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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런사람이야 ⑤ 어디선가 행사가 열리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나, 이런사람이야 ⑤ 어디선가 행사가 열리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 김은아 기자 eak@doctorsnews.co.kr
  • 승인 2011.02.2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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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의사들이 '제약회사 직원'하면 으레 영업사원과 마케팅 담당자를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하나의 약이 세상에 나와 환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에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사람이 관여한다.

<의협신문>은 2011년 새해를 맞아 제약업계의 숨어있는 조력자들을 찾아 그들의 일과 삶에 대해 들어본다


▲ ⓒ의협신문 김선경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전국 행사장을 돌아다니는 신미리 한국릴리 미팅 오거나이저의 일상은 이렇다. 제약회사에 웬 미팅 오거나이저인가 싶지만, 알고보면 제약회사만큼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가 많은 회사도 없다. 여기서 미팅이란 각종 제품설명회와 학술좌담회, 심포지엄, 세미나 등을 말한다.

"브랜드팀에서 계획하는 각종 회의를 실제로 구현해내는 것이 저의 업무입니다. 회사가 개최하는 각종 크고 작은 회의들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관장하는 것이죠. 행사 전문가라고 할까요? 물론 회의가 모두 끝난 후에 평가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 중 하나죠."

겉으로 보기에는 1~2시간 동안 이뤄지는 짧은 회의일지라도, 그 회의가 열리기까지는 신미리 대리의 손에 들려있는 60~70여개의 체크리스트를 무사히 통과해야만 한다.

행사를 열기로 결정하고 브랜드팀과 함께 행사의 타깃층과 프로그램을 짜고 나면 그는 본격적으로 분주해진다. 장소 섭외와 초청장 발송은 물론 행사장 데코레이션과 각종 프리젠테이션 장비를 준비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막상 모든 준비를 끝낸 행사 당일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다. 행사 시작 2~3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해 최종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문제가 없는지 모니터링하면서 돌발 상황에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이 일을 하다보면 꼼꼼한 성격이 도움이 됩니다. 아무리 행사를 잘 했더라도 작은 부분에 실수가 있으면 그것 때문에 참석자들의 마음이 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참신한 아이디어도 중요합니다.

제약회사가 주최하는 행사들은 여러가지 제약이 많기 때문에 비슷비슷한 경향이 있습니다. 수많은 행사 중에서 돋보이려면 아이디어로 승부해야죠."

하지만 제아무리 오랜시간 공을 들여 준비했더라도 돌발 상황이란 늘 벌어지게 마련.

"워낙 꼼꼼하게 준비하고 대안을 항상 마련해놓기 때문에 큰 사건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정작 가장 어려운 부분은 '날씨'죠. 갑작스럽게 비가 오거나 악천후가 발생하면 참석자수가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거든요. 그럴 땐 실례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문자나 전화를 통해 다시 한번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업무가 업무이다보니 그는 전국의 주요 호텔과 연회장을 거의 섭렵하다시피 했다. 서울과 달리 지방에는 마땅한 전문 행사장이 부족하기 때문에 직접 발품을 팔며 괜찮은 장소를 훑어봐둬야 한다. 그만큼 출장도 잦다.

"요즘은 공정경쟁규약으로 제약회사 주최 행사들이 위축되기는 했지만, 한창 많을 때는 이틀에 한 번 꼴로 회의가 열렸던 적도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요구되는 일정 수준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한꺼번에 많은 행사를 진행하기가 어찌나 벅차던지요. 한 달에 10번 이상 회의가 열리는 것도 모자라, 서울·부산·대구·광주를 찍는 살인적인 스케줄도 있었어요."

호텔리어였던 그가 제약회사로 자리를 옮긴지는 올해로 3년째. 처음에는 생소하기만 했던 업계 용어나 제품에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규모가 크고 회사의 기대치도 높은 신제품 런칭 행사의 경우 준비하는 동안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잘 끝내고 나면 더할 나위 없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

"제일 힘든 점은 의사소통이에요. 회사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내 관련 부서들과 외부 에이전시에 원하는 것을 잘 전달하고 이끌어내야 하거든요. 말로 표현되지 않는 미묘한 부분들이 행사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만족도를 좌우하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죠."

마지막으로 의사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없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에 행사가 다 끝난 후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그의 고충이 묻어난다.

"어떤 행사에서든 다음에 더 좋은 행사를 하기 위해 참석자들에게 설문지를 돌리거든요. 보통 객관식은 잘 답해주시는데, 주관식 난은 거의 비어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앞으로는 기타 의견도 많이 채워주시길 부탁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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