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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의사가 다시 웃음 찾게 되길 기원하며

10만 의사가 다시 웃음 찾게 되길 기원하며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10.01.0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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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에 맞이하는 신년 소감

▲ 문태준(대한의사협회 명예회장 전 보건사회부 장관)

인간의 평균 수명이 80세가 되어 100세까지 살기 위한 운동이 전개되는 것을 보면 새삼 인류사회의 시대적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인구가 지구의 수용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장수는 변하지 않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임에 틀림없다.

미국의 한 저명한 의학교육자는 장수를 위해서는 식사와 운동·적절한 의료 등 여러 요소가 있으나 항상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때 일을 하는 조건은 돈과 관련이 없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면서 돈이 관련되면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을 위한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참으로 옳은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믿는다. 장수하더라도 치매 등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되는 것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만년의 처신여하에 따라서는 뜻하지 않게 노망했다는 지적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늙어서 지나치게 자리나 감투를 바라는 것도 이런 범주에 속할 수 있다.

"나이값도 못한다"는 소리는 절대 듣고 싶지 않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면서 권력과 연관된 행위나 시대의 추세에 따라가는 것을 극구 사양하는 태도를 견지해왔던 한 노정치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오래 사는 것 못지 않게 올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

대선배의 입장에서는 후진들의 행동이 위태롭고 미숙하다고 느낄 때도 있는데 오랜 경륜에서 얻은 판단력과 능력의 토대위에서 볼 때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만년에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능력이 있고 총명한 사람에게 어떤 처신을 권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과제가 생긴다.

한 발 물러서서 후진들을 조용히 도와주는 후원자 혹은 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지혜로운 처신일 것이다. 특히 후진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축적된 권위와 지혜를 바탕으로 여론을 환기시키고 권력에 저항하는데 앞장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눈치만 보지 말고 용기있게 후진들을 위한 방패가 되는 것이 노령 선배의 책임일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볼 때 의료계에 이러한 지원 세력이 절실하다.

중국에서는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의 운명을 알기 위해 사주를 보게 되고 이에 따라 장래 가져야 할 직업을 권한다고 한다. 재물에 대한 운세가 약한 아이에게 권하는 장래 직업으로는 학자나 관리를 들고 있다고 한다.

학문을 하는 학자는 돈과의 연관성이 적고 관리는 재물과의 인연이 없어야 부패하지 않고 대성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부패가 큰 사회적·국가적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 있어서는 재물에 관련이 적은 분이 관리가 되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권고라고 할 수 있다.

의사라는 직업 역시 돈과 관련이 적은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내 자신도 기나긴 세월을 회고해보면 돈하고는 인연이 없이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의사로서 재물을 축적할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회피했다는 것은 주위 여러 사람들이 인정할 것이다.

관직에서도 돈하고는 관계가 없었고 그 때문에 큰 문제없이 편히 지내왔었다. 의협 회장, 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을 합쳐 14년간을 무보수로 일하면서 인생의 전성기를 자진해서 돈과 관련 없는 자리에서 보낸 것은 이 사회에서는 흔치 않은 일일 것이다.

나는 돈과 관계없이 살아야 할 팔자라고 스스로 생각해서 주식투자도 한 일이 없고 정치인 시절 단체로 미국 여행시 카지노 호텔에 유숙하면서도 도박을 하지 않았다. 어느 모로 보나 손해 보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데 이런 일에 빠지는 것은 바보스럽다는 생각에서였다.

의사는 돈관 관련이 적은 사람에게 적합한 직업

누구보다 오랫동안 의사로서 의료계에 있으면서 무엇으로 보람을 느꼈느냐는 질문을 흔히 받는데, 이에 대해서는 항상 환자들의 고마워하는 시선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답변한다.

친구인 법관에게는 늘 "수많은 의사들은 권력이나 대단한 사회적 지위와 같은 것은 가질 수 없지만, 임상의사로서 일생 동안 무료봉사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며 법관은 재판을 받은 사람으로부터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의 표시를 받는 일은 흔하지 않겠지만 의사는 흔히 환자들로부터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며 살고 있다.

