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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앞으로 과제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앞으로 과제는?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9.07.3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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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의사추정·식물상태 환자 포함 여부 등 합의 '숙제'
국립암센터, 30일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사회적 합의' 심포지엄

7월 29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의료계·법조계·종교계·언론계·사회단체 등 전문가들과의 토론회를 거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기본원칙'을 발표했으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법제화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치료를 지속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가 치료중단을 요구할 경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 마련,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 필요성, 존엄사·안락사·무의미한 연명치료 등 용어의 개념 정의,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지속적 식물상태인 환자를 포함시킬 지 여부 등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기본원칙'을 발표한 보건의료연구원은 현재 의료계에서 만들고 있는 연명치료기준과 더불어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최종보고서에 반영키로 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립암센터는 7월 30일 오후 1시 사학연금회관 2층 대강당에서 '품위있는 죽음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최근 존엄사로 불리고 있으나 사회적으로 혼란이 야기된,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대안을 탐색하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각계각층의 입장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품위있는 죽음의 현실과 해결과제(윤영호·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 제정방안(이윤성·대한의사협회 부회장)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사회적 합의방안(허대석·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등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이어서 지정토의에서는 ►한국적인 품위 있는 죽음의 사회적 합의(최준식·한국죽음학회장) ►종교인이 바라본 인간적 품위를 지닌 죽음-치료 수단의 중단과 관련하여(이동익·가톨릭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신부) ►사회가 바라는 품위 있는 죽음(최철주·전 중앙일보 논설고문) ►연명치료중단에 관한 몇 가지 법률적 쟁점들(박영식·변호사) ►품위있는 죽음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관한 정부입장(곽숙영·보건복지가족부 생명윤리안전과장)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대한 입법 논의(김세연·한나라당 국회의원) 등을 주제로 토의가 진행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가족 위한 기금마련해야
이날 주제발표를 한 윤영호 실장은 "'품위있는 죽음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품위있는 죽음'에 대해 87.5%가 찬성하고, '사전의사결정제도(사전의료지시서)'에 대해서도 92.8%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나, 경제적 어려움이 뒤따른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윤 실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치료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상태에서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법의 제정은 반드시 사회경제적 지원대책의 법적 근거 마련 또는 행정적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미있는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학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중단을 요구할 경우 환자들의 진료비를 국가가 우선 대납하는 지원제도나 공공간호제도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윤 실장은 "대국민조사에서도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말기환자를 위한 재정적 지원'과 '호스피스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인정'을 가장 중요하게 지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대석 보건의료원장도 "관련제도가 사회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제도의 강화 호스피스완화의료제도에 대한 지원 등 사회경제적 지원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세연 국회의원은 "경제적·사회적 비용문제로 환자의 가족, 의사 또는 병원 등 제3자가 환자 수명의 인위적 단축을 결정할 수 있는 여지는 법제화 과정에서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암 등 중증질병에 대한 국가부담을 줄여나가는 한편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할 수 있는 선진적인 호스피스완화의료체계도 정착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병원윤리위원회의 역할 중요해
허대석 원장은 "병원윤리위원회는 의학적 판단 및 가치판단 등에서 불확실성으로 인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이 중요한데, 각 병원에서 의료윤리 및 생명철학분야의 외부전문가 등이 포함된 병원윤리위원회가 이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병원윤리위원회에 대한 지원, 감독 및 제도적 지위의 부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성 의협 부회장도 "연명치료에 관한 결정은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환자의 상태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기초로 하되 합의를 하지 못하거나 갈등이 있으면 문제의 해결을 병원윤리위원회에 맡기며, 병원윤리위원회는 전원일치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의사와 환자에 대한 의학적 판단 중요
이윤성 의협 부회장은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의 주요 내용은 ►어떤 환자에게 ►적용하거나 중지할 연명치료는 어떤 것이며 ►어떤 절차로 수행하겠는 지의 3가지이며 이를 정하기 위한 가장 큰 요소는 환자의 의사(意思)와 환자에 대한 의학적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허대석 원장은 "사전의료지서에 근거한 자기 결정권과 관련은 ►의사는 말기 환자에게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선택과 사전의료지시서 작성 등에 대하여 설명 및 상담을 해야 하며 ►영양·수액 공급과 통증조절 등 기본적인 의료행위는 유지돼야 하고 ►말기환자가 사전의료지서를 통해 심폐소생이나 인공호흡기 거부의사를 밝힐 경우 중단될 수 있으며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외의 연명치료에 대해서 말기환자는 사전의료지서를 통해 본인의 의사를 피력할 수 있고,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과 환자의 가치관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에 관한 사회적 합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동익 교수도 "환자가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명치료를 통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상황이 된다면, 이러한 치료의 중단은 환자 자신의 온전한 선과 타당한 소원을 존중하는 가운데 병원의 윤리위원회를 통해 판단 내리는 것을 존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회가 바라는 품위 있는 죽음 위해서는
최철주 전 중앙일보 논설고문은 "의사와 환자에게 좋은 죽음이 무엇인지에 대한 교육이 실시돼야 하며, 대학에서라도 생사학·죽음학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존엄사 관련 정책 추진은 좋은 죽음을 가르쳐주는 민간조직의 활동과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익 교수는 "천주교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과 관련되는 내용의 제도화는 반대하지 않지만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안락사를 의도하지 않는다"며 "환자의 인간의로서의 존엄과 인간생명의 불가침성을 보호하는 기본 정신을 드러낼 수 있는 차원에서의 제도화라는 관점이라면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밖에 허대석 원장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은 환자의 입장을 반영한 표현으로 조정하고, '존엄사' 혹은 '안락사'라는 용어의 개념을 정의해야 하며, 대상 환자의 범위에 지속적 식물상태의 환자를 포함할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명치료의 보류와 유보, 제거와 중단은 법적·윤리적으로 같은 사안이나 사회적 수용성를 고려 해야 하며, 환자의 의사추정의 필요성과 의사결정 절차 등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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