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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와파린의 독주에 마침내 대안을 찾다
50년 와파린의 독주에 마침내 대안을 찾다
  • 김은아 기자 eak@doctorsnews.co.kr
  • 승인 2010.11.0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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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RE-LY연구 등록위원장 조나스 올드그렌 교수

심방세동은 전세계적으로 인구의 1%에서 발병하는 질환으로, 앞으로 고령화가 가속화되면 유병률이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방세동의 주요 합병증 중 하나는 뇌졸중이다.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뿐 아니라 30일 이내 사망할 확률이 25%나 된다.

이 때문에 심방세동 환자들은 '와파린'이란 항응고제를 복용해왔는데, 와파린은 출혈 등 부작용 위험이 높고 음식 조절과 응고 수치 모니터링을 필요로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컸다.

최근 FDA의 승인을 받은 '프라닥사(다비가트란)'는 지난 50여년을 통틀어 처음으로 와파린에 비해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효과가 더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줘, 와파린을 대체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본지는 다비가트란과 와파린을 비교한 'RE-LY'연구의 공동 등록위원장을 맡은 조나스 올드그린 스웨덴 웁살라의대 교수를 지난달 29일 아시아태평양부정맥학회 기간 중 만났다.

-다비가트란은 와파린에 비해 어떠한 점이 뛰어난가?

심방세동 분야에서 최대 규모로 진행된 RE-LY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비가트란은 와파린에 비해 뇌졸중 및 전신성 색전증 위험을 최대 35% 감소시켰다. 이미 와파린이 위약 대비 뇌졸중 등의 위험을 65% 감소시킨 바 있기 때문에 놀라운 결과다. 사실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연구자들도 와파린 보다 더 나은 효과를 보여주는 약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저 출혈 위험이 좀더 낮기를 기대하는 수준이었는데, 출혈 위험뿐 아니라 뇌졸중 예방 효과도 우수했다.

또한 RE-LY연구의 하위분석 결과를 보면 다비가트란은 혈액응고수치(INR)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효과적이기 때문에 별도의 모니터링이 필요없이 고정용량으로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도 다비가트란은 와파린과 달리 온셋과 오프셋이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라도 신장 기능이 정상일 경우 하루 전에 다비가트란의 복용을 중단하면(혈장 농도 25% 수준) 수술이 가능하다.

-RE-LY연구에서 다비가트란150mg이 와파린에 비해 심근경색(MI) 발생률을 다소 높였다(HR=1.38, p=0.048).

실제 연구 종료 후 MI에 대한 많은 토의가 있었다. RE-LY연구에서는 세 그룹(와파린/다비가트란110mg/다비가트란150mg)에서 모두 심근경색 발생률이 낮았기 때문에(0.53%~0.74%) 새로운 계열의 약물이 와파린 보다 MI를 더 유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전의 다른 연구들을 보면 새로운 계열의 항응고제가 와파린 보다 MI 위험이 높기도 하고 낮기도 해서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이 없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와파린이 MI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와파린 보다 다비가트란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가?

어려운 질문이다. 몇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와파린은 매우 효과적인 약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와파린은 까다로운 약물이다. 다비가트란의 경우 사용이 까다롭지 않으면서 와파린만큼 효과적이거나(110mg), 더 나은 효과(150mg)를 보여줬다. 이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다비가트란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와파린으로도 충분히 조절이 잘 되고 혈액 응고 수치가 잘 유지되는 경우에는 와파린이 더 나을 수 있다. 비용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어쨌든 다비가트란은 매우 훌륭한 대안이다.

-다비가트란 110mg와 150mg은 어떻게 구분해 사용해야 할까?

지난 주 처음으로 미국에서 심방세동 환자에 대한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아직 다른 지역에서는 승인이 안된 상태인데 두 용량 모두 허가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미국에서는 75mg과 150mg만 허가). 용량을 선택할 때 만일 약물을 투여하는 목적이 뇌졸중 위험을 줄이는데 있다면 고용량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고령이나 출혈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의 경우는 좀더 낮은 용량을 쓸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150mg가 권장된다.

-현재 개발 중인 항응고제 후보 물질이 많다. 이들과 비교할 때 다비가트란의 특징은 무엇인가?

아픽사반(화이자·BMS)과 리바록사반(바이엘쉐링) 등이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예방 효과를 와파린과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아픽사반에 대한 ARISTOTEL연구는 RE-LY연구의 대상자와 특성이 비슷한 반면 리바록사반에 대한 'ROCKET'연구는 뇌졸중 위험도(CHAD Score 기준)가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RE-LY연구와 차이가 있다. ARISTOTLE연구는 1년에서 1년반쯤 후에나 결과가 나올 것 같다.

다비가트란이 항응고치료의 새로운 기준이 된 만큼, 두 약물이 적어도 다비가트란과 같은 수준의 효과와 안전성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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