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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편집인칼럼]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10.01.2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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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훈정(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 겸 대변인)

최근 어느 연예인이 룸살롱에서 여종업원이 접대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직 폭력배까지 동원해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 발생하여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그가 평소 독실한 신앙인이자 가정적인 남편의 모습을 보여 왔던터라 대중의 비난이 한층 거세다.

한편으론 아무리 연예인에게 '공인(公人)'의 측면이 있다고 하나 지나친 반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그가 룸살롱에 갔다는 점보다는 평소 그와 상반된 언행을 한 데서 비롯된 실망이나, 위선에 대한 질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사람은 자신의 속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못하고 모순이 존재할 때 이를 불쾌하게 여겨 간극을 좁히려고 하며, 이러한 모순을 줄이기 위해 속마음은 다른 사람들이 모르지만 행동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으므로 행동에 맞게 마음을 바꾸려고 한다는 것을 '인지부조화'라고 설명했다.

2000년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한 '아메리칸 뷰티'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본다. 해병대 대령으로 예편한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평소에는 게이들을 극도로 혐오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나중엔 오히려 이를 탐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되짚어보면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동성애적인 기호를 갖고 있었으나 이를 숨기기 위해 도리어 자식에게 엄격하고 동성애자들을 혐오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한때 '샴페인 좌파'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말로는 평등한 사회와 서민을 위한다고 주장하던 좌파 정치인들이 정작 자신은 강남에 살면서 자녀를 사립학교나 해외 유학을 보내는 것을 두고 빗댄 말이다.

이들도 대표적인 '인지부조화'의 예인데, 차라리 무슨 말을 하지 말든지 아니면 자신의 말대로 행동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 주변을 살펴보아도 민중이 어떻고 봉사가 어떻고 하는 분들이 개원을 해서 환자 유인행위를 하는 등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해서 망신을 당하는 예를 적지 않게 본다.

제자들을 도둑놈으로 만들지 말라며 혼자 깨끗한 척 했던 어느 교수는 정작 자신은 고위 공직을 두루 거치고 직계 제자들을 요직에 천거하는 등 모순된 행보를 보여주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을 굳이 찾자면 '커밍 아웃'이 적당할 것 같다. 물론 '커밍 아웃'은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말하지만, 의미를 조금 확장해서 '인지적부조화'가 있을 때 속마음을 자꾸 숨기고 반대로 행동하지 말고 차라리 조금씩 마음과 행동을 일치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해석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성 정체성에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인식이 그렇게 관대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인지적부조화'로 자신의 속마음과 반대로 위선적인 행동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커밍 아웃'을 하는 것이 오히려 솔직하고 용기가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공인일수록 평소 속내와 일치하는 언행을 하고 대중에게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인간적인 신뢰를 쌓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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