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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파이전쟁, 의료계 무엇을 얻고 잃었나
치열한 파이전쟁, 의료계 무엇을 얻고 잃었나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0.06.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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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수가-자연분만 수가인상 1170억원 추가재정 확보
병리과-안과 백내장 수가인하로 '후폭풍' 휘말려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수가조정 결정을 두고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의료계가 가져올 건강보험의 파이가 1000억원 이상 늘어난 셈이지만, 병리과와 안과 등 수가인하 조치가 단행된 과목들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반발, 사상 유례 없이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시에 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는가 하면 전공의들이 줄줄이 사표를 써가며 정부와 대치하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상반기 건정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건정심 주요 결정 내용을 중심으로 의료계의 이해득실을 따져보는 한편, 이를 둘러싼 핵심 이슈들을 정리해 보았다.

일단 의료계 전체를 놓고 보자면 성적표가 그리 나쁘지는 않다. 일련의 수가조정 과정에서 순수하게 1000억원 이상의 파이를 늘렸다.

야간시간 진찰료 차등수가제외로 연 400억원 정도의 재정을 확보하게 됐고, 산부인과 자연분만 수가 50% 가산조치로 570억원 정도의 재정이 추가로 투입되게 됐다.

다만, 병리조직검사와 관련해 행위 재분류에 따른 수가인하 조치가 단행되면서 병리과에서 171억원 쯤 파이가 줄어들게 돼 아쉬움을 남겼다.

야간진료 환자 차등수가제외 '성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 5월 회의에서 야간진료 환자에 대한 차등수가 적용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7월부터 하루 8시간 이상 진료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 평일 오후 6시, 토요일 오후 1시 이후 진료받은 환자에 대해서는 차등수가 적용대상으로 산정하지 않기로 한 것.

예를 들어 기존에는 낮 시간에 75명의 환자를 진료한 뒤 야간에 15명의 환자를 더 봤다면 일 평균 환자수가 90명으로 산정돼 초과분(15명)에 대한 급여비가 삭감됐지만, 제도시행 이후에는 야간진료 환자가 집계대상에서 제외돼 삭감액이 제로(0)가 되는 식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재정은 의원급 의료기관 기준 연간 400억원 규모로 2008년 기준 차등수가 삭감액이 총 722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삭감액의 절반 이상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차등수가제 폐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지만, 상당수 의료기관들이 차등수가의 칼날에서 이전보다 자유로워지게 됐다.

자연분만수가 2011년까지 50% 가산
경영난에 시달리는 분만 의료기관들에게 수가가산이라는 지원책이 마련된 점도 성과다.

건정심이 정상분만과 유도분만, 겸자 또는 흡입분만, 둔위분만 등 자연분만 관련 수가를 50% 가산하기로 결정하면서, 분만 의료기관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다.

수가는 올해 7월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2년에 걸쳐 25%씩 단계적으로 가산되며, 여기에 투입되는 재정은 연간 57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전체 분만건수 가운데 47%가 의원급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중 268억원 정도가 의원급의 몫, 나머지 절반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분만 수가조정 주요내용(단위: 상대가치점수, 점)

병리과 수가 평균 15.6% 인하 '파장'
다만 병리조직검사와 관련해서는 행위별로 평균 15.6% 가량의 수가인하 조치가 단행됐다.

지난해 있었던 병리조직검사 수가 재분류 결과를 반영해 수가를 인하하기로 한 것.

앞서 건정심은 2008년 병리조직검사 수가를 기존 5개에서 13개로 재분류하면서, 1년 가량 청구현황을 모니터링 한 뒤 이를 반영해 수가를 재조정하기로 한 바 있다.

당시 건정심은 10%, 약 17억원 수준의 가량의 수가 인상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모니터링 결과 소요재정이 약 35%인 327억6000만원이 늘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지난 1일 초과 증가분에 대한 수가조정을 통해 171억7000만원을 줄여 최종 증가분은 155억9000만원이 됐다.

그러나 병리과학회는 갑작스러운 수가인하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특히 병리조직검사의 특성상 수가가 곧 의료행위, 즉 업무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커 상실감이 더욱 크다는 분위기다.

병리조직검사 수가조정 주요내용

포괄수가제 개선, 맹장수술 오르고 백내장수술 내리고
한편 건정심은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도 개선, 오는 7월부터 적용에 들어가기로 했다.

포괄수가제 연구용역 조사결과를 토대로 질병군 평균가격을 다시 계산, 이를 수가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수가조정을 통해 7개 질병군 전체적으로는 2008년 기준 총진료비 대비 0.2%(12억원) 가량 수가가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됐다.

다만 과목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7개 질병군 가운데 자궁수술과 충수절제술의 수가가 평균 20% 이상 인상되는 것을 비롯해 편도수술과 제왕절개술, 탈장수술, 항문수술 등의 수가는 올라갔지만 안과 수정체수술의 경우 평균 10.2% 수준의 수가인하가 결정되었기 때문.

특히 개원가에서 주로 시행하는 단안-소절개수술의 경우 인하폭이 최대 25.7%에 달해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7개 질병군 포괄수가, 질병군병 종별 진료비 추계(단위: 백만원, %)
 
건정심 '겹소송'...가입자-공급자 양쪽서 뭇매
여러 진료과가 얽히고 설키는 대폭적인 수가조정이 이뤄지면서, 의료계 내외부에서는 이를 둘러싼 논란과 혼란이 계속되는 분위기다.

가입자와 공급자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가 하면, 병리과의 경우 수가인하 조치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전면 파업에 들어가는 사상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수가조정과 관련해 법적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대한안과의사회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건강보험 가입자단체들.

대한안과의사회는 백내장 수술수가 인하에 반발해 이달 중순 고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으며, 가입자단체들은 자연분만 수가인상과 관련해 "복지부가 편법적인 수가인상을 거듭해 상대가치 수가제도의 파행과 진료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수가 인하-인상 등 건정심의 결정사항에 대해 관련 당사자들이 유감을 표명한 일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있었지만, 이처럼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시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한편 전국의 모든 병리과 전공의들은 병리조직검사 수가인하 조치와 관련해 9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7일 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시작된 전공의 파업은 불과 이틀만에 전국으로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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