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심평원 10년 잔혹사 시대적 요구는 '변화'
coverstory 심평원 10년 잔혹사 시대적 요구는 '변화'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0.07.0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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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가 업무로 의료계와 끝없이 '반목'
신뢰관계 바탕으로 동반자 관계 정립할 때

Cover Story

올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설립된지 꼭 10년이 되는 해이다.

의료계는 과거 진료비 심사기구의 독립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함으로써 심평원의 설립을 적극 지지했던 집단 중 하나. 그러나 심평원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의료계와의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건강보험 및 보건의료 환경은 의료계와 심평원 모두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심평원, 끊임 없는 반목의 역사

2000년 심평원 설립 당시 일각에서는 예산 등의 문제를 들어 반대입장을 표명했지만, 의료계는 보험자의 입김에서 벗어나 진료비 심사업무를 수행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이 필요하다면서 심사기구 독립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심평원 설립에 의료계가 힘을 실어준 셈. 그러나 의료계와 심평원의 관계는 태생적으로 어긋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해 부적정한 진료비 지출을 막아야 한다는 임무를 부여받은 심평원 입장에서는 심사업무 강화가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의료계의 입장에서는 심사조정이 곧 수입의 손실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심평원의 업무 영역이 확장될 수록 의료계와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 갔다.

지난해 심평원이 처리한 심사물량은 13억건에 모두 45조원 규모다.

2000년 심평원 설립당시(4억건 15조원)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전체청구 물량의 99% 이상이 전산청구로 잡히면서 의료기관의 진료 및 급여비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의료계의 반감을 불러왔다.

특히 심사의 잣대가 되는 급여기준의 적절성 문제는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건은 심사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대표적인 사건. 당시 성모병원은 '급여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백억원에 이르는 진료비를 삭감당했고 이를 계기로 심사의 잣대가 되는 급여기준이 비현실적이라는 의료계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후 정부와 의료계, 심평원이 함께 하는 급여기준 개선 논의의 틀이 마련되긴 했지만 급여기준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또 초기 항생제와 주사제 처방률, 제왕절개분만 등 의료이용 빈도를 측정하던 적정성 평가도 진화를 거듭해 현재는 수술감염 예방적 항생제 사용 등 임상질영역까지 포함해 26개 진료항목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초기 적정성 평가결과는 의료기관 계도의 목적으로 사용됐으나,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이유로 평가결과가 전면적으로 공개되면서 의료기관 서열화 논란, 의사-환자간 신뢰관계의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제기된 항생제 과다사용 데이터 왜곡 의혹<의협신문 2009년 6월22일자>은 의사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규제자에서 동반자로 패러다임 전환

건강보험과 의료환경의 변화는 반목의 역사로 대변되는 의료계와 심사평가원의 관계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심평원은 최근 향후 10년의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의료계에 적극적인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2020년 새 패러다임'으로 규제자에서 의료동반자로서의 역할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강윤구 심평원장은 "새 비전은 10년 후를 바라보는 심평원의 큰 그림이고 방향성"이라면서 '바른심사, 바른평가'를 새 비전으로 하는 업무의 패러다임 전환을 약속했다.

심사와 관련해서는 '필요한 진료는 보장하고 불필요한 진료는 사전 차단한다'는 대원칙 아래 공정성과 투명성·전문성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 임의비급여 개선을 위해 급여기준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근거중심론'의 연장으로 의학적 근거가 인정되는 비현실적인 급여기준은 개선하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관리를 강화하고, 일방적인 규제보다는 의사들의 인식전환에 초점을 두어 정책파트너로서 역할을 나눈다는 설명이다.

평가에 대해서도 명확한 근거들을 제시해가면서 의료의 질 향상을 모색해 가기로 했다. 평가기준의 적절성 문제나 평가결과 공개에 따른 효과분석 등 의료계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보의 공개, 제공을 기대해 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전문가 참여보장…업무 투명성 강화해야

그러나 이 패러다임 안에서 의료계의 역할이 어느정도 강화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심평원이 그동안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의료계·심평원이 우리나라 의료를 이끌어나갈 핵심 파트너라는 점은 인식하고 주요업무추진과 관련해 의료계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업무의 방향을 설정하면서 외국의 선진사례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국내 시스템에 접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난 5월 열렸던 심평원 창립 10주년 기념심포지엄에서 발제자로 참여했던 일본 사회보험진료보수기금 켄이치 타나카 실장은 일본의 사회보험진료보수지불기금을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몇가지 시사점을 던졌다.

그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진료비 심사과정에 전문가인 의사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심사방식 또한 우리나라와 같은 전수조사 방식이 아니라 전체 청구기관 중 몇 군데 기관을 샘플링한 뒤 이를 모수로 해 의료기관에 일괄적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는 "진료비 심사업무와 관련해 개개 의료기관과의 마찰이 많지 않다"면서 "또 심사업무의 내용이 투명해져, 이의신청이나 의견개진 등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심평원이 지금처럼 정부 정책을 이행하는데만 주력한다면 전문가 기관되기를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스스로 바로서기 위해서는 원칙과 기준을 분명히 세워야하고, 업무의 투명성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의료계에도 변화 바람 필요하다

의료계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간의 의료계는 정책결정의 과정에서 의견을 제기하기보다는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야 뒤늦게 대응, 정부정책과 기류에 무조건 반대하는 집단이라는 오명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 논리보다는 감정이 앞선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고, 실익을 얻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의료기술 발전에 따른 급여기준 설정의 문제나 국민의식 향상에 따른 정보제공의 문제, 또 건강보험재정 위기와 맞물린 진료비 심사의 역할 강화 등은 심평원과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 함께 고민하고 방향을 정해나가야 하는 사안들이다. 의료계의 적극성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심평원 고위 관계자는 "업무특성상 의료계와 접점이 워낙 넓다보니, 의료계의 거부반응이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와 심평원이 정책의 파트너로서 힘을 모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심평원이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의료계도 전향적으로 이를 검토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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