 칙칙한 사람이 되지 말 것'·'돈은 내 인생을 걸 만큼 귀중한 것이 아니다'·'돈은 약과 같아서 적당량은 좋지만 너무 많으면 독이 되어 사람을 죽인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주변사람들에게 항상 베풀면서 살 수 있는 힘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돈에 집착하지 않고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가장 큰 기쁨을 맛볼 것"이라는 이 원장은 "진정한 봉사의 의미는 '희생'이라고 생각하며, 희생은 작은 실천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산도의 '천사'로 불려지다

 
지난해 '청산장학회'를 설립하려고 했지만 재단을 설립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어 잠시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장학금 지원사업을 그만둘 수 없어 청산도 주민 몇명과 '청산밀알장학회'를 만들어 매년 청산중학교에 장학금 2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 원장의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이 없었다면 청산도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원장은 얼마전 병원 시설을 보수했다. 환자들이 좀더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붕과 외벽을 새로 고친 것. 앞으로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병원에서 따스한 밥 한끼라도 대접하려고 식당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진료가 없는 날 모처럼 서울에 있는 집에 가고 없을 때 환자가 병원을 찾아와 서울에서 광주까지 비행기를 타고, 다시 광주에서 완도까지 택시를 이용해 어렵게 청사도로 내려와 진료를 해줬을 정도로 청산도 주민들을 끔찍하게 생각한다. 이 원장이 '청산도의 천사'로 불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진료를 받고 돌아간 환자들의 집을 방문해 상태를 살피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퇴근을 한 후 응급환자들이 집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자주 있다. 몇해전부터 서울에 있는 집을 놔두고 부인도 청산도로 아예 거처를 옮겼는데, 부인은 이 원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남이 나로 하여금 행복한 삶을 살아야

이 원장의 봉사는 요즘 청산도 주민들 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많이 알려졌다.

지난해 연말에는 청와대에 초청을 받기도 했고, 얼마전에는 한국정책방송(Ktv) <휴먼다큐 나눔>에 소개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은 전국 곳곳에서 '도와줄 것이 없느냐'는 전화가 올때이다.

이 원장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무료로 진료를 해주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자칫 베풀어주는 것을 주변에서 환자 유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다행히 의료기관이 하나밖에 없다보니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었다"는 이 원장은 "청산도 주민들과 가족처럼 어울려 살고 있다고 이해해줬으면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원장은 나눔의 실천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강조한다. "남이 나로 하여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적게나마 정신적인 것, 물질적인 것 등 여러 가지면에서 도움을 주는 것. 그것이 나눔의 정신이고 엄연한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후배 의사들에게도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자신을 낮춰야 국민들로부터 섬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 원장은 또 "아름다운 생각을 해야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며 "아름다운 사람이 아름답게 봉사도 할 수 있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존경했던 장기려 박사와의 인연도 남다르다. 사위의 이모부가 장기려 박사의 아들이고, 장 박사의 아들은 이 원장과 동갑내기 친구이다. 이 원장은 장 박사가 직접 써준 '믿음·소망·사랑'이라는 글을 보면서 봉사를 열심히 하면서 살겠다는 각오를 했다.

아름다운 섬에서 언제나 한결같이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이 원장. 그는 깨끗하고 순수함이 묻어있는 청산도에서 오늘도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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