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9 15:39 (금)
시론 뇌졸중 재발 막는 효과적 수단 막아선 안된다

시론 뇌졸중 재발 막는 효과적 수단 막아선 안된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12.21 09:26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종성(대한뇌졸중학회장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뇌졸중 환자의 이차예방에 있어서 환자가 재발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에만 아스피린 외에 다른 항혈소판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급여기준 개정안을 발표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이런 개정안 내용에 대해 놀라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뇌졸중은 한국에서 단일질환으로 사망원인 제 1위를 차지하는 중요한 질환이다. 뇌졸중으로 인한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률은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다.

또한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매년 늘어나, 65세 이후 뇌졸중 발생률은 2004년 10만 4826건에서 2008년 12만 7424건으로 4년 만에 약 22% 증가했다.

더구나 전세계적인 기준에 비해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2030년에는 4명 중 한 명이 노인인구에 해당하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 전망이어서, 노인성 질환인 뇌졸중은 더욱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추세가 유지된다면 2030년에는 연간 35만 명의 뇌졸중 환자가 발생할 전망이므로, 뇌졸중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이 급속히 증가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뇌졸중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예방이 최선이기 때문에 뇌졸중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당뇨·흡연·고지혈증 등을 관리하는 일차예방은 매우 중요하다.

또 한번 뇌졸중에 걸린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재발률이 높아 5년동안 약 30%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이차예방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재발한 뇌졸중은 잘 회복되지 않아 환자의 신체적 기능을 떨어뜨리고, 치매를 비롯한 인지 능력 저하를 흔히 유발한다.

이로 인해 환자가 노동력을 상실하고, 장기 입원 및 돌봄이(가족 혹은 타인)를 필요로 하게 되면 뇌졸중 재발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은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한번 뇌졸중에 걸린 환자에서 질병의 이차예방을 위해서는 위험인자 관리에 더해 적절한 항혈소판제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차예방에 무조건 아스피린만을 사용하도록 강요한 이번 개정안은 이미 뇌졸중이 발병해 고통을 겪고 있는 고위험군 환자의 이차예방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동안의 많은 연구들(ESPS2, ESPRIT, CAPRIE, PRoFESS 등)에 의하면 클로피도그렐과 아그레녹스 같은 약제는 뇌졸중의 이차예방에 있어 아스피린보다 약 15% 정도 더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실로스타졸 제제는 아스피린과 병용 시 두개 내 동맥 협착의 진행을 막는 데 더욱 효과적이고(TOSS), 트리플루잘 제제는 아스피린과 비교할 때 출혈 부작용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TACIP, TAPIRSS).

뿐만 아니라 당뇨병 환자 혹은 여러 개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서 아스피린 보다는 다른 약제가 더 뇌졸중 예방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및 유럽 선진국들의 뇌졸중 진료지침에서는 뇌졸중의 이차예방을 위해 아스피린보다 오히려 클로피도그렐이나 아그레녹스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기타 약제들도 경우에 따라 선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국내 뇌졸중 진료지침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국내 및 국외 어느 나라 진료 지침에도 뇌졸중 이차예방을 위해 아스피린 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며, 환자의 재발 위험 정도, 뇌혈관 상태, 출혈 위험도 등에 따라 다양한 항혈소판제의 장단점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진료지침과 전문가의 견해를 무시한 이번 개정안은 일선 진료 현장에서 많은 혼란과 분쟁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실적으로 심각한 뇌혈관의 협착 등 재발의 위험이 높거나 출혈 등의 부작용이 많을 것으로 판단되어 아스피린 이외의 약을 사용하던 의사들이 어떻게 이 환자들에게 이제부터는 아스피린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설득할 것인가.

약을 바꾼 후 뇌졸중이 재발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묻고 싶다.

보험재정 절감을 목표로 한 듯한 이번 개정안은 경제 논리로 보아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당장은 약제비를 절감할 수 있겠지만, 뇌졸중 재발 건수의 증가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국가 재정 부담이 약제비 절감분 이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다.

물론 뇌졸중 환자의 증가에 따른 약제비 상승이 당장 정부에 큰 부담이 된다는 점을 이해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향후 복지부와 전문가 집단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뇌졸중의 일차예방, 즉 아직 뇌졸중이 발병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고가약의 남용을 막기 위해 아스피린만을 일차 약제로 권고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보험 재정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불필요하게 고가약을 많이 처방하는 일부 의사들의 관행, 그리고 민간요법 등 근거가 부족한 의료행위에 대한 과다한 지출 등도 함께 고민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이미 뇌졸중이 발병한 환자에 대해서만큼은 재발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예방하기 위해 임상의사가 최선의 근거와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약제의 선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정부에서 고시와 같은 일방적인 정책 수단을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뇌졸중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환자와 의료진에 대해 지원을 확대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예방 수단마저 제한하는 이번 복지부의 고시 개정안은 결코 납득할 수 없으며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 이 글은 의협신문의 입장이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