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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언제나 '청년'…연구하다보면 시간도 잊어"
"마음은 언제나 '청년'…연구하다보면 시간도 잊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0.04.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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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세에 SCI논문 쓴 박용휘(성애병원 PET-CT센터 소장)

"이런 방법도 있구나, 원리를 알고나니 무릎이 절로 쳐졌습니다."

핀홀 전용 감마카메라를 이용한 새로운 진단법 연구에 매달려 온 박용휘 서울 성애병원 PET-CT센터 소장(대한핵의학회 명예회장·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은 "몇 년 동안 매달려 온 연구결과가 시원치 않아 포기하려던 차에 우연히 발견한 사진프로그램의 감마 교정법이 해답을 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2년 동안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던 평생의 연구는 일사천리로 풀려 나갔다.

박용휘 소장은 '새로운 감마 교정법에 의한 잠재성 골절의 정밀 핀홀스캔 진단과 분류'에 관한 연구결과를 <Skeletal Radiology> 최근호에 발표했다. X선 장비로는 판독이 어렵고, MRI와 MDCT를 이용해야만 진단이 가능한 잠재성 무릎골절(occult fracture)을 저렴한 비용으로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법이 세상에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 연구실에 책을 읽고 있는 박용휘 성애병원 PET-CT센터 소장. 81세의 나이에도 박 소장의 연구열 만큼은 젊은 후학들 못지 않다.

박 소장의 아담한 연구실은 온통 전공서적과 핵의학 영상판독을 하는 모니터가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나이 되도록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분들이 있었기에 SCI 등재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1999년부터 박 소장이 몸담고 있는 성애병원은 PET-CT·핀홀 전용 감마카메라·방사성 요오드 치료병실 등 대학병원 못지 않은 핵의학 장비와 시설을 투자해 가며 연구와 임상을 지원하고 있다.

"이 나이에도 연구할 수 있어 감사"

이번 연구는 박 소장을 비롯한 성애병원 연구팀(전호승 정형외과·김장민 영상의학과)과 가톨릭의대 연구팀(박정미 여의도성모병원 영상의학과·정용안 인천성모병원 영상의학과·김성훈 서울성모병원 핵의학과·정수교 서울성모병원 핵의학과), 에드먼드 김 텍사스대학 교수(MD앤더스암센터 방사선 및 핵의학과)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박 소장팀은 임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X선 장비로는 골절 여부를 진단할 수 없고, 고가의 MRI와 MDCT를 동원해야만 진단할 수 있는 잠재성 무릎골절을 'Tc-99m HDP 핀홀 골스캔'(이하 핀홀 골스캔)을 이용해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감마교정 핀홀 골스캔 영상은 기존의 골스캔 영상으로는 파악 할 수 없는 힘든 잠재성골절을 정확히 판독할 수 있는 영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임상연구는 무릎을 다친 18∼36세 환자 27명(남성 20명, 여성 7명)을 대상으로 MRI검사를 통해 잠재성 무릎골절 진단을 받은 36례를 대상으로 시행했다.

MRI 검사결과는 급성 및 아급성 무릎 외상·외상부위 통증·출혈 등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들 환자는 '핀홀 골스캔'과 '감마교정 핀홀골스캔'을 추가로 시행, MRI소견과 비교분석했다.

연구결과 감마교정 핀홀골스캔은 단순 골스캔 보다 여섯 가지 유형의 잠재성 무릎골절 소견을 훌륭하게 검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소장은 특히 감마 교정을 할 경우 MRI소견과 대등하거나 더 뚜렷하게 잠재성골절을 진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팀의 이번 연구는 뛰어난 진단능력이 있는 핀홀 감마카메라에 날개를 달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MRI에 비해 검사비용을 1/3 수준으로 낮출 수 있어 경제적이다. 감마카메라는 후진국까지 널리 보급돼 있어 활용도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저렴면서도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감마교정 Tc-99m HDP 핀홀 골스캔 검사법을 기반으로 잠재성 무릎골절 뿐 아니라 앞으로 다른 질환까지 검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마교정 핀홀 골스캔' 잠재성 무릎골절 정확히 진단

▲ 잠재성 무릎골절 환자의 다양한 영상. A는 핀홀 골스캔 영상으로 병변을 파악할 수는 있지만 골절인지 염증인지를 감별하기 어렵다. B는 감마교정 핀홀 골스캔 영상으로 골절 상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C는 MRI 영상으로 골절 여부를 파악할 수는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 D는 X선 영상으로 골절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박 소장은 모교인 전남의대에 몸담고 있던 1962년 한국인 의학자로는 처음으로 <Radiology>에 논문을 발표, 한국방사선의학의 눈길을 세계로 돌리는 이정표를 세웠다. 박 소장은 당시를 "꿈이 많았던 시절"이라고 회고했다.

그에게도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신티스캔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연구결과를 모아 미국 쪽에 출판을 의뢰했더니 보기좋게 퇴짜를 맞았지요."

박 소장은 "18년 전 연구결과와 사진 자료 한 보따리를 싸 들고 무작정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때가 아직도 기억해 생생하다"고 했다.

1994년 독일의 세계적인 과학저서 전문출판사인 슈프링어(Springer)를 통해 <Combined Scintigraphic and Radiographic Diagnosis of Bone and Joint Disease>가 발간됐다. 2000년 제 2판에 이어 2006년 제 3판 개정판까지 나왔다.

헨리 와그너 존스홉킨스의대 교수는 기존의 특이성 없는 평면적인 진단에 머물던 진단분야에 생화학적 변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방법을 학문적으로 정립한 박 소장의 결실에 대해 "핵의학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는 획기적 업적"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지난해 슈프링어는 아시아 의학자로는 처음으로 박 소장을 명예고문으로 추대했다.

"치료를 통해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 못지않게 고통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찾아내는 일 또한 중요합니다."

박 소장은 "연구에 관한 열정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며 "후학들과 연구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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