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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감사와 중앙윤리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유감
시론 감사와 중앙윤리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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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4.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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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남(광주광역시의사회장·의협 중앙대의원)
2000년 의권쟁취 투쟁 당시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사회주의 정책에 맞서 의권을 지키기 위한 전면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우리 의사들은 언론과 국민의 냉소적인 반응을 피부로 느끼면서 뼈아픈 자기 반성을 통해 5가지의 처방을 내렸다. 

첫째, 힘있는 의협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당시 8만 의사들은 직선제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여 정부와 맞서 싸울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회장 출현을 간절히 바랐다.

둘째, 우리 의협도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하여 정부에 끌려다니지 않는, 보건의료 정책을 선도할 수 있는 의료정책연구소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셋째, 우리 의사들도 힘을 갖기 위해 정치세력화를 통해 직접 권력을 손에 쥐는 방법을 택하려고 했다. 의사출신 정치신인을 적극 발굴하여 유력한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료나 정치인을 우리의 우군으로 삼으려 했다. 그래서 의정회 같은 조직 활성화가 필요했다.

넷째,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생명을 다루는 전문직업인으로서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높은 윤리의식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했다. 그래서 윤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여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부각됐다.

다섯째, 회원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의협의 경영합리화와 회비 사용의 투명성 확보가 요구되어 감사의 기능 강화가 무엇보다도 필요했다.

그밖에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계속 진행형인 이러한 과제들을 풀기 위해서 지금도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많은 성과도 있었지만 우리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회장선출 방식을 둘러싼 직선제냐 간선제냐 하는 문제는 법원에 소송 중에 있으며, 의협의 정책개발은 정부의 뒷꽁무니를 숨차게 뒤쫒는 형국이고, 아직도 우리편인 정치인은 손가락으로 셀 정도이고, 선거때 의사들이 지원해 준다고 하면 '제발 가만히 있어달라'고 손사래를 치는 정치인이 있다. 그런가 하면 정부는 의사를 코너에 모는 정책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고 우리는 그저 방어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매스컴에서는 아직도 의사들을 리베이트나 받고 부당청구나 일삼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의협이 회원들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냐고 불만들을 토로하며 의협의 방만경영 구조에 대한 질타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회계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에 부응해서 그동안 이원보 감사의 활동은 돋보였다. 그만큼 투명성이 확보되었다.

올해는 의권투쟁 1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2000년 6월 폐업이라는 극약 처방으로 우리의 뜻을 관철시키려 했던, 그 피튀기는 투쟁과정을 통해서 '과연 우리가 무엇을 얻어냈던가, 국민들은 왜 그렇게 냉담했던가, 정부는 교묘하게 의사들을 옥죄이고 있지 않은가'하는 자기반성을 해 본다.

의권쟁취 투쟁 10년이 지난 지금 당시 중앙위원을 지냈던 최덕종 울산광역시의사회장은 투쟁 과정을 회고하면서 '우리가 의권투쟁에 실패한 원인은 우리의 주장만 펼쳤을 뿐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들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소통에 문제가 있었음을 반성한 바 있다. 정확한 진단을 내렸다고 본다.

그런데 최근에 불거진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와 감사와의 직무상 충돌을 보면서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것 또한 소통의 문제이다.

미국이 1939년 돌팔이가 횡행하여 사이비의료 행위가 판치던 때에 강력한 자체 정화를 통하여 윤리성을 확보함으로써 세계에서 보기드문 의권을 확립할 수 있었다.

우리 의협도 윤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독립성을 최대한 부여함으로서 자체 윤리를 확보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의협 특별위원회이지만 독자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회장도 간섭하지 않고 회의내용도 비공개로 하는 등 독립적 의사결정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윤리위원회 규정을 마련해 놓았다.

그러나 윤리위원회의 모든 심의·의결사항은 협회에 통보하여야 하고, 회장은 보고된 중앙윤리위원회의 의결을 집행하여야 하며, 최종적으로 <의협신문>에 공표함으로써 확정되도록 제동을 걸어놓았다. 즉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마지막으로 회장의 집행권을 통해서 콘트롤 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으로 봐야 한다.

이는 의협회장이 전체회원을 컨트롤 하기 위한 최종 판단자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중앙윤리위원회가 무한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회장의 영향력 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감사는 의협의 회무전반에 대한 감사권한을 갖기 때문에 중앙윤리위원회에 대한 감사는 이행됨이 마땅하다고 본다.

다만 감사는 감사업무 규정에도 있듯이 '피감부서의 업무상 창의 및 활동능력이 침체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감사받는 자의 인격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직무상 알게 된 회무관련 사항을 외부에 공표할 수 없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감사와 중앙윤리위원들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최대한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규정에 너무 얽매여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잊어버려서는 안된다. 특히 자존심 싸움이나 힘겨루기를 하는 이전투구 양상을 보여서는 의협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이번 윤리위원회의 감사 징계문제와 관련해서 일어난 일련의 상황들은 회장이 회무를 집행함에 있어 운영의 묘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감사와 중앙윤리위 위원은 회원들로부터 일종의 사법권을 부여받았는데 그 권리는 개인을 위해서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의협을 위해, 전체 회원을 위해 적절하게 사용하라는 것이다.
만에 하나 감사와 중앙윤리위원회가 주어진 권한을 의협의 발전과 회원권익 신장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사적으로 사용한다면 그 권한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이번 감사와 중앙윤리위원회 간의 사태를 보면서 내내 떠오르는 사자성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였다.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가 소를 죽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두 기관이 아무리 올바른 결정을 내렸더라도 의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62차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중앙윤리위원회와 해당 감사에게 '중앙윤리위원회는 모든 의결을 재심의하고, 감사는 외부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일을 하지 말아달라'는 시정권고안은 의협 최고 의결기관으로서 정말 돋보이는 결정이었다.

이 권고안을 끝까지 받아들여 의협 발전에 기여하길 중앙윤리위 위원들과 이원보 감사에게 거듭 부탁드리면서 의협 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는 두 기구의 당사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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