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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 지침 공개
의협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 지침 공개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9.08.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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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에이즈·뇌사 등 적용환자 명시...환자 의사결정 능력에 따라 대응지침 마련

▲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대한병원협회 공동 주최로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명치료 중지 지침에 관한 공청회'에서 경만호 의협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대상과 요건·절차를 담은 지침안이 처음으로 제시됐다. 약 10년 전인 1998년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의료계를 중심으로  진행돼 온 환자 치료중단의 대상과 요건에 대한 논의의 결실이 맺어진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대한의학회·대한병원협회와 공동으로 추진한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안'을 24일 공개했다.

연명치료중지에관한지침제정 특별위원회(위원장 이윤성)가 마련한 지침은 우선 연명치료 중단 대상 환자를 '회복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 또는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로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수술·방사선치료·화학요법 등 적극적인 치료가 효과가 없는 말기 암 ▲치명적인 합병증을 동반한 말기 후천성면역결핍증 ▲심장·폐·뇌·간·신장·근육 등 만성질환의 말기 상태 ▲법률에 정의된 뇌사로 진단됐거나 2인 이상 전문의가 이에 준한다고 판정한 뇌사상태 ▲적극적인 치료를 해도 수 일 또는 수 주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임종환자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식물상태 등으로 나열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지속적 식물상태를 연명치료 중단 대상에 포함시킨 부분이다. 국내 첫 연명치료 중단 판결이 내려진 '김할머니 사건'을 놓고 치료중단 조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진행중인 가운데, 이번 지침은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시기에 대한 논란을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침은 또 연명치료의 종류를 영양 및 수분 공급·체온 유지·진통제 투여·일차 항생제 투여 등 '일반 연명치료'와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수혈·장기이식·항암제 투여·고단위 항생제 투여 등 '특수 연명치료'로 구분하고 환자 상태를 네가지 수준으로 분류, 각각 적용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환자가 말기상태이며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경우(제1 수준)는 담당의사가 환자에게 자신의 상태와 예후, 적용할 연명치료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사전의료지시 등 명시적 의사표시를 할 것을 권유토록 했다. 다만 환자가 단순히 생을 포기하는 결정이라면 의사는 이를 거부할 수 있다.

환자 종교·신념·경제상황 등 고려

둘째로 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이 없으며 특수연명치료 없이 생존할 수 있는 환자(제2 수준)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일반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없도록 하고, 환자는 일반 병실이나 요양병원(완화의료기관 포함)에서 진료받도록 한다.

이어 환자가 특수 연명치료를 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경우(제3 수준)에는 환자의 의사표시 여부에 따른다. 즉 환자의 명시적 의사표시에 따르거나 건강할 때 작성한 사전의료지시서를 존중한다. 그러나 의사표시가 없다면, 의료진은 객관적인 의학적 판단과 환자의 추정적 의사 또는 최선의 이익을 고려해 병원윤리위원회에서 특수 연명치료의 중지 여부를 판단한다.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판단하는 데에는 환자의 나이, 경력, 평소의 종교·신념, 생활태도, 가족의 정신적 고통 및 경제적 상황 등도 고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임종환자 또는 뇌사상태 환자(제4 수준)의 경우, 임종환자는 의학적 판단과 가족 동의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할수 있고, 뇌사 또는 뇌사에 준하는 환자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중지할 수 있다.

지침은 특히 심폐소생술과 제3·4 수준 환자의 인공호흡기는 중지할 수 있도록 했으며, 다른 특수 연명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절차에 따라 중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각 의료기관에 연명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병원윤리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다른 의료기관 의료인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담당의사 또는 의료기관을 교체할 수 있는 이견 조정 절차를 명시했다.

▲ ⓒ의협신문 김선경

환자 결정 의심되면 치료중단 요구 '거부'

또 환자는 자신의 상태와 치료방법, 효과·예후, 연명치료 등에 대해 담당의사로부터 자세한 정보를 받고 설명을 들을 권리와 의무를, 담당 의료진은 환자의 결정이 진정이 아니거나 의학적으로 비합리적이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각각 명시했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지침안과 관련 "현재 의료현장에서는 환자의 생명보호와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가치적 문제 그리고 의료기관과 환자측의 구체적 문제 해결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갈등이 존해하고 있다"며 "앞으로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지침이 확정돼 의료현장에 적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신상진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한나라당 제5정조위원장)은 25일 각계 전문가를 불러모아 연명치료 중지 지침에 대한 공청회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이윤성 연명치료중지에관한지침제정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좌장을 맡은  공청회에서 이동필 변호사(법무법인 의성)는 "연명치료 중단 대상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것 보다는 회복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 지속적 식물상태에 대한 포괄적 정의규정만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병원윤리위원회 구성원의 숫자나 구성원의 자격 등에 대한 원칙적인 규정 정도는 지침에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영 홍익대교수(법과대학)는 환자가 연명치료에 대한 사전의료지시서 작성 또는 구두 의사표시에 앞서 '숙려기간'을 둠으로써 보다 신중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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