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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론]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시론 [시론]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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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2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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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규(고려의대 교수 고대안암병원 내과)

얼마 전 의협회장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친애하는 회원여러분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나에게만 보낸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의협 내부의 문제로 인한 고소·고발 건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런 메일을 받을 때마다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사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전에도 이와 비슷한 메일을 받은 일이 있었고 그로 인해 결국 회장이 임기 중에 그만두는 일이 생기기도 하였다.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하였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로비자체에 큰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그러한 내용을 검찰에 고발하고 언론에 유출함으로써 정치권의 미움(?)을 산 것이 더 큰 문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이후 정부나 국회에 대한 의협의 로비력이 어떻게 되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의협 내부의 이런 저런 일들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검찰고발이나 언론유출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이제는 일종의 트렌드가 된 듯한 느낌이다. 어느 단체나 문제는 늘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문제를 바로잡고자하는 노력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자체적으로 이루어져야지 외부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사실 외부에서는 자세한 전후사정을 잘 알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안다고 하여도 관행이나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 역시 흥미위주로 보도를 하다보면 일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부의 문제를 외부의 도움으로 해결하고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조직의 자체감시기능이나 문제해결능력이 부족해서일 수가 있다.
의협은 추상같은 감사기능을 갖고 있는 단체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 오히려 과도한 감사기능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감사는 의협 집행부가 선임하는 것도 아니고 회원들의 대표인 대의원회의에서 선임한 분들이다. 대의원회의에서 선임한 감사가 하는 감사를 두고 자체 감사기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중앙윤리위원회라는 기구도 있다.

감사가 회무와 회계에 대한 감사가 주요업무라면 회원의 품위나 윤리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을 감사하는 곳이 윤리위원회이다. 윤리위원회의 위원 역시 대의원회의에서 뽑으니 현재 집행부와 관계가 없는 독립기구인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협이 우리나라의 다른 사회단체에 비해 더 문제가 있고, 자체 감사기능이나 자체문제 해결능력이 부족한 단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의협의 구성원인 회원들 또한 다른 사회분야의 구성원에 비해 더 문제가 많거나 자체해결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의협의 내부문제를 둘러싼 갈등들이 외부로 알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 환경의 악화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생각이다. 의약분업으로 시작된 정부의 의료계에 대한 압박과 막무가내식 정책 추진으로 의료 환경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고, 그에 따라 병·의원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그로 인한 불만이 의협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의협은 회원들의 의료 환경을 개선시켜야 할 일차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를 통과한 일명 쌍벌죄 법 역시 이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는 점이 회원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통제와 규제 위주의 의료보험제도하에서도 의료접근성이나 의료 수준 향상에 묵묵히 공헌한 의사들의 노고에 정부나 국회가 고마워 하기는커녕 오히려 잠재적 범죄자로 몰고 가고 있는 이런 현실에 대해 어느 의사가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의협 집행부에 대한 폭로성 공격은 일종의 자해행위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으며 힘을 합치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나라가 어려워지면 국민이 합심해야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 것은 알면서 의료계가 어려울수록 의협을 중심으로 더욱 단결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회원들이 있는 것 같아 보여 안타깝다.

우리가 분열할수록 외부에서 우리를 보는 시선은 더욱 싸늘해질 것이며 의협의 영향력이나 의사의 위상이 더욱 떨어질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의협이 무능하고 부패하고 문제가 많다는 식의 폭로성 공격은 결국 나에 대한 비난이며 의료계를 위해서나 동료 의사들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이쯤해서 그만했으면 좋겠다.

다음에는 의협회장으로부터 오는 '친애하는 회원 여러분'의 메일이 의료계의 희망과 자부심의 메시지를 담길 기대한다.

※ 이 글은 의협신문의 입장이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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