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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래 대한 통찰력 절실한 때

시론 미래 대한 통찰력 절실한 때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10.02.1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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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구(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병원장)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현재)' 만큼 중요한 가치를 갖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필자의 어정쩡한 논리가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역사적 배경의 경구가 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무엇일까?

조선시대를 살던 우리 선조들의 '지금'을 주관한 주체는 유학을 근원으로 하는 철학이 될 것이고, 중세 유럽인들의 '지금'을 지배했던 것은 당연히 기독교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본인들이 인식하든, 안하든 또는 인정하든 안하든 나도 모르게 몰입하고, 영향을 받는 그 무엇 때문일 것이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시대정신(zeitgeist)이 아닐까 한다. 시대정신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시대를 지배하는 정신'이다. 시대정신은 시간(zeit)이라는 단어와 정신(geist)이라는 단어의 복합어이다.

지금 우리를 지배하는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은 마치 선문답과 같아서 흔히 공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특정 정신이나 철학적 이념이 그 시대의 인간을 지배했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우리들의 일상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이 바로 시대정신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구적(global)·세계적·국제적 접근에 대해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얘기를 듣고 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아주 딴판이다. 지구적으로 선진국 대부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좌우 이념의 갈등'·'보수와 진보의 충돌' 등 참으로 답답한 일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은 세계적인 시대정신의 영향도 아니고 국제적인 것의 영향도 아닌 우리만의 때 늦은 시대정신 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아예 시대정신의 축에도 들지 못하는 자아도취 망상적, 낡아빠진 욕심에서 출발한 탐욕의 영향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최근 애플의 스마트 폰 때문에 체면이 좀 구겨지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는 자타가 인정하는 IT(information technology) 강국이다. IT 강국이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다.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자본과 연구비용 투자에 따른 보상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과거 수년 사이에 일어난 산업발전의 총량을 계량화 해 보면 산업혁명 이후 100년간의 산업발전 총량과 엇비슷하지 않나 하는 추측을 해본다.

과거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속도로 발전한 IT 분야는 우리 국민들 개개인의 생활에도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초래했다. 분명한 것은 이런 IT 산업의 발전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시대정신'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철학적 이념이 아니라 일종의 과학 물질문명의 발전에 연이은 것이기는 하지만, 이 시대를 지배하는 정신적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IT 산업의 발전은 국민들의 생활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고, IT 산업의 주체들은 상업적 성격의 목적을 갖고 국민들을 그들의 통제 속에 붙잡아 놓기 위한 여러 가지 생활 편리성을 끊임 없이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산업체로서의 투자와 이윤 추구라는 기본적 개념으로 접근해 보아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 상상할 수 없는 신기술 개발을 통해 엄청난 '대국민적 편이성 제고'라는 상품과 '편이성 사용비 제공'이라는 거래가 이루어 질 것이다. 이같은 시대적 흐름은 인력이나 시스템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일들이다. 왜냐하면 '국민적 편리함'이라는 마약과 같은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의료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향후 'post-IT' 시대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힘은 'health technology(HT)'의 출현이 될 것이다. 이제는 국제적인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HT 산업의 여러 가지 접근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정부 주도하에 실시하고자 하는 원격진료이며, 또 일부 산업체에서 시도하고자 하는 비슷한 형태의 의료서비스이다.

요즈음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개원의들은 이 새로운 제도 도입이 그나마 남아 있는 실낱같은 '환자 진료'에 대한 희망을 끊어 놓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새로운 제도를 정부가 주도하면서 의사로서 갖고 있는 마지막 자존심인 '의권'을 짓밟아 놓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 속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회원들이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회원들의 이같은 뜻에 따라 정부의 원격진료 제도 도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회원들의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고 얘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회원들이 갖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신도 정부 스스로가 오랜 세월에 걸쳐 원인을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된다.

한편으로는 회원들의 현실적인 우려가 원하지 않는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현실적으로 몇 가지 가정을 고려해봐야 한다.

정부가 말하고 있는 국민들의 의료 편이성 제공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의료계의 반대 때문에 정부는 이 제도 도입을 접을 것인가? 어차피 갈 것이면 처음부터 회원들이 적극 참여해 의료계의 피해를 극소화 하는 것이 옳을까?

제도가 어떻게 도입될 것인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미래의 변화에 대한 의료계의 예지력과 통찰력이 더욱 더 필요한 때인 것 같다.

※ 이 글은 의협신문의 입장이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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