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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시행 10년을 평가한다

의약분업 시행 10년을 평가한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10.02.0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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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욱용(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장)
최근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일반의약품 보험급여 타당성 평가계획'을 통해 일반약 1880개 품목에 대해 비급여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착찹한 마음을 금할길이 없다.

일반의약품이 비급여화 될 경우 건강보험에서 제외됨으로서 국민의 약제비부담이 증가될 뿐만 아니라 의사의처방권 제한 등으로 이어짐으로서 의료체계에 혼란을 가져올 것은 명약관화한 바 의약분업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약 10여년 전 정부에서는 의약분업제도 시행을 앞두고 발표한 홍보자료를 통해 "2000년 7월 의약분업제도가 실시되면 의사와 약사가 전문성을 상호·발전시켜 국민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게 되며, 항생제 과다사용 등 국민건강 위협요인 감소 및 의약품으로 인한 부작용 예방이 가능하고 그 동안 왜곡되어 왔던 약가와 의료수가의 올바른 조정과 의약품 사용으로 인한 분쟁의 신속한 해결이 가능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료계는 사상 초유의 의사파업이라는 홍역을 치르면서까지 '사회적·경제적·제도적 검증절차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선보완 후시행 할 것을 요구하며 준비안된 의약분업제도 시행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의약분업제도 시행을 강행했다.

하지만 의약분업 시행 10여년이 경과한 지금 이 제도는 보건의료정책분야의 긍정적 정책으로 정착되기보다는 국민들의 막대한 불편과 사회적·경제적 비용부담뿐만 아니라 분업의 명분으로 내세운 의약품 오남용 방지와 재정절감, 국민건강증진 등 어느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말 많고 탈 많은 정책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그동안 제대로 된 객관적 정책평가를 전혀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료계의 평가요구에 대해서도 제도가 정착되어 가고 있다는 이유로 묵살하는 등 정부차원의 제도개선 노력이 전무했다.
이에 필자는 의약분업제도 시행시 정부가 내세웠던 정책목표 달성여부를 중심으로 의약분업 시행 10년을 간단히 회고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의약분업 도입 배경

2000년 7월 국민의 정부는 국민적 합의, 사회적 검증절차와 의료인프라(서구식 의료전달체계, 엄정한 의약품 분류, 재정확보, 약사의 불법대체·임의조제 근절을 위한 법제화, 약화사고책임소재 법제화 등) 구축 없이 준비안된 의약분업제도를 강행했다.

당시 정부는 의약분업제도가 도입되면 약물 오남용과 약화사고로부터 국민의 건강보호, 재정절감효과가 발생해 건강보험재정 안정화에 기여,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억제함으로서 국민부담 절감, 약사의 불법진료조제 등 진료행위 근절, 의·약사의 전문성을 살려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등의 효과를 얻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약품 오·남용 비율이 선진국보다 크게 높아 항생제 내성률이 선진국의 5∼7배에 이르고, 주사제 사용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치의 3배에 달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약을 살 수 있거나 전문가인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서만 조제할 수 있다면 이 같은 부끄러운 수치들은 사라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의약분업 시행 10년을 맞은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금도 의약분업 제도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공전하고 있으며, 의약분업 시행의 가장 큰 목적인 의약품 오·남용 방지효과도 미미할 뿐 아니라 국민불편을 최소화 하고 국민 의료비를 줄이겠다는 약속은 허언이 된 상태다.

2. 의약분업 정책목표 달성여부 의약품 오·남용 방지효과 미미

의약분업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으로서 정부는 의약분업 시행당시부터 의약분업 시행으로 항생제 사용량의 감소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국내 항생제 생산실적은 2000년 9094억원에서 2007년 1조 2849억원까지 치솟는 등 항생제 사용량은 가파르게 증가했으며, 연간 건강보험진료비 청구현황 중 항생제 약제비도 매년 증가하고 있어 의약품 오·남용 방지효과는 그 실효성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건강보험재정 파탄

의약분업을 실시해도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의약분업 준비단계에서 정부가 밝혀온 입장이었다.

