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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사의 고귀한 사명 위해 계속 전진하자"

시론 "의사의 고귀한 사명 위해 계속 전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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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3.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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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의협 명예회장 CMMAO 특별강연
의료계 현안과 의사단체의 리더십

▲ 문태준 명예회장
3월 2~4일 일본 도쿄에서 'Task shifting 및 의료계 발전 전략을 위한 CMAAO(아시아오세아니아의사회연맹) 특별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위에서는 문태준 대한의사협회 명예회장의 '의료계 현안과 의사단체의 리더십' 특별강연이 있었고 Task shifting에 관한 도쿄 성명서 채택 등의 성과를 남겼다.

CMAAO에서 특정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그동안 결의문위원회 의장국(의장: 신동천 국제협력실행위원장)을 맡은 대한의사협회에서 CMAAO의 정책 수립 과정과 운영 전반의 활성화를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특별위에서 의협은 회원국들의 지지와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오는 11월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CMAAO 총회에서 의장국 선출이 확실시된다.

의사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과 의사단체의 리더십에 대한 조언으로 현지에서 큰 호평을 얻은 문태준 명예회장의 특별강연 내용을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세계는 급변하고 있고 의사를 둘러싼 환경 역시 변화하고 있다. 환자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나가는 우리 의사들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도 이러한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면서 직업전문성을 향상시켜나가기 위해서는 강력하고도 미래를 내다보는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은 특히 변화의 중심에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각국의 지도자들은 모두 변혁의 시기를 헤쳐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급변하는 환경과 의사의 역할

의료공급주체를 둘러싼 혼란(의사인가, 정부인가, 혹은 보험자인가?)

건강보험제도 도입과 같은 보건의료체계상의 변화들은 특히 의사를 둘러싼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건강보험제도의 도입으로 보건의료를 공급하는 주체가 누군가에 대한 혼란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국가별로 사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일반인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의사들이 의료공급체제상에서 담당해 왔던 역할을 국가나 보험자가 대신하게 되었다는 인상을 받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의사들조차도 스스로가 환자의 안녕을 위해 존재한다기 보다 정부나 보험자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이용되는 한낱 도구로 여겨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느낄 때가 있다. 실제로 많은 의사들이 진단을 내리거나 치료 방법을 결정할 때 정부나 보험자의 지침과 규정을 따라야 하는 상황에 처할 때가 있어 안타깝다.

간단한 진단 뿐만 아니라 중대한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실제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나 보험자일 때가 많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실망할 때가 있다. 의사들은 더 이상 환자 진료에 있어 직업적인 자율성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점점 심해지는 각종 간섭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환자들은 더욱 더 보건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정부나 보험자라는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간섭에 대해서는 세계의사회 서울 선언(2008년 서울 총회에서 채택)이 의사의 직업적인 자율을 보장하기 위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의사의 진료에 대한 불공정하고 불필요한 간섭이 제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의사의 권리를 보호하고 진료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의사단체 지도자들이 책임지고 노력해야 할 부분임을 강조하고 싶다.

준의료인들의 영역 확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이슈로 준의료인들의 약진에 따른 문제들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일부 선진국의 의사들은 준의료인들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중시한다. 그러나 준의료인들의 진료 영역이 명확한 원칙과 제한 없이 무분별하게 확대된다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준의료인들은 전통적으로 의사들의 책임으로 되어 있던 영역에 진입하고 있고, 의사의 권한과 동일한 권한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준의료인들 가운데는 현대의학과는 전혀 다른 개념과 원칙을 따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적절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암· 인플루엔자· 비만 등 거의 모든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고 믿는 의료계 지도자는 WMA나 CMAAO 에서는 없을 것이다. 준의료인들의 영역 확대로 인해 야기되는 혼란들은 개발도상국에서도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실망과 좌절

2009년 대한의사협회는 1009명의 개원의들을 상대로 직업만족도를 조사한 바 있는데,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전체 5점 척도에 불과 2.1점의 만족도를 나타냈다. 또 2010년 의협신문이 의사의 행복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2%가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는 기록이 있다.

의사의 행복이 환자 진료와 관련한 사기 진작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결과라고 하겠다.

상당수의 젊은 의사들이 의사가 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젊은 의사들이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실망과 좌절을 느끼는 이유는 과도한 업무량, 개인 생활의 희생, 기업· 금융· 법조계 등 다른 분야에 진출한 사람들에 비해 미약한 경제적 보상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상이 변해서 경제적 보상은 더 이상 의사라는 직업의 매력이 되기 어렵다. 의사들은 환자들로부터 얻는 존경과 신뢰, 그리고 인류에게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리고 젊은 의사들에게 가장 큰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는 요인은 의료 분쟁에 휘말리는 것과 상급 의사들이 받는 지나친 스트레스 등을 들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고등학교에서 가장 똑똑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의사가 되기 위한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인내해 나간다. 이러한 우수한 인재들이 인류의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직업에 동참하는 과정에서 실망과 좌절을 느끼지 않도록 환경을 개선해 주는 책임은 의료계 지도자들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 3월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Task shifting 및 의료계 발전 전략을 위한 CMAAO(아시아오세아니아의사회연맹) 특별위원회'. 한국에서는 문태준 CMMAO 고문(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신동천 CMMAO 부회장(의협 국제협력실행위원장·세번째)이 참석했다.

