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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존엄사법'... 사회적 합의 '난관'

갈길 먼 '존엄사법'... 사회적 합의 '난관'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0.04.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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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공청회서 종교계 반대 입장 분명히..."논의 자체가 어리석은 시도"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국내 처음으로 말기 환자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 시행됐으나, 이 같은 '존엄사'를 제도화하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험난해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변웅전)는 23일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존엄사 관련 법안에 대한 심의에 앞서 사회 각 분야 전문가를 모아 놓고 의견을 들었다.

이날 공청회에서 의료계와 법조계, 시민단체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말기 환자의 존엄성과 인격권을 보장해주며, 따라서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특히 존엄사 자체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넘어서 연명치료 중단의 대상과 절차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치료중단의 대상과 범위는?
김장한 울산의대 교수는 "연명치료중단의 대상에 말기 환자 뿐만 아니라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를 포함시켜야 한다"며 "중단할 수 있는 치료범위에 인공호흡기 등 특수연명치료를 포함하고, 영양공급 등 일반연명치료의 중단 여부는 법원의 판단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허대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도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는 환자의 의사를 거쳐 중단될 수 있다는데 입장을 같이 했다. 다만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는 의학적으로 다양한 상황을 내포하고 있어 이를 규정화 하는 것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환자의 의사표시...어떻게 확인하나?
존엄사 논의의 핵심적 쟁점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인정범위와 의사표시의 '추정'을 허용할 것인가의 여부다. 신현호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해울)는 "어차피 환자가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했다 하더라도, 작성 당시의 의사와 치료중단 단계의 의사는 다를 수 있다"며 "결국 환자의 의사를 어떻게 객관적인 절차와 방법을 거쳐 추정하느냐가 제도화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인영 홍익대 법대 교수(경실련 보건의료위원)는 "환자가 직접 작성한 사전의료지시서를 통해서만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의사표시 능력이 없는 말기환자의 경우에는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확인을 거쳐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고 밝혔다.

가톨릭계 "존엄사법은 안락사법"
그러나 이동익 신부(가톨릭중앙의료원장)는 존엄사법이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 자체를 거부했다. 이 신부는 "인간의 존엄성은 삶의 질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부여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존엄사법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묘하게 안락사를 부추기는 법안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아직 연명치료가 무엇인지, '무의미 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법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의료인 입장에서, 경제적 관점에서 논의를 계속하는 것은 어리석은 시도"라고 비판했다.

기독교계를 대표해 나온 이상원 총신대 교수(신학대학원)도 "존엄한 죽음은 '자연사' 뿐" 이라며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결시키려는 시도는 존엄한 죽음이란 용어로 표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행위에 대한 법적 지원장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환자의 명시적인 의사표현 이외의 어떠한 추정이나 대리판단은 허용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약 1천5백명 환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
한편 이날 허대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전국 256개 의료기관에서 총 1555명의 중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7년 사망자 중 만성질환자 18만23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4.1%가 임종 직전에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를 적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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