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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와 여성인권 운동

낙태와 여성인권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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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0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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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현옥(경남 진주 권현옥산부인과의원장)

여성해방운동의 첫걸음은 다산과 질병, 가난에서 벗어나 인간으로 자신의 몸을 스스로 결정할 당연한 권리를 뜻하는 '피임과 유산'에서 시작됐다. 1950년대 이를 주장한 마가렛 싱어는 "어머니가 될 것인가, 되지 않을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하게 되기 전까지는 어떤 여성도 스스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의 건강한 삶과 권리를 위해 임신과 피임의 선택권을 남성 위주의 사회에 맡기지 말고 여성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관점은 여성 인권 운동의 기초를 마련하게 된다.

의료계의 반성에서 비롯된 최근의 낙태 금지 운동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찬반 갈등으로 많은 고민을 낳고 있다. 그러나 낙태가 '당연한 비밀'로 시행되는 것 보다는 오히려 낙태예방과 미혼모에 대해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피임은 인정하면서 한 순간의 피임 실패를 범죄로 몰아가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에서 초기 임신의 경우 여성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낙태 수술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더 많은 문제점을 키웠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사기 결혼이나 강간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임신이 됐을 때 치료적 유산을 인정받으려면 몇 개월이 소요되는 판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산부인과 의사의 처치를 합법이다, 불법이다 하는 사회 척도로 규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이 세상의 모든 법이 모든 사회에서 옳은 것은 아니듯, 티벳이나 산간지방에는 모계사회의 형태가 남아있고, 먹을 것이 부족한 탓에 출산력을 제한하기 위해 남자 형제가 있는 집에 한 명의 여성이 시집을 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한 사회의 규범을 지켜야 한다고 교육하고 설득할 수는 있지만, 규범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죄인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성관계로 인한 피해가 여성의 책임으로 남아있는 한 피임·임신·유산 등을 사회적 규범에 따라 강제화하는 것은 누구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인가?

생명 존중 차원에서 낙태예방 운동은 중요하다. 하지만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무조건 출산을 강요한다면 여성 인권의 차원에서는 한 발짝 후퇴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미혼 여성의 성경험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그에 따라 임신의 위험성에 노출되는데, 정작 임신이 되었을 때 그 책임을 여성의 책임(사실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으로 몰아붙인다면 건강한 산모와 아기는 요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유방암이 최근 10년동안 발생률 1위로 부상한 것이 호르몬 과잉복용 때문이라면, 요즘 여성들이 즐겨찾는 사후피임약, 즉 고단위 여성호르몬의 남용이 여성 암의 발생률을 높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생명존중과 여성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불법적인 낙태를 금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낙태예방운동과 미혼모에 대한 사회보장 정책을 함께 실시하는 여성인권 차원의 캠페인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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