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베풀면 더 바랄 것 없지요"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베풀면 더 바랄 것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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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2.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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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정형외과 이종근 원장

어렵게 살아본 사람들은 그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잘 알기에 더욱 절실하다. 그래서 자신의 생활이 어려워도 더 많은 도움을 베풀며 사는 이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또 다른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 놓는 사람이 있다. 바로 수년 간 남몰래 독거노인과 청소년 가장을 위해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 온 이종근 원장. 그로 인해 오는 연말의 온기가 더욱 따뜻한 빛을 발할 듯싶다.

독거노인, 청소년 가장, 장애인 등에 생필품과 장학금 기증

서울정형외과 이종근 원장이 경기도 파주에 둥지를 튼 지도 어언 18년. 그때만 해도 파주시는 허허벌판이나 마찬가지였다.

18년을 파주시에 자리하면서 그는 서서히 파주 시민들과 지역주민으로서 훈훈한 '정'과 '나눔'으로 동화돼 가고 있었다. 그가 의사가 되고자 했던 시절, 어려움 속에서 이웃의 도움을 받고 살았던 것을 그는 결코 잊지 않았다.

"송탄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어요. 가톨릭의대를 합격했는데, 당시 집안이 매우 어려워서 입학하기도 힘든 상황이었죠. 이를 알고 이웃주민들과 고등학교 선생님이 십시일반해서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닐 수 있었어요. 그때 이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지금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받았던 훈훈한 사랑을 다시 이웃에게 돌려주기 위해 일상 속에서 소소한 나눔을 함께하고 있다. 자신이 뭔가 큰 봉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번거롭다며 연신 인터뷰에 손사래를 치던 그는 그저 이웃과 작지만 함께 할 뿐이라고 한다.

이웃과 고등학교 선생님, 국가 장학금으로 가톨릭의대를 졸업할 수 있었던 그는 12년간 군의관으로 활동해오다 중령으로 제대했다. 이어 지난 93년에 파주에 정형외과를 개원하고, 파주시 지역주민들과 함께해오고 있다. 그가 파주시에 들어올 때만 해도 정형외과는 2곳 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18년이 지난 지금은 병원도 30여개에 달하고 있어 갈수록 치열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해오고 있다. 그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5~6년 전. 파주에 사는 독거노인들과 청소년가장, 장애인 등을 위해 소리 소문 없이 돌보던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뭔가 거창한 도움을 주기 보다는 추석이나 설 등과 같은 명절이 되면 병원 인근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청소년 가장, 장애인 등을 찾아다니며 쌀이나 라면, 생필품 등을 나눠 주었다.

이웃주민들 삶속에서 함께 녹아나는 '더불어 사는 삶'

 
지난 해 부터는 청소년을 위해 학교 2곳을 지정해 봄, 가을 1년에 두 번씩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보다는 부모님께 효행을 하는 학생을 우선으로 한 학교에 2명씩 50만원씩 기증하고 있다.

이 원장은 "나 역시 어릴 때 이웃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의사 가운을 입고 진료를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내가 이웃의 도움을 잊지 않고, 남들에게 베풀듯, 분명 그 학생들 가운데서도 이웃을 위해 나눔을 베풀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남들에 비해 그리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며 겸손해 하는 이종근 원장. 그는 또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무료진료를 하기도 한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은 국가에서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아 통원치료를 원하는 이들이나, 국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어려운 이들을 만나다 보면 안타까운 사례도 많이 만난다는 이 원장. 그는 한 때 병원에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하던 환자, 박모 씨를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정신지체가 있는 분인데, 어머니를 모시며 살아요. 자신의 몸도 성치 않은데, 홀로 어머니를 모시죠. 담배를 사거나 버스를 타면 거스름돈을 얼마 받아야할 지도 모를 정도의 일상이 불편한 친구죠.

그런데, 대학병원에서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소식에 가족들이 다리만은 보존하게 해달라고 해서 3년에 걸쳐 치료를 했죠." 그리고 그는 다행스럽게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10년 가까이 그는 병원을 출근하다시피 한다. 이 원장의 말 이외에는 다른 이들의 말을 믿지 않을 정도로 이 원장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힘들거나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 이 원장에게 달려와 상담하고, 도움을 청한다. 그의 일과는 이 원장을 방문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할 정도. 이렇게 훈훈한 에피소드도 있지만, 간혹 병원으로 무작정 찾아 와서 도움을 달라고 하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있다.

이 원장 역시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 토요일, 일요일 없이 일하며 틈틈이 나누는 삶이기에 이런 모습엔 간혹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그렇다고 아무나 도움을 줄 수도 없는 일. 그는 자신의 도움을 정말로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진정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베풀고자 한다.

절실히 움을 받아야 할 이가 이들에 가려, 도움을 받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생, 성실 속에서 일궈온 삶, 이젠 나누는 기쁨을 갖다

이 원장 자신도 이웃에 봉사하는 기간이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자신 역시 병원 환자들 속에서 파묻혀 살다보니 쉽지가 않더라는 것. 하지만, 이제는 작지만, 온전히 이웃들 속으로 조금씩 걸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저 보다 이웃에 많은 도움을 주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 역시 작지만 이런 도움들이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병원 가족들의 뒷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 이 원장의 훈훈한 맘씨 덕분일까. 서울정형외과는 10년 이상 근속하는 직원들이 대부분이며, 평소 '열심히' '성실'만이 서비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원장은 또 얼마 전 파주시 장애인협회가 활동할 공간이 없자 선뜻 자신의 땅을 빌려주기도 했다.

이들은 파주시에 있는 장애인들을 돕는 단체로 현재는 장애인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무료급식소로 활용돼 도움을 전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리 저리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자신의 실익과 상관없이 선뜻 내어주는 그이다. 해외는커녕 제주도 여행 한 번 가보지 못했다는 그는 오로지 병원과 환자, 이웃을 생각하며 사는 것만으로 행복한 듯하다.

"어릴 때 어렵게 살아서 그런지 옛날 생각하면, 발길이 안 떨어져요. 내가 좀 여유 있게 산다고 해서 이를 누리는 것이 부모님께 송구스럽기도 하고요." 그가 유일하게 즐기는 것이 있다면 친구들과 일요일 산에 오르는 것이 전부다. 그래도 그는 삶에 있어서 전혀 아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다.

자신의 소신과 명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병원과 환자, 그리고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이야말로 그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자 행복할 수 있는 이유 때문이다. 거창한 도움보다는 일상 속에서 함께 나누고 느끼는 소소한 나눔과 그로 인한 즐거움. 그가 이웃과 함께 살고, 나누며 웃는 이유가 아닐까.

글·사진 / 임나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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