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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시작되는 신종플루

다시 한번, 시작되는 신종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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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0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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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진(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주무이사)

또 한번 신종플루 백신 접종 대장정이 시작됐다. 이번엔 대상이 학생이 아니라 65세 이상의 건강한 어르신이다. 보건소와 지자체 회관 등 단체접종이 진행되는 곳곳마다 수많은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새벽부터 긴 행렬을 이루며 북적거렸다. 

최근 신종플루와 관련된 모든 것이 그렇지만 이번 접종은 정부의 무책임과 거짓 행정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신종플루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이젠 시들해지고, 매스컴의 주목도 더 이상 받지 못하는 상황인 지금 새삼 다시 얘기를 꺼내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요지는 이렇다.

건강한 65세 이상의 노인은 보건소의 내소 접종을 통해 무료로 접종이 시행되는 반면 만성질환자는 그 위험성 때문에 위탁의료기관에서 접종하도록 돼 있다. 도깨비 시장같이 진행되는 보건소 단체접종으로는 정확한 예진을 통한 접종 여부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이 든다는 것이다. 민간 위탁 의료기관에서 접종할 경우 본인 부담으로 1만 5000원 가량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아시겠지만 어르신들에게 1만 5000원이란 돈은 엄청나게 크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즉 건강한 어르신은 보건소에서 공짜로 접종을 하지만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어르신은 역으로 민간의료기관에서 돈을 들여 접종해야 한다. 이것은 일반적인 국민정서에 반할 수밖에 없다. 아픈 사람이 오히려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원래 정부의 계획은 만성질환자들을 대상으로 선 접종 후 지원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만성질환자 본인들에게 부담을 지우겠다는 정책이 나온 것이다. 어르신들의 불만이 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최근 보건소 단체접종을 코앞에 두고 만성질환자 등록 프로그램을 접종 현장에서 감별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공문이 각 지자체로 내려 온 것이다. 표면적 이유는 서버폭주 우려와 컴퓨터 등 현장시설 확보의 어려움 때문이라지만 결국은 위와 같은 이유로 민원이 끊이지 않을 것 같자 만성질환자 구분 없이 보건소에서 대충 접종을 완료하라는 의미다.

정말 눈가리고 아웅이다. 여기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그간 병력을 파악해 정확한 진단 후 접종이 필요한 고연령 만성질환자들의 안전 또한 담보하지 못하는 것이다. 필자는 단체접종 첫날 만성질환이 있는 분들은 대부분 다니던 병의원으로 가서 접종하실 것을 잘 설득해 돌려보냈다.

힘들게 찾아오신 분들이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그분들을 더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돈 때문이다.

최근 보건소 한 직원의 "멀쩡한 도로 다시 뜯어내고 공사하는 돈의 1/10이면 관내 모든 만성질환자들이 병의원에서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을 텐데…"라는 푸념이 작금의 사태와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진다. 부디 이번 접종으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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