의사단체의 리더십

WMA 및 CMAAO의 리더십

의사 단체의 리더십은 의사의 직업적 자율과 독립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해 나가는데 여러 모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동료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 국제적인 공조와 협력이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WMA(세계의사회)와 CMAAO는 각기 다른 민족·문화· 의료·경제적 배경을 가진 각국 의사회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회원들 간에 첨예하게 대립되는 의견이나 다양한 의견을 중재하여 합의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태생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각국 대표들의 헌신적인 리더십 덕분에 우리들은 올바른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노력들이 지속되기를 기대하며, 또 WMA와 CMAAO 활동에 관여하고 있는 모든 지도자들이 저개발국가가 처해 있는 상황과 보건의료체제에 대해서도 넓게 이해하고 배려할 것을 요청하고 싶다. 다른 국가들에 대한 포용과 이해가 향후 WMA와 CMAAO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리더십의 자질과 조건

특히 리더십이 필요한 분야는 ▲까다롭고 어려운 정부와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 ▲의료기술 뿐만 아니라 지도자의 자질과 역량을 갖춘 의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의학 교육을 개혁하는 것 ▲유능한 의사로서 환자를 섬기면서 동시에 사회에 대한 의사의 권리와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을 집대화하고 조직화 ▲일반 국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언론매체와의 관계 개선 등을 꼽고 싶다.

또 유능한 의사의 조건으로는 ▲의학 및 의료에 대한 높은 지식과 역량 ▲환자 및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 ▲환자와 사회에 대한 깊은 인간적인 사랑과 공동체 의식을 들 수 있다.

탁월한 리더십의 조건으로는 ▲맡은 책임에 대한 헌신 ▲의사 전체를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비전 ▲성실함과 협상력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의학 교육의 문제점

현행 의학 교육은 진단과 치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의학 교육에서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실제 진료에서 거의 접하지 않는 희귀한 질병에도 상당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반면에 환자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평가하는 능력 배양은 중시하지 않는 듯 하다.

의대 졸업 후의 집중적인 트레이닝 과정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두루 쌓기에는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현행 의학 교육은 '역량과 높은 인간성, 소통을 위한 기술'을 갖춘 의사들을 양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1980년대에 WHO 회의 참석차 일본 교토를 방문했다가 회의에서 만난 의학 교육 전문가와 나눈 대화 일부를 소개한다.

"일본을 방문하는 동안 스시집 주방장이 손님들과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손님들에게 즐겁고 다양한 대화를 하면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어떤 교육을 받느냐고 물었더니 주방장은 여러 신문의 헤드라인은 물론이고 금융·스포츠·주식 등에 이르는 내용을 빠지지 않고 읽는다고 합니다.

의사들은 환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과연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요? 의사가 환자들을 편안하게 하고 여러 분야에 걸쳐 원활한 대화를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환자들이 의사를 신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의사들은 이런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일간지 요미우리 신문은 다음날 나의 말을 일면 기사로 인용하기도 하였다.

'현행 의학교육이 가진 한계와 의사들이 다양한 지식과 일반 상식이 풍부하지 못한 점, 그리고 환자들과 의료가 아닌 분야에 대해 원활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 등이 매우 우려스럽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의학교육은 학생들이 의학 지식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차세대 지도자로서 필요한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리더십·윤리·경제학· 철학· 경영· 커뮤니케이션 등이 모두 의학 교육에 포함되어야 한다.

MD와 MBA가 합쳐진 형태도 병원 경영을 전문적으로 하고자 하는 의사들에게 필요한 능력을 효과적으로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의료계 지도자들은 경제인· 변호사·기자· 예술가 등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도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매체와 공존하는 법과 토론 기술

TV를 비롯한 언론매체에서 의사들과 타 전문가들 사이에 토론이 진행될 때 의사들은 큰 약점을 보일 때가 있다.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교육 부족 (특히 아시아 지역) ▲사소한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태도 ▲자기 중심적인 주장 반복 ④ 의학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 부족 등이 그것이다.

의료와 관련한 토론에서는 ▲토론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명확한 인식 ▲당당하고 자신 있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핵심의견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능력 ▲다수로부터 지지 받을 수 있는 논리(예를 들어, 낮은 보험의료수가 문제를 논할 때 의사들의 수입 부분 보다는 병원 경영 악화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등이 필요하다.

그밖에 다른 직종에 비해 지나치게 긴 근무시간이나 의료의 한계점, 즉 의사는 신이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WMA와 CMAAO는 전세계 의사들- 특히 잘못된 의료제도(특히 정부의 잘못), 저개발 경제나 인권 억압과 같은 문제로 인해 점점 악화되어 가는 진료 환경에 좌절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최고의 노력과 비전을 갖고 협력을 통해 계속 사명을 수행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세계의 모든 의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으면 한다

"Stay the Course!"(아무리 힘들어도 존경받는 의사로서의 고귀한 사명을 위해 계속해서 전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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