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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2·17 여의도대회' 醫療史 큰 획
`2·17 여의도대회' 醫療史 큰 획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0.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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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사온(三寒四溫)이란 말도 올핸 도통 들어맞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날씨는 그렇다 치고 의료계 기상도는 이상한파(異常寒波)의 연속입니다.

―2000년 2월은 11·30 장충체육관 집회와 함께 한국 의료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2·17 여의도대회가 열렸던 역사적인 달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2·17 여의도 대회'는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8도 각지의 의사와 의료계 종사자 4만5천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정부의 잘못된 보건의료정책을 규탄한 의료계 역사상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사건입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당국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올바른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최고 지성인인 의료인이 오죽하면 길 거리에 나설 수 밖에 없었는가를 정부당국과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은 직시해야 합니다. 집단 이기주의로 치부하여 묵살하고 외면한다면 종국에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촉발되고 말 것입니다.  

―의료계는 정부에 대해 약사의 대체조제와 임의조제를 봉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약화사고의 책임소재와 보상대책을 마련하며, 의약분업 시범사업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적정진료를 보장할 수 있는 수가체계와 의료보험제도의 개편을 비롯 지역 의료보험재정 50% 지원 약속을 이행할 것과 국민 건강보험공단의 재심사 및 실사 장악기도를 차단해 줄 것도 함께 요청했습니다. 이 같은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는 의약분업을 실시한다 해도 본래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제도 시행에 따른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작용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여의도 대회 이후 각계 반응은 어떻습니까?

―공정거래위원회는 2월 23일 의협·병협 및 의쟁투가 개별 병·의원의 의사에 반하여 집회에 강제로 참석토록 하여 결과적으로 휴진하게 함으로써 개별 병·의원의 진료행위를 부당하게 간섭했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사실을 4대 일간지에 게재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또 양 단체와 김두원 의협 회장 직무대행과 이원순 대구광역시의사회장, 조국현 광주광역시의사회장, 홍승원 대전광역시의사회장, 박만용 의쟁투 부위원장을 검찰에 고발조치 했습니다. 일단 엄중 경고를 한 셈이죠. 회원 개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 참여토록 했다니 공정위의 억지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와 복지부는 일단 의약분업은 법안대로 7월 1일 시행한다는 기존 입장에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특히 의료계가 집단 행동을 계속할 경우 강력하고 다각적인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단지 의약분업으로 경영이 어려워지는 의료기관을 부양하기 위해 3단계 수가 인상안을 내 놓고 있습니다. 선거 이후에 획기적인 수가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으나 빈약한 보험재정 상황으로 미뤄볼 때 보험료 인상없이 실현 불가능한 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의약품 분류작업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이의경 연구원이 주관하에 연구 용역을 수행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원이 약사 출신인데다 추후 연구 용역안을 놓고 의사·약사 동수로 구성된 의약품 분류반에서 중간 분류를 한 뒤 3월말에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심의를 하기로 되어 있어 현행 분류안을 극히 일부 수정하는 선에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선진국 수준의 의약품 분류는 이미 물 건너 갔다는 관측이 무성합니다. 약사의 임의조제 근절대책에 대해서는 별반 언급이 없는 상황입니다. 의사나 의료인 가족이 감시자가 되어 약사의 임의조제와 불법 조제를 근절하는 파수꾼이 되어달라는 차흥봉 장관의 말을 실천하자면 의료인과 가족에게 약사 감시원증이라도 발급해야 할 판입니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3월 2∼4일 전국적인 휴진 시위를 일단 유보키로 한데 대해 다소 진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의협 시도의사회장 및 의쟁투중앙위원회는 2월 28일 연석회의를 열고 정부가 제시한 의약분업 관련 합의문을 심도있게 검토한 결과, 의협과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궐기대회는 대 정투 투쟁의 의미에서 가능했지만 휴진은 대 국민과의 투쟁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국민불편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효과적으로 도출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일단 유보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회의 참석자들은 국민 건강권 확보와 의사의 생존권 수호를 위해 계속 투쟁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재다짐했으며, 국민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 마련과 시범사업 실시, 약사 임의조제 감시를 위한 장치 마련, 약화사고 책임소재 규명 및 약화사고 발생시 보상 규정 마련 등을 재차 요구키로 했습니다.

―병협은 복지부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3월 중에 시범사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입니다. 병원계는 시범사업을 통해 정부안대로 의약분업이 시행될 경우 발생될 수 있는 국민 불편과 혼란에 따른 문제점을 면밀히 확인, 개선방안을 제출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의협과 병협은 시범사업과 의보수가 인상 등에 공조체제를 유지한다는 기본방침아래 정부의 의료계 흔들기에 동요되지 않아야 한다며 국민 건강권과 의권 확보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10년 이상 보건의료정책 분야를 취재·보도하고 있는 의료계 전문지 기자들의 상당수는 정부가 7월 1일 의약분업을 강행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현행 안대로 시행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국민 불편이 예상, 7월 의료대란설과 함께 수 개월 내에 의약분업이 좌초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의약분업 문제도 중요하지만 국민건강보험법 시행에 따른 심사평가원 설립, 수가계약제, 보험자단체의 실사권 장악 대책 등 간과하기 쉬운 보건의료정책 및 제도에도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합니다.

―2·17 여의도대회를 보도하면서 1면 고정 광고를 들어내고 톱으로 올린 사건(?)도 의협신보 역사에 길이 남을 만 합니다. 예상대로 전국 각지의 독자들도 “많이 달라졌다” “신선하다”는 격려를 보내왔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여 1면에 기사면을 정착, 회원 서비스와 신문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의협신보 구성원이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2월말로 강진무 김남규 김승조 김시황 김양옥 김옥영 김익수 김진환 문영일 민병철 박병문 박양근 백상호 송승규 신환호 이상호 이화동 정좌구 최영길 한만청 한대용 교수 등 한국 의학의 기틀을 다잡았던 스승 20여명이 캠퍼스를 떠났습니다. 의학발전과 후학 교육에 평생을 바친 스승님들께 경의의 박수를 보냅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며 안간힘을 쓰다 결국은 주변 회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여의도 문화마당을 돌아서던 팔순의 노 회원,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선배가 되지 않기 위해 나왔다”며 열변을 토하던 모 병원 봉직의, “엄마 아빠랑 함께 왔다”며 모처럼의 나들이 길을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하루 종일 떨어야 했던 강원도 원주 이종혁 회원의 아들 한민 군. 숱한 울분과 억울한 심정을 부여안고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은 수 많은 회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정리=宋成喆·songster@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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