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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생명존중하는 축제의 장으로"
시론 "생명존중하는 축제의 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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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0.0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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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은 5회째 맞는 임산부의 날…

▲ 안명옥(차의과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이사장·17대 국회의원)
2010년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지 5회째를 맞는 날이다. 필자의 오랜 꿈이던 '임산부의 날' 제정이 2005년 모자보건법 개정으로 이루어졌고, 마침내 국회에서 2005년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을 선포, 임산부의 축제가 시작됐다.

이 날은 의협과 산부인과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가능했으니 우리 의사들이 함께 제정한 셈이다.

당시 축사를 하러 오신 김원기 국회의장님은 국회 대회의실과 전시장을 가득 메운 700여명의 임산부들을 보며 국회 개원 이래로 600명 정원인 국회 대회의실에 1000명이(임산부와 태아) 넘는 국민이 들어온 적은 처음이라는 덕담에 모두 파안대소를 하였던 기억이 새롭다.

모자보건법에는 임산부의 날을 국가가 임신과 출산의 중요성을 고취하기 위해 이를 기념한다고 명시했다. 2005년 첫 '임산부의 날'엔 임산부를 위한 날인 동시에 생명의 소중함을 존중하고 강조하는 의미를 더해 선포하였다. 임산부의 날은 생명의 가치, 가족의 가치 또 삶의 행복을 생각하는 날이기도 하다.

더욱이 심화된 저출산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개인의 영역을 뛰어넘어 국가최대현안과제가 되어있다. '임산부의 날' 제정은 저출산 문제의 해결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그 정점이기도 하다. 10월 10일로 정한 이유는 크게 아래의 이유들에 근거한다.

첫째, 일반적으로 임신기간을 열달이라 한다. 의학적으로 수태의 순간이 아닌 난자의 성숙일까지 포함하면 280일, 또 정자가 생성되기 시작하는 날까지 합하면 300일이 넘으니 우리 전통의 임신 열달이라는 개념은 진정한 의미의 생명의 시작을 난자와 정자의 생성까지로 거슬러 올라가는 셈법이다(음력으로는 특히 더 열달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의미로 한국적인 가치를 상징하는 이 날이 유엔(UN)으로 가서 전세계의 임산부의 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둘째, 아라비아 숫자 10은 완벽의 숫자! 완벽을 지양하며 생명신비를 담고 싶었다.

셋째, 10월의 가을은 가장 아름답고 높고 청명한 하늘의 계절이며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이다. 수확의 계절, 가득함과 풍요로움, 행복의 계절이 또한 10이다. 우리 인생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새 생명의 탄생으로 가족은 행복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다.

넷째, 신세대의 언어로 말하면 1, 0, 1, 0, 디지털(digital)의 수이다. 미래를 향하는 미래지향적 진취의 상징이다. 젊은이들의 호응도 고심하며 10월 10일의 이야기를 고심하였다. 꿈과 희망이 없다면 미래가 없는 인생이리라. 국가나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다섯째, 10월 10일이 10 + 10이 아니고 10 X 10을 넘어 10의 10승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새 생명, 그리하여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희망인 아기들이 일당 100, 일당 10의 10승의 역량을 발휘하리라 믿는다.

10의 10승의 사랑을 받고 태어난 우리의 미래인 아기들이 10의 10승의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생명을 소중하게 기리는 날, 우리의 미래를 잉태하고 사랑으로 기르는 임산부를 여왕으로 모시기를 기념하는 날, 임신과 출산과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정색하면서 생각해 보는 날이기를 바라며 필자의 꿈을 보탰다. 앞으로 더 다양한 의미, 스토리들이 더해지는 축제의 날이기를 바란다.

올해가 더 특별한 것은 10이 3번이나 겹친다. 100년 후에나 또 10이 세 번 겹치는 날이 올것이라 더 즐거운 축제를 만들고 싶었는데 아쉽게 그리하지 못했다. 저출산이 대한 우려의 소리는 요란한데, 법정기념일 5회차가 되는 올해에도 '임산부의 날'이 표시된 달력은 찾을 수가 없다.

내년부터는 많은 달력에서 임산부의 날 표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특히 의협의 달력에는 꼭 표기가 되길을 희망한다.

임산부의 날과 관련, 우리사회 최대 현안의 하나인 저출산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2009년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5로 초저출산을 기록하였다.

