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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현장에서 태어난 새 생명

참사 현장에서 태어난 새 생명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10.02.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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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료원 봉사단, 아이티에서 제왕절개술로 여아 순산

마취기구와 수술장비가 턱 없이 부족한 아이티 지진현장에서 한국의료진에 의해 제왕절개수술로 여아가 탄생했다.

▲ 박관태 교수<가운데>가 미국 가정의학 전문의 케빈<왼쪽>과 기지영 간호사<오른쪽)와 함께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아기를 안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박관태 고려의대 교수(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로, 국내에서 단일 의료기관으로서는 처음 아이티에 파견돼 진료하고 돌아온 고려대의료원 해외의료봉사단의 일원이다.

고려대의료원 해외의료봉사단은 1월 24일 새벽 5시 50분께 국제 의료캠프내의 독일 의료진으로부터 제왕절개 수술을 해줄 수 있는 외과의사가 급히 필요하다는 전갈을 접하게 된다.

박관태 교수팀은 급히 준비한 후 10여분 거리의 인근 병원에 도착했다. 혈관이식 전문의로 고난도의 혈관수술은 수없이 해왔지만 분만수술을 해본 적이 없었던 박 교수는 비포장의 길의 덜컹대는 트럭에서 산부인과 전문의인 부인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수술과정을 머리에 입력시켰다. 숨이 막힐듯한 짧은 긴장감이 맴도는 순간이었다.

어둡고 비좁아터진 허름한 수술방. 어두컴컴한 수술방 앞에서 한국·미국·독일 의사와 간호사들간에 긴박한 말이 쉴새 없이 오갔다. 처음에 자신만만했던 미국 가정의학 전문의인 케빈은 직접 제왕절개술을 해본 적이 없지만 수술보조는 자신 있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마취가 전공인 독일인 의사는 마취를 맡았다. 또 미국인 조산사 1명과 고려대 의료봉사단의 일원인 박중훈 교수(구로병원 가정의학과)와 기지영 간호사(안암병원 수술실) 등이 한 팀이 돼 새 생명의 탄생을 기다렸다.

마취기구도 없어 전신마취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수술용 재료도 제대로 갖추어 있지 않은,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박 교수는 "미국·독일 등 각국 의사들이 힘을 모아 아기와 산모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수술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던지고 제왕절개술을 시작했다.

숨막히던 시간이 40분쯤 흘러 마침내 딸 아이가 세상으로 나왔다. 아기는 울을을 터트렸고 의료진은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티 한국의료봉사단 파견사상 첫 아기가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여아를 순산한 마르타(32세)와 가족은 한국의료팀에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구사일생으로 어렵게 두 번째 아기를 순산한 것에 대해 경이로움을 표했다.

박 교수는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아이와 산모를 살려야 한다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며 "미국·독일 등과 순식간에 다국적팀을 만들어 아이를 순산하게 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며, 아기의 울음이 터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터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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