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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선택분업 전환, 주장보다 설득 필요
시론 선택분업 전환, 주장보다 설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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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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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훈정(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공보이사)

필자는 요즘 보건복지부 앞에서 '문제는 조제료야. 멍청이들아'라는 구호로 선택분업 전환을 위한 일인시위 중이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약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택분업의 당위성 중 하나로 '조제료의 합리적인 분배를 통해 약사의 고용을 늘릴 수 있다'고 말하여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었다.

의약분업 시행 이후 의료계가 선택분업으로의 전환을 주장하며 흔히 내세워 왔던 논리들은 의약분업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과 기회비용의 증가, 2조원을 웃돌게 급증한 조제료, 이로 인한 건강보험재정의 부담 등이었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약사 고용의 증대를 언급하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서 다소 식상한 듯하지만 '소통의 중요성'을 들고자 한다.

첨예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소통'이지만, 우리는 지난 10여 년 간 그 소통에 대해 외면받아 왔다고 주장했을 뿐 정작 우리가 누군가와 소통하려고 애쓰는 것을 경시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이 우리의 뜻과 크게 다르게 결정되고 강행되었던 이유도 우리가 소통의 장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의약분업이라는 크나큰 변화를 가져오는 제도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그리고 의료계와 약계라는 주요 당사자 넷의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의약분업을 정권 차원에서 강하게 밀어붙였던 정부야 그렇다 치더라도 새로운 제도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국민들이나 내부적으로 이해갈등이 없지 않았던 약계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던 것이 실패의 주요 원인이 아닐 수 없다.

좀 더 관점을 좁혀서 말한다면 의료계 내에서는 의약분업을 적극 찬동한 사람들이 존재했으나 약계에서는 의약분업을 적극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약사 사회 전반에서 의약분업을 통해 권익이 신장되리라는 기대가 컸던 점도 있지만, 그럼에도 의약분업 이후 대부분 폐업 위기에 내몰렸던 동네약국들의 운명을 생각해본다면 설득 가능한 약사들도 꽤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후 10년이 흐르는 동안 조제료 및 약품비가 급증하여 정부 역시 의약분업의 폐단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의료계의 주장이 옳고 또 정부가 제도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해도 이해 당사자인 약계와 국민들을 설득하지 않고서는 일말의 전기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0년 동안 의료계가 주장해 온 것들은 정말 많았지만 오로지 우리 입장에서만 주장하다보니 그 누구도 성의껏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의약분업 이후 조제료가 2조원이 넘게 급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아무 대가없이 도로 내놓으라고 하면 누가 선뜻 동의를 하겠는가.

다만 눈여겨볼 일은 그 조제료가 약계 내에서도 제대로 분배가 되지 않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위 20%의 약국이 전체 조제료의 60%이상을 독식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즉 의약분업 이후 증가한 조제료가 약사사회 내에서도 일부 대형병원 문전약국에만 편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처방전을 받을 수 없는 동네약국들이 고사한 것은 물론이고 클리닉센터 등 요지에는 건물주가 약국 자리를 선점하여 서민 약사들이 개업할 수 있는 자리도 크게 줄어들었다.

최근 약대정원 증원으로 매년 2000명 가까이 쏟아져 나올 신규 약사들의 일자리 또한 암담한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모토가 '일자리 늘리기'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제 선택분업으로의 전환 역시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리를 만들어 설득해나가야 한다.

선택분업 실시를 통해 국민의 편의성을 제고하고 의료기관의 약사 고용을 증대시켜 얼마의 재정을 절약하고 또 얼마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지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의료계 내에서도 나날이 메말라가는 일차 의료기관들의 활성화를 위해 선택분업을 어떻게 모델링하여 활용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검토해야 한다.

선택분업을 통해 현재의 의약분업이 직능분업으로 전환되면 의원보다는 약사를 고용할 능력이 있는 병원이 오히려 혜택을 보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작금 일차 의료의 붕괴가 의약분업으로 인해 의약품 조제과정이 번거로워지고 조제료 등 추가 비용으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쟁력이 상실된 탓도 크다.

따라서 병원급의 경우 일자리 늘리기에 초점을 두는 반면 동네의원들에게는 편의성 증대를 통한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의약분업 이후 상실된 의사들의 의약품 판매권과 조제권을 되찾아오는데 큰 의의를 두어야 한다. 그러려면 의료계 내는 물론이고 약계, 정부 그리고 국민들과 충분히 대화하여 현행 제도의 폐단을 널리 알리고 같은 비용으로도 더 많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그래서 의료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의약분업을 바꾸어보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설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달은 벌써 의약분업 10주년을 맞이하는 달이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이 글은 의협신문의 입장이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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