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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대하여

나이듦에 대하여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10.02.0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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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애(서울 양천·소아청소년과의원장)

새해를 맞이한지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또 한 살 나이를 먹은 셈이다.

나이드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고 어느 시점 이후에는 자신의 나이를 세지 않거나 나이를 낮춰 말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나는 나이든다는 것을 그리 싫어하지 않는다. 사실 나이드는 것을 좋아한다, 싫어한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전공 과목이 소아청소년과이지만 보호자로 오시는 노인분들도 많이 접하게 되고, 친정부모님과 시어머님을 연이어 모시고 살게 되면서, 또한 나자신이 나이들어가면서, 나이든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나이든 노년의 삶에 대해,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한다.

미치 엘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모리 교수는 나이드는 것을 껴안는다고 했다. 나이드는 것은 단순히 쇠락만이 아니라 성장이며, 곧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때문에 더 좋은 삶을 살게되는 긍정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일본의 작가 아카세 가와 겐페이는 <노인력>이라는 책을 통해서 노인이 지닐수 있는 통찰력이나 지혜, 유연함, 느림의 미학을 노인력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리고 유럽에서 시작된 생애주기의 4단계 중 3단계(Third age)에 속하는, 즉 40세 이후 30년동안 인생의 2차 성장을 통해 자아실현을 추구해 가는 과정에 대한 책, 윌리엄 새들러의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은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소중하고 가장 긴 시기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일러준다.

요즘은 서드 에이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분들을 자주 접하면서 감동·감탄하고 스스로 반성하기도 한다.

언젠가 나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얘기 할수 있겠는가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변화"라고 답했다. 나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 변화하는 존재라고.

이왕이면 좋은 방향의 변화 였으면 좋겠다. 늘 뭔가를 새로 배우기 시작하고, 또 여러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며,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다른 언어를 공부하고…. 조금씩이라도 나는 진화하고 발전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너그럽고 이해의 폭이 넓은 좀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때로는 내년에는 무엇을 할지 스스로 알수 없기 때문에 나이듦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나이들어 변해 있을 나 자신이 궁금하므로. 중년의 나이에 젊어서 이룬 사회적인 성취나 세속적인 척도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서드 에이지를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미 서드 에이지 후반이나 포스 에이지(Forth age)에 이미 접어든 한국의 노인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노인 문제는 꽤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들을 붙잡고 있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내려온 관습과 고정 관념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시어머님과 살다보니 우리나라의 노인 복지가 참 많이 좋아졌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동네에 노인분들이 가서 노실 곳은 넘쳐난다. 하지만 노인분들을 단순히 놀게(?) 해드리는 것 만이 진정한 복지는 아닐 듯 하다. 진정한 의미로 잘 놀수 있게 해드려야 하고, 노인 스스로 인식의 변화와 노인들을 붙잡고 있는 문제들을 떨쳐 버릴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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