의료계에서는 꾸준하게 의약분업 실시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부담(1조 5000억 ~ 4조 4000억원)을 주장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했으나, 정부에서는 추가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다 건강보험 재정 붕괴 위기 속에 허덕이게 됐으며 2002년 '건강보험재정안정화종합대책'이라는 의사들 허리띠 졸라매기 등 각종 규제 정책으로 인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2001∼2003년 사이 약 1조 6434억원의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희생은 그대로 방치한 채 보장성 강화라는 선심성 보험정책에 집중한 결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로 인한 국민부담 가중

의약분업 실시 이전 국민들은 의료기관에서 진료와 투약을 ONE-STOP으로 받고 진료비를 지불했으나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 진료비와 조제료를 별도로 지불하게 됨으로써 국민부담이 증가했다.

실제로 2003년 한나라당 이원형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의약분업 평가에 따르면, 의약분업 시행 이후 3년간 국민이 추가적으로 부담하게 된 비용은 무려 7조 883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의 의약분업 평가 정책연구를 수행한 보건사회연구원도 국민의료비 증가분을 연간 3조 2184억원으로 추정했는데 이대로 고비용 저효율 제도를 계속 끌고 나갈 경우 국민들의 추가 부담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 날 전망이다.

약사의 불법진료행위 만연

약국에서 질병에 대한 불법적 진단이나 임의처방에 따른 의약품의 조제나 판매가 여전히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 6월 의사의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을 팔던 약국 79개소가 무더기로 적발됐으며, 2006년 이후 행정처분을 받은 약사의 39.7%(104건)가 의사의 동의없이 처방전의 의약품을 변경 또는 수정 조제로 처벌받은(국회 전현희 의원실, 보건복지가족부 의료인력 행정처분현황) 바 있다.

의료환경 황폐화로 인한 부작용 초래

정부의 의약분업 시행 취지대로라면 의사는 진료와 처방에 전념하고 약사는 처방에 따른 조제에 전념함으로써 의약사의 전문성을 살려 국민 건강증진, 의료비부담 경감, 편리성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행 의약분업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제도시행에 부정적이고 의료비 증가, 불편, 건강에 별 도움이 안되는 것으로 각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06년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정부에서 잘못한 정책으로 의약분업이 3위(1위 : 부정부패, 2위 : 퍼주기식 북한지원) 로 조사된 바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엉터리 의약분업제도 실시로 초래된 재정파탄의 책임을 의료계로 떠넘기기 위해 국민건강보험을 통합하고, 포괄수가제·전산심사 등 의료획일화 정책(붕어빵 진료)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의사답게 진료할 수 없는 풍토, 의학적 견지에서 처방할 수 없는 풍토, 하향평준화 진료환경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어떤 사회관계보다도 신뢰를 바탕으로 정립되어야 할 환자와 의사간에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3. 의약분업 실패 요인

일부 정책입안자, 개혁세력들은 외환위기를 가까스로 빠져 나온 매우 어려운 상황하에서 의료보험 통합으로 재정적자가 예상되자 이의 타개책으로 의약분업만이 의료보험약가 결정과정이 공정해지고 약가인하 조치를 통하여 재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속단하여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성급하게 분업 시기를 결정함으로써 불행한 결과를 초래했다.

의약분업 실시를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사항인 의약품 분류문제, 의료전달체계 확립문제, 약사의 불법임의·대체조제 문제, 약화사고의 책임소재 문제, 보험재정 안정화 문제, 국민불편과 부담 최소화 문제 등이 해결되어야 하나 어느 하나 제대로 구축하지 않고 선 시행함으로써 의약분업정책의 기조가 무너져 버렸다.

4. 개선방안

선진형 의료제도를 표방한 의약분업 시행 10년이 지났음에도 의약분업 제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나 개선 노력이 없어 국민 불편과 함께 의료비 증가 등 국민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의약분업 제도에 대한 의료계의 불신은 약국의 임의조제와 의약품 오·남용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는 결코 해결할 수 없으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떠한 정책도 의료계의 박수를 이끌어 낼 수 없다.

따라서 의료계의 희생을 요구하며 강압적으로 추진한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대책의 원상회복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의약분업 시행 10년이 경과한 현 시점에서 이 제도가 성공한 정책인지 실패한 정책인지 국민의 입장에서 재평가해 국민의 부담과 불편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정책 대안과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에서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면서 선진형 의료제도를 구축할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객관적이면서 과학적인 재평가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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