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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두'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다

'닥터 두'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1.02.2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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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두 (주)헬스웨이브 대표

 

 
국민을 내 가족처럼, 환자를 내 생명처럼'을 내건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대회장 경만호·대한의사협회장)가 2011년 5월 13∼15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성덕·대한의학회장)와 <의협신문>은 33차 학술대회를 맞아 '릴레이 탐방 33인-진료실 밖에서 한국의료의 길을 묻다'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릴레이 탐방은 의사회원 가운데 진료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주인공을 만나 ▲다른 길을 걷게 된 동기 및 배경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외부에서 바라 본 의사 사회 ▲의사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봄으로써 한국의료와 의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직전까지 연재되는 '릴레이 탐방'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2000년,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촌철살인의 그림으로 풀어내 화제가 됐던 만화 '허준 생각'을 기억하십니까?"

서울대병원 전공의였던 한 청년의 손에서 탄생했던 '허준 생각'은 대체조제와 임의조제, 끼워팔기 등 당시 의약분업의 화두가 되었던 문제들을 '만화'라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다뤄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시 그의 만화는 '의약분업의 문제를 이보다 쉽게 설명할 수는 없다'는 호평을 받으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의약분업 대표 홍보물로 인터넷은 물론 전단지로도 인쇄돼 거리에 뿌려졌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청년은 의사에서 만화가로, 다시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사업가로 변신해 새로운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외과의사의 꿈을 안고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하던 2000년.

정희두 대표는 의약분업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대로라면 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에 그는 가운을 벗어던지고 투쟁의 물결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대체조제와 임의조제 위험성 등 의약분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뻔히 눈에 보였지만, 의료계의 이유있는 주장을 그 누구도 귀 담아 듣지 않으려 했다.

어떻게 하면 한국의료의 발전을 바라는 의사들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정 대표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만화'라는 매개체를 떠올렸고 당시 유행했던 '광수 생각'을 패러디해 허준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허준 생각'을 탄생시켜 이른바 '대박'을 쳤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온 병원. 그는 바쁜 전공의 생활 속에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어 한 의료전문지에 '닥터 딜레마'라는 만화 연재를 시작했다.

그는 이 만화를 통해 대한민국 전공의로 느끼는 의료현장의 현실적 모순 등 각종 '딜레마'를 현실감있게 풀어내 호평을 받았고 이후 '닥터 두'로 캐릭터를 변경해, 일간지에 의료정보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연재만화를 실으며 본격적으로 의사 만화가로의 길을 걷게 된다.

"미술을 전공한 어머니 덕분에 어린시절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았죠. 허준생각을 시작으로 만화의 대한 매력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됐고,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면서 만화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굳혔어요. 그래서 제대 후 병원이 아닌 애니메이션 제작업계에 뛰어들게 됐죠."

제대 후 그는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십분 살려 애니메이션에 의료정보를 접목한 '설명처방' 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2006년 이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의료정보의 특성상 '과정'에 촛점을 맞추어야 하다보니 설명에 쓰는 매체를 고정된 그림형태의 카툰에서 움직임이 가능한 애니메이션으로 전환했다. 그렇게 그는 만화가에서 의사출신 애니메이션 감독 1호로 다시한번 모습을 바꿨다.

설명처방이란 말 그대로 의사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약을 처방하듯, 필요한 설명을 찾아 제공한다는 의미다. 정 대표는 전자차트에 각종 질병정보에 관한 설명을 애니메이션 형태로 탑재, 환자 진료시 필요한 설명정보를 찾아 일종의 처방전처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진이 설명에 앞서 설명정보를 처방하면 환자와 보호자가 이를 시청한 뒤 추가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담당의의 설명을 듣게 되는 식인데, 환자의 입장에서는 복잡한 의학적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의사의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되 설명에 드는 시간과 노력은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설명의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많은 병원들이 여전히 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환자는 의사에게 충분한 설명을 듣기 원하지만, 의사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죠. 여기에 착안한 것이 설명처방입니다."

이는 병원 근무 당시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든 아이템이다. 그는 의료분쟁의 대부분이 '설명'을 둘러싸고 벌어진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병원에 근무할 당시 늘 시간에는 쫓겼지만 자신의 상태나 진료, 수술 내용을 충분히 알고 싶어하는 환자의 입장도 외면할 수 없었기에 설명을 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었죠. 수술동의서를 받는데 길게는 5시간까지 설명을 해 본 경험도 있습니다.

그만큼 양쪽이 모두 이해하는 선의 설명이라는 것이 어렵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분쟁의 요인이 되는 것이죠. 설명처방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그는 10년전 그때처럼 열정에 넘쳐 보였다. 새로운 꿈을 향해 달리는 정희두 대표. 그의 최종목표는 무엇일까.

"어떤 일이든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은 쉽지가 않죠. 설명처방이 의사와 환자간 라뽀르를 회복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느리더라도 착실히 전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옳은 일이라고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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