1989년부터 낮은 합계출산율의 추이를 보며 산부인과 전문의며 인구문제를 공부한 인구학자로서 출생신고체계의 획기적인 개선, 임신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생명존중·고령화 대비들에 대하여 기회있을 때마다 문제를 외치고, 정책을 건의하였으나 메아리 없슴에 안타까와 했었다.

17대 국회 1호 의안으로 17대 국회 등원 첫날 저출산·고령화사회 대책 특위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한나라당내에 '저출산 고령화 TF'를 구성했다. 법안을 개정하고 정책제언을 하는 등 끊임없는 노력을 하였고, '저출산사회대책 기본법' 제정안을 발의하여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통과시킨 일은 참으로 보람된 일이었다.

학자로 15년간 강조했으나 반영되지 못했던 긴 노력이 법안들을 만들고 통과시키며 1년만에 국가의 아젠다가 되는 것을 보는 것은 벅찬 감동이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국회내에 특위가 구성됐으나 관계부처들의 저출산에 대한 무관심 내지 무심함을 보는 일은 고통이었고, 이제는 '저출산 고령사회'가 보통명사화됐지만 당시엔 고령사회 기본법이면 되지 '저출산'은 법에 넣지 말자는 주장들에 맞서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전쟁(?)이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큰 그림과 미시적· 구체적 정책들을 세밀히 챙기며 지낸 국회에서 일단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한 긴장감과 절박감은 조성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큰 보람을 느낀다. 인구문제에 고령화의 다른 편 큰 한 축이 저출산이고 이 저출산이 문제의식화된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이 땅의 여성들이 아기를 낳지 않는다. 출산파업, 임신파업이라고도 한다. 미래의 꿈과 희망을 가지기 어려운 각박한 현실이기 때문에 자식 낳기를 포기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분명한 것은 아이를 낳아도 안심하며 키울 수 있는 환경, 태어난 예쁜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고 그 미래가 보장된 사회,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공동체가 그 어떤 가치보다도 행복을 주는 사회라면, 아기 낳지 말라고 말려도 아기를 낳을 것이다. 아이들은 미래를 책임질 국가의 소중한 자원이자 미래 자체다.

이 땅에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소중한 각자가 훌륭한 자질을 갖춘 행복한 인격체로 자랄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어른들의 책무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근거해 2006~10년도 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이어 2010년 9월 10일에 2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이 발표되었다. 한가지 정답만 있는 문제가 아닌지라 다양한 분야의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 이미 상당한 해법이 제시되었다.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갖고 종합하고 공감대를 모으는 작업이 중요하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노력들의 구체적인 방향이 여성과 어머니, 아이들을 편안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비로소 그 목적이 제대로 달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소중한 미래를 잉태한 엄마들이야말로 국가와 사회가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귀한 존재이다.

'임산부의 날'은 어머니들과 예비 엄마들을 가장 귀하게 대접하고 보호하겠다는 국민적 다짐의 자리이다. 또한 생명을 존중하는 축제의 날이기도 하다. 하루만 '임산부의 날'로서 기념하고 끝내서는 안 되며, 모성을 가진 생명의 원천인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은 1년 365일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1년 내내 여성과 엄마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된다면 미래의 소중한 꿈을 가진 아이들이 많이 탄생하게 될 것이며, 저출산도 극복될 것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특히 모성태아학 세부전공의 학자이기도 한 필자는 임산부들과 사랑하는 태아들에게 각별한 애정이 있다. 아가들을 이 세상에서 엄마나 아빠보다도 가장 처음 만나는 사람으로서의 영광됨과 축복을 지닌 의사로서 생명의 신비에 깊이 감동하고 있는 터이다.

생명의 원천인 어머니들과 임산부들을 귀하게 대접하는 분위기 확립이야말로,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가득한 꿈과 희망이 가득한 행복하고 밝은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10월 10일 임산부의 날, 사랑하는 아가를 "아가의 궁전, 자궁"에서 보듬고 계신 우리 엄마들, 건강하고 예쁜 아기 출산하기 바라고 오늘을 기쁜 축제로, 생명에 대해 사색하는 날로 즐기기를 바라며 이 기회를 빌어 진심으로 축하드리는 바이다.

※ 이 글은 의협신문의 입장이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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