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부터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종을 대상으로 실시하려던 세무검증제의 도입이 무산됐다.
세무검증제의 핵심은 의사·변호사 등을 비롯한 전문직종을 대상으로 매출이 5억원 이상인 경우 세무사가 사전검증을 하도록 하고, 검증을 받지 않았을 경우 산출세액의 10% 가산세와 세무조사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의사를 소득 탈세집단으로 전제한 이 제도의 추진이 알려지면서 가뜩이나 2, 3차 의료기관에 환자를 빼았기고 저수가에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일차 의료기관의 분노와 위기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5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위원회에서 여·야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내년에 다시 논의키로 결정되면서 급한 불은 진화됐다.
사실 지난 9월28일 국무회의에 상정· 보고되면서 내년 1월 1일 시행이 거의 기정사실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를 얻은데는 의협과 각과 개원의협의회의 주무이사들로 구성된 세무대책위원회의 힘이 컸다.
기재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긴급대책위를 즉각 가동하고, 전문직종=탈세집단이라는 논리에서 출발한 이 제도의 부당성을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 또 변호사·치과의사 등 이 제도의 이해당사자인 타 전문직과의 공조도 힘을 발휘해 여·야를 막론하고 기재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이 제도의 부당성에 주목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세무검증제 도입이 완전히 물건너 간 것은 아니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언제든지 꺼내들 카드이기 때문이다.
미용목적의 성형수술에 부가되는 부가가치세의 경우를 보더라도 지난 몇년간 의료계의 저항으로 도입이 유보돼 왔지만 결국 내년 7월 시행이 확정됐다. 따라서 의협을 중심으로 개원가의 현실에 맞는 대안을 모색해 보다 정교한 대응논리를 개발하는 것만이 세무검증제도를 봉쇄하는 길이다.
아울러 입법을 추진하는 정부는 이 제도를 일부 전문직종에 한정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 및 조세공평주의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명백한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의사나 변호사 등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보호대상이란 점을 망각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