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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하이터치 "융합과 소통이 미래의 키워드"

하이컨셉-하이터치 "융합과 소통이 미래의 키워드"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1.03.0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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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

 

 
국민을 내 가족처럼, 환자를 내 생명처럼'을 내건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대회장 경만호·대한의사협회장)가 2011년 5월 13∼15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성덕·대한의학회장)와 <의협신문>은 33차 학술대회를 맞아 '릴레이 탐방 33인-진료실 밖에서 한국의료의 길을 묻다'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릴레이 탐방은 의사회원 가운데 진료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주인공을 만나 ▲다른 길을 걷게 된 동기 및 배경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외부에서 바라 본 의사 사회 ▲의사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봄으로써 한국의료와 의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직전까지 연재되는 '릴레이 탐방'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수석 대변인을 지낸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2006년 자신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미래 사회의 중요한 2가지 요소를 하이컨셉(high concept)·하이터치(high touch)로 정리했다.

하이컨셉은 전혀 관련 없는 것들을 결합시켜 새롭게 의미화하는 창조적 능력, 하이터치는 사람들과의 감성적 교류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 내는 능력을 뜻한다.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은 하이컨셉·하이터치, 즉 '융합과 소통'을 의료의 새로운 패로다임을 여는 키워드임을 확신한다.

 ▲ ⓒ의협신문 김선경
"지금까지 의료는 지나치게 질병 중심, 과학 위주로 성장했습니다. 의료라는 것은 사람을 다루는 행위인데도 '사람'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최근 들어 의학에 인문학 등 다른 학문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의료의 기형적 발전에 대한 반성이라 할 수 있지요. 앞으로의 의료는 다양한 분야와의 결합을 통한 사람 중심의 서비스 환경 혁신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정 소장은 융합과 소통을 하나의 '문화'라고 강조했다. 15세기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이 음악·미술·철학 등 다방면의 예술가·학자들을 모아 공동작업을 후원한 것이 창조적 문화 역량을 키워 결국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A라는 학문과 B라는 학문이 단순히 만나는 것만으로는 융합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서로 이해하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점을 알아내는 과정이 중요하지요." 정 소장의 역할은 바로 융합이 잘 되도록 코디네이션 하는 것, 즉 융합의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병원 구성원들이 조직의 변화를 직접 이끌어 내도록 능력을 배양함으로써 전체적인 혁신을 끌어내는게 그의 일이다. 이를 위해 진료과목과 지원부서간의 개방형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열고, 연구미팅·워크숍 등을 통해 협업 환경을 제공해 준다.

  ▲ ⓒ의협신문 김선경
이 과정에서 도출된 다양한 아이디어들은 실행 가능성·경제성 등 평가를 거쳐 도입된다. 예를 들어 명지병원의 모든 진료실, 행정부서 등에 100여개가 넘는 QR코드가 부착돼 있다.

환자가 스마트폰으로 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부서와 관련된 정보를 그 자리에서 얻을 수 있다. 단순한 아이디어 정도로 보아넘기기 쉽지만 여기에는 의료와 IT기술의 접목(융합=하이컨셉), 정보의 공개(소통=하이터치)라는 미래지향적 의료의 기본 개념이 녹아들어 있다.

"몇 백 억원을 들여 거창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서 의료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훨씬 적은 비용에 의사와 환자가 편의를 누릴 수 있는 형태의 서비스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정 소장은 나노기술을 이용한 '나노 바이오센서'를 활용해 1차 의료기관 중심의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헬스(U-Health) 시스템 등 융합·소통의 개념이 앞으로 의료의 모습을 크게 바꿔 놓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정 소장이 임상의사의 길 대신 의공학·융합의학으로 진로를 바꾼 계기는 의대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과 3학년 당시 실습을 돌면서 문득 '내 인생은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닌가'라는 회의감이 밀려왔다는 것.

남들과 똑같은 의사의 길을 걷는 것이 끔찍하게 싫었던 그는 '나 만의 인생'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공보의 시절 경기도 보건기획단이 추진하는 전국 보건소 전산화 사업에 참여하면서 '물'을 만났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갈고 닦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를 잡은 것(※정 소장은 중학교 3학년때 우리나라 최초의 컴퓨터 전문 잡지인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 고료를 받고 기고했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재능을 보였다).

이후 프로그래밍 관련 서적을 집필하기도 하고 컴퓨터 소사이어티 활동에 치중하던 정 소장은 IT만 알아서는 안되겠다 싶어 전공의를 지원했고, 보건학·보건정책학으로도 지식의 영역을 점차 넓혀갔다.

"나 자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한 명의 임상의사가 되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지만, 한 분야만 열심히 파헤치는 것 보다는 사회의 여러 분야를 폭넓게 엮어내는 일이, 또 그런 사람이 각광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정 소장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둑은 언젠고 터지게 돼있습니다. 그렇다면 배를 만들어 큰 물에서 놀 생각을 해야지 벽만 높게 쌓는다고 해결되지 않지요".

정 소장은 한양의대를 졸업(1996년)하고 삼성서울병원병원 인턴을 거쳐 서울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석사 학위(2003년)를 받았다. 이어 미국 남가주대학(USC) 의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2003~2007년)했으며 동안 시더스-시나이 메디컬센터에서 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2007년 10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우리들병원 생명과학기술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10월부터 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한의사협회 정보위원으로도 수 년간 활동했으며, 누적 방문객 370만명이 넘는 파워 블로그 '하이컨셉&하이터치'(http://health20.kr) 운영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거의 모든 IT의 역사 :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꾼 위대한 혁명(메디치미디어) ▲제 4의 불 : 휴먼에너지, 미래를 이끌어 갈 원동력(열음사) ▲웹 서비스(한빛미디어) ▲아이패트 혁명: 애플과 태블릿PC가 만드는 라이프 비즈니스 쇼크(예인출판사·공저) ▲오프라인 비즈니스 혁명(21세기 북스 ※2011년 3월 중 출판 예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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