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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이 될 뻔 했다 정책관이 된 남자
개그맨이 될 뻔 했다 정책관이 된 남자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1.02.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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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율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관

 

 

국민을 내 가족처럼, 환자를 내 생명처럼'을 내건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대회장 경만호·대한의사협회장)가 2011년 5월 13∼15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성덕·대한의학회장)와 <의협신문>은 33차 학술대회를 맞아 '릴레이 탐방 33인-진료실 밖에서 한국의료의 길을 묻다'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릴레이 탐방은 의사회원 가운데 진료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주인공을 만나 ▲다른 길을 걷게 된 동기 및 배경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외부에서 바라 본 의사 사회 ▲의사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봄으로써 한국의료와 의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직전까지 연재되는 '릴레이 탐방'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사진 ⓒ의협신문 김선경

"공무원이 됐다고 하니깐 주위 사람들이 모두 놀라더라…" 얘기를 들어보니 그럴만 했다. 인기 개그맨 고 김형곤과 중학교때부터 단짝이었다. 둘이 돌아다니며 갖은 웃긴 짓을 다하고 다녔단다. 그런데 대학생이 된 어느날 김형곤이 방송국 개그맨 시험을 함께 보자고 제안을 했다.

단박에 등록했는데 시험날이 다가오자 갑자기 겁이 덜컥 나더란다. 그길로 포기. 의대 들어가자 마자 연극반에 들어가고 과대표에 연극반 반장에 축제 사회까지 맡아 종횡무진했던 그는 분명히 끼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제대로된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지니 겁이 났다.

이러다 정말 평범한 궤도를 벗어나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길로 접어드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앞섰던 때문이었을까?

전병율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관은 나름 자유분방(?)했던 생활을 접고 1989년 복지부 공무원이 됐다. 내과의사로서 내심 아들도 내과의사가 되길 기대했던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예방의학 전문의가 되더니 내친 김에 공무원까지 달려갔다.

예방의학 전공을 하며 강화도에 내려가 지역사회보건을 공부다보니 재미가 쏠쏠했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는 것보다 현장에서 다양한 보건분야 관계자들을 만나 보건의료시스템을 얼기설기 엮어내다보니 가슴 한구석에 뭔가 보람같은 것이 꽉 차는 것을 느꼈다.

▲ ⓒ의협신문 김선경
그러던 찰나에 유승흠 전 연세의대 교수가 중앙부처에 가서 정책을 직접 디자인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를 했다. 그길로 바로 복지부 공무원이 됐다.

이런 보람때문이었을까 당시 보건사회부 사무관으로 밤낮없이 일하던 전병률 정책관에게 보건의료와 관련해 굵직굵직한 일들이 연이어 떨어졌다. 1989년 보험파트를 맡아 공직을 시작하자마자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정착시켜야 했고 보험급여과에서 근무하던 1997년에는 EDI청구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는 EDI 도입으로 한국 의료시스템의 정보화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DRG 시범사업과 상대가치제도와 같은 굵직한 지불제도들도 보험급여과장을 맡으며 만들어 냈다. 1999년에는 심사평가원을 설립하는 일에도 관여했는데 "정말 밤낮없이 일하던 시기였다"고 회상한다.

물론 아픔도 있었다. 역사적인 의약분업 도입 시기에 보험급여과장을 맡고 있던 전병율 정책관은 의약분업 사태가 끝난 후 밀어닥친 건강보험재정 위기의 책임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도 세게 받고 징계도 받았다." 마음이 쓰렸지만 이후 공직생활에 큰 교훈이 되기도 했다.

개그맨이 돼서 TV와 인연을 맺을 뻔 했던 전병율 정책관은 2009년 결국 신종인플루엔자 예방과 방역을 책임지는 질병관리본부 관료로 국민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각종 방송토론회에 나와 패널들과 토론을 벌였는데 연극반 시절 익힌 대사전달력이 큰 도움이 됐다. 당시 복지부의 미흡한 대처들을 찾아내려는 패널들 사이로 고군분투했던 모습이 아직 선하다.

신종인플루엔자가 잘마무리되자 복지부에서 러브콜이 왔다. 전재희 전 장관이 복지부 대변인으로 임명한 것이다. 역대 복지부 대변인 중 최초로 의사출신 대변인이 됐다. 스스로 깜짝발탁이었다고 밝힌 대변인으로서의 경험은 한마디로 재밌었고 색달랐단다.

늘 조력자들에게 둘러싸여 일을 하고는 했는데 대변인이 돼서 브리핑에 나서보니 주변이 비판자들로 가득찼다. 기자들의 비판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어떻게 복지부가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소위 언론의 생리도 익히고 다양한 시각도 갖게 된 것이 큰 수확이었다.

공직생활을 토대로 의사들에게 충고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의사들이 정부에 불신을 가질만한 상황이 있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이 정립되려는 시기인 만큼 눈을 크게 뜨고 무엇을 수용해야 하고, 무엇을 막아내야 할지 현명하게 가려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사로서 스스로도 "늘 의료 전문가로 국민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야 믿음을 얻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고도 덧붙였다.

지금까지 재밌게 읽은 책들을 꼽아 달라고 했더니 <W이론>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당신들의 천국>을 흥미롭게 읽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이시형 박사의 책 <세로토닌하라>을 읽었는데 내용이 아주 마음에 들었단다.

세로토닌형 인간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첫째는 공격성과 중독성을 잘 조절해 평정심을 유지하고 둘째는 늘 창조적이며, 셋째는 생기발랄하고 의욕적인 행복한 사람이란다. 딱 전병율 정책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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