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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가 1억 연봉을 포기한 이유
전공의가 1억 연봉을 포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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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2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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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현(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 서울보훈병원 안과 R4)

금년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소위 '기피과' 지원을 위한 흉부외과의 100% 수가 인상안이 올해 시행되었고, 일부 대형병원 중심으로 전공의 급여 인상안이 발표되었다.

일부 수련 병원들이 수가 인상분을 전공의 지원에 활용하지 않는 이른바 '배달 사고'에 대한 지적도 나왔고, 일부 언론에서는 '전공의 연봉 1억 시대'가 열렸다며 호들갑을 떨었다(대한전공의협의회가 2009년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연봉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대한민국 전공의의 월 평균 급여는 290만원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보건복지가족부 발표에 따르면 흉부외과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16% 늘어난 39.5%의 지원율을 보여 의미 있는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들이 여전히 있거나 새로 발생했다.

첫째, 수도권과 지방 병원간의 전공의 지원 양극화가 심화됐다. 발 빠르게 전공의 급여를 인상한 서울의 대형병원 전공의 지원은 늘어났지만, 지방 병원 전공의 지원은 여전히 전무했다.

일부 수련 병원에서 수가 인상분은 병원 재정 보전에 쓰였다. 대한흉부외과학회는 뒤늦게 수가인상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했다.

둘째로, 급여 인상이 기피과 문제에 근본 해결책이 아님이 명백히 드러났다. '1억 연봉 시대'를 열었다는 수련 병원에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흉부외과를 지원하면 3대가 망한다'는 우스개는 그만큼 흉부외과 의사들이 자신과 직계 가족들도 챙길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중한 업무와 열악한 근무환경, 수련 후 전문의 일자리 부족, 고질적인 저수가 체계 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단지 4년간의 급여 인상으로는 선뜻 흉부외과를 선택하게끔 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셋째, 기피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와 관계 당국의 의지가 미약하다는 비판을 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가 인상분의 활용에 대한 명확한 지침 없이, 국민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공의 수련 문제를 민간 병원에 떠넘김으로써, 전공의 지원 양극화 심화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했다.

신종 플루 사태 등에서 국민의 건강권을 들어 민간 의료 자원을 입맛대로 동원하는 정부가 정작 전공의 수련이라는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어떻게든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보려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외과계 전공의 급여 인상에 대해 누차 '환영하지만, 근본 대책이 아님'을 언급했다. 문제는 급여 인상이라는 당근이 '너무 적다'는 데 있다. 전공의가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게끔 급여만이 아닌 개선된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올해의 '절반의 성공'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미 배출된 전문의들이 전공을 살려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장기적인 토대를 마련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정부 일각에서 대규모 예산으로 공공병원을 설립한다는데, 차제에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흉부외과 등의 진료 기관을 설립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 점점 심화될 지역 간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에도 주목해야 한다. 무엇보다 힘든 상황임에도 묵묵히 진료에 여념이 없으신 모든 선생님들과, 30명의 흉부외과 지원 선생님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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