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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디지털 시대 의사

청진기 디지털 시대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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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1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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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학(인천·갈산중앙의원)

▲ 안용학(인천·갈산중앙의원)

근대 초 영국 의사는 신발, 모자, 옷에 금장식을 매달아 귀족을 닮으려 했다. 이것은 복장과 장식으로 의사의 귀족적 권위를 외부에 알리는 방법이었다. 귀족을 흉내 내는 경향은 의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당시 이러한 경향은 사회 전체가 귀족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시대마다 사회적 권위가 다르다. 정령이 있다고 믿었던 원시시대에는 정령을 다루는 사람이 최고 권위자였다. 종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서구 중세는 종교지도자가 최고 권위자였고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흉내 내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했다.

의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시대적 권위에 따른다. 왕이 최고 권위자라고 생각한 시대는 왕의 행동과 말, 입던 모자나 옷 등이 유행의 첨단이며 표준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정치제도 또한 유사하게 변모한다.

왕정 시대는 철저히 계급을 분리하는 것이 도덕적이며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하였고 민주 시대는 이러한 계급의식을 나쁜 것으로 평가한다.

사회적 권위는 치료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령시대 치료자는 정령과 소통하거나 제어하는 방식이었고 동양처럼 음양오행의 조화를 믿는 시대는 질병을 음양오행의 부조화로 생각한다. 신을 모든 것의 근원으로 생각했던 서구 중세시대는 질병의 근원을 죄로 생각하였다.

근대 과학의 발달은 순식간에 의학을 변모시켜 버렸다. 신에게서 치료의 뿌리를 찾던 의사들이 신 대신에 과학에서 치료의 뿌리를 찾았다. 하지만 의학의 불확실성과 불확정성 때문에 도제식 의학 교육은 여전히 필요하였다.

현대 의학은 또다시 변하고 있다. 진단과 치료에 고가의 첨단 장비가 필요해졌다. 과거에는 의사의 직접적 치료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첨단 장비 사용도 강조되어 진다. 각종 언론이 질병을 소개할 때마다 첨단 장비에서 나온 결과물을 선보이고 의사들의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의사의 직접적 권위가 과거에 비해 점점 떨어지고 첨단 장비의 권위가 조금씩 상승하는 듯하다. 그래서 의사들의 손에는 정령시대의 정령지팡이 대신에, 중세시대의 십자가 대신에, 귀족이나 양반의 옷차림이나 행동 대신에, 여러 가지 디지털 장비가 들려 있다. 그래야 환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시대는 탈권위주의 시대이다. 의사나 교사의 권위가 줄어들고 의료는 '의사가 돌보는 것(CARE)'이 아니라 '의사에게 구입하는 물건'이 되어 버렸다.

의학 지식은 의사들만의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하여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불확실성과 불확정성이라는 특징을 가진 의학은 이러한 시대에 적응하기 어렵다. 디지털 사회는 탈권위를 요구하지만 의학은 지식의 특성상 권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디지털 시대 의사는 탈권위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생존 전략을 추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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