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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미래의 환자를 진료한다
나는 지금 미래의 환자를 진료한다
  • 김은아 기자 eak@doctorsnews.co.kr
  • 승인 2011.02.1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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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한림 GSK 중국 및 북동아시아지역 항암제 사업부 학술부 총책임자

 

 
국민을 내 가족처럼, 환자를 내 생명처럼'을 내건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대회장 경만호·대한의사협회장)가 2011년 5월 13∼15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성덕·대한의학회장)와 <의협신문>은 33차 학술대회를 맞아 '릴레이 탐방 33인-진료실 밖에서 한국의료의 길을 묻다'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릴레이 탐방은 의사회원 가운데 진료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주인공을 만나 ▲다른 길을 걷게 된 동기 및 배경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외부에서 바라 본 의사 사회 ▲의사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봄으로써 한국의료와 의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직전까지 연재되는 '릴레이 탐방'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 ⓒ의협신문 김선경

문한림 GSK 상무의 직함은 참 길다. 혼란스러워 할 독자들을 위해 그가 맡은 일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글로벌 제약사인 GSK가 한·중·일 등 북동아시아지역에서 진행 중인 항암제 개발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북동아시아 지역에 빈번한 암 질환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도록 R&D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문한림 상무가 청진기를 내려 놓은 지는 올해로 13년째다. 소회를 묻는 기자에게 그는 대뜸 "지금도 환자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의사가 환자를 보는 방법은 여러가지입니다. 흔히 진료실에서 1:1로 환자를 보는 것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저는 지금 오늘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10~15년 뒤 제가 개발한 약으로 치료를 받을 미래의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중이거든요."

덧붙여 글로벌 제약사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그는 돌봐야 할 사람이 환자 말고도 많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환자만 열심히 돌보면 되지만, 회사에서는 환자 못지 않게 상사와 동료, 후배도 열심히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제약회사에 들어갔을 때는 그동안 공부한 것이 있으니, 내 전공과 전문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겠구나 했죠. 그런데정작 제가 와서 하는 업무 중 전문 지식을 활용하는 업무는 30%밖에 되지 않는 겁니다. 나머지는 전략적 사고와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관리, 네트워킹이 차지합니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려는 노력도 필수적이죠."

문한림 상무는 '의사 집안' 출신이다. 어렸을 때부터 정형외과 교수를 지낸 아버지와 국내 첫 여성 의학 박사인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문 상무의 5형제 중 3명이 의사이고, 그의 남편과 시댁 직계 가족까지 포함하면 의사만 13명이다. 장녀이다보니 부모님의 기대도 더욱 특별했다.

"혈액종양학 교수를 그만뒀을 때 부모님이 정말 마음 아파하셨어요. 두 분 다 의학자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셨고, 기대도 많으셨으니까요. 지금도 가끔 안타까워하시지만, 대학에 있을 때 못지 않게 제약회사에서 이렇게 열심히 연구하고 있으니까 아쉬움이 조금 덜하시지 않을까요?"

의대 교수로서 탄탄대로를 걷던 그가 제약회사로 인생의 행로를 변경하게 된 데는 '워커홀릭' 성격이 한몫을 했다. 너무 지쳐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에 뒤도 안 돌아보고 학교를 나왔지만, 1년도 채 못돼 다시 일을 시작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 것.

▲ ⓒ의협신문 김선경
그는 "처음에는 1년 정도 미국에서 쉬다가 돌아와 개원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6개월을 노니까 완전히 미치겠더라. 아무래도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할 모양"이라며 "다행히 종양학 분야는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할 일도 많다"고 말했다.

병원을 떠난 의사들은 누구나 사연이 많다. 병원에 있을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느라 좌충우돌하는 일도 예사다.

문한림 상무는 철저하게 성과 위주로 평가받고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야 하는 치열한 세상에서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한 사람'이 됐다. 그런 그가 후배들에게, 그리고 의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도움을 받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근무하다보니 팀워크가 정말 중요하더군요. 의사들은 자기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은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을 꺼리지 않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려면 먼저 내가 부족한 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알아야겠죠. 의사 집단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협회가 잘 되려면 일반 대중들의 도움과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의사는 궁극적으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할 필요가 있고, 사회와 좀더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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