변호사들은 재판에서 이길 경우 착수금에 이어 성공 보수를 받게 되는데 의사들에게는 치료가 성공했다고 해서 성공 보수를 받는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가 바로 의사가 돈과는 인연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얘기하곤 했다.

일전에 한 잡지에서 수필을 의뢰받았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는 제목이었다. 필자에게 가장 기뻤던 순간은 1989년 7월 1일 아침에 TV에서 "오늘부터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빠짐없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게 되고 전국 모든 병의원에서 자유롭게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지원과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라고 주무장관으로서 발표를 했던 때였다. 필자는 병의원을 방문할 때 마다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의 얼굴에 표시된 만족과 행복을 보고 참된 기쁨을 느낀다.

동시에 여러 고난 속에서 헌신적인 봉사를 마다 않은 동료 의사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하게 된다. 나는 우리 세대의 의사들은 이런 면에서 대한민국의 애국자이고 존경받아야 할 시민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개인당 의료비는 OECD에서 가장 낮지만 의료의 수준이나 도덕면에서는 세계에서 으뜸가는 우리나라의 의료를 자랑스럽게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전국민의료보험 조력한 우리 세대 의사…애국자며 존경받아야 할 시민"

끝으로 의협의 공식명칭 변경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을 쓰고 싶다. 의료와 사회 발전에 따라 의사들의 직능 종류와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개원의·봉직의·교직자·군의관·기초의학 연구자, 그리고 앞으로는 의료기관 관리 전문가로까지 확대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의협은 앞으로도 필연적으로 10만 의사 전체를 대표하는 막강한 단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100년 전 창립 때부터 내려온 '의학협회'라는 명칭이 십여 년 전에 '의사협회'로 변경되었다. 그 당시 필자도 강하게 반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명칭의 환원이 올 대의원 총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필자는'의학협회'로서의 명칭 환원의 타당성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싶다.

1) 의사 단체의 공식 명칭은 세계적으로 영문으로 'Medical Association', 즉 '의학협회'로 통용되고 있다. 세계의사회에 가입하고 있는 90여개국 회원국 대부분이 'Medical Association'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일본과 몇 나라만 의사협회라는 명칭을 고수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의 경우에도 영어로 'Physicians' Association'으로 표기하는 나라는 없다.

2)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볼 때 중인에 지나지 않은 대접을 받았던 의사나 기술자보다는 학문을 하는 학자를 더 존중하는 전통이 있다. 이러한 전통이 옳은 것인지 그릇된 것인지 판단할 수는 없으나 지금도 사회적으로 학자가 존중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3) '의사협회'로 명칭을 변경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실제로 '의학협회'에 비해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의사협회'라고 해서 '의학협회'보다 사회적으로 더 우대받은 일도 없고 정부·언론 등과의 교섭에서 유리하다고 할 만한 인지도나 위상에 있어 상승효과가 없었다고 여겨진다.

4) 의협은 개원의만을 위한 단체가 아니고 학회를 포함한 모든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이다. 이러한 대표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의학협회'라는 대표명이 더 합당하다고 믿는다.

5) 의사는 다소 보수적인 성향을 갖는데 납득할 만한 충분한 이유도 없이 창립 초창기부터 자랑스럽게 내려온 간판을 회원들 간의 충분한 토론이나 여론 수렴도 없이 졸지에 변경한 것은 경솔했다는 평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려웠던 시절 의협을 창설한 선구자 여러분의 뜻에 대한 충분한 존중도 없이 명칭을 변경했음에도 기대했던 효과가 없으니 다시 복원해 드리는 것이 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의학협회'로의 환원이 '타당'  

학문을 위한 의학 단체·개원의·학자·봉직의 등 모든 직종을 아우르는 10만 의사의 대표로서의 강력한 단체, 세계적 주류인 '의학협회'로 되돌아가는 것이 온당한 결정이라고 믿는다.

새해에도 의사에 대한 동료로서의 친밀감, 의협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느끼면서 다년간 의사로서 봉사할 수 있었음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다. 여러 난제가 해결되고 10만 의사들이 웃음을 다시 찾게 되는 빛나는 새해가 우리 앞에 전개되기를 기도하면서 이만 